2억달러 징벌적 배상 유지…‘중과실’ 판단 무게
[메타X(MetaX)]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Autopilot)’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연방법원이 배심원의 대규모 징벌적 손해배상 평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율주행 보조 기술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기준이 한층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2월 19일(현지시간) U.S. District Court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Florida의 베스 블룸 판사는 테슬라가 제기한 ‘법률상 판결에 관한 갱신 신청(Rule 50(b))’과 ‘새로운 재판 청구(Rule 59)’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미 재판과 요약판결 단계에서 검토·기각된 주장의 반복에 불과하다”며, 배심 평결을 뒤집을 추가적 법리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핵심 법리: Rule 50과 Rule 59의 문턱
테슬라는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제50조에 따라 배심 평결이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Rule 50은 “합리적인 배심원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일방적일 때”에만 법원의 개입을 허용한다. 법원은 원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증거를 검토했을 때 충분한 입증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증거의 무게와 증인의 신뢰성 평가는 배심원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Rule 59에 따른 새 재판 청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규정은 평결이 증거의 명백한 무게에 반하거나 중대한 절차적 오류로 정의가 침해된 경우에만 허용된다. 테슬라는 일부 전문가 증언과 최고경영진 발언 증거 채택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증거가 실질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2억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유지다. 미국 법체계에서 징벌적 배상은 단순 과실을 넘어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가 인정될 때 부과된다. 법원은 배심원이 테슬라의 행위를 중대한 과실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원고 측은 ▲오토파일럿 설계 결함과 과거 유사 사고에 대한 대응 미흡 ▲운전자 오용을 충분히 방지하지 못한 경고 체계 ▲경영진 발언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신뢰를 형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배심원이 이러한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 결론을 존중했다. 또한 보상적 손해배상 대비 징벌적 배상 비율(약 1.4:1)이 헌법상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 자율주행 산업에 던진 세 가지 메시지
첫째, ‘보조 시스템’이라는 명칭만으로 책임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이 2단계(Level 2)로 분류되더라도, 마케팅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사실상 ‘자동화’ 기대를 형성했다면 제조사는 기대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둘째, 내부 리스크 관리의 투명성이다. 사고 데이터, 시스템 한계 분석 기록, 의사결정 문서는 향후 소송에서 제조사의 ‘예견 가능성’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셋째, 징벌적 배상의 현실화다. 기업이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고도 개선을 지연하거나 위험을 축소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대규모 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테슬라는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에서는 징벌적 배상 적정성, 주법 적용 범위, 증거 채택 적법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1심이 사실관계와 배심 판단의 정당성을 명확히 지지한 만큼, 판결을 뒤집기 위한 법리적 문턱은 높아진 상태다.
이번 판례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와 법적 책임 기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자동화 기술이 아직 완전 자율 단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소비자 기대와 실제 기능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제조사의 책임은 확대될 수 있다.
자율주행 경쟁은 이제 성능을 넘어 ‘책임 설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 혁신과 함께 위험 고지, 기대 관리, 내부 통제 체계의 투명성이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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