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총장 심종혁)가 코스닥 상장 콘텐츠 기업 ㈜에피소드컴퍼니(대표이사 김동하)와 6월 16일 AI 콘텐츠 분야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원장 현대원)이 주도한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관 간 협력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AI가 콘텐츠 산업의 제작 문법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에서, 대학의 연구 역량과 현업 기업의 제작 노하우를 결합해 '교육-연구-출원-사업화'로 이어지는 입체적 산학 생태계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콘텐츠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산업 사업체의 생성형 AI 활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창·제작이 산업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산업 특성상 일자리 대체가 아닌 과업의 전환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 대학 교육이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가운데,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이 에피소드컴퍼니와 손을 잡은 것은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구체적 응답으로 읽힌다.

협약식은 서강대학교 총장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서강대 측에서는 심종혁 총장, 현대원 가상융합전문대학원장, 박선호 연구교수가 자리했으며, 에피소드컴퍼니 측에서는 김동하 대표이사, 박창신 의장, 정경석 CMO, 송은호 에피소드미디어 본부장이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 기관의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을 가볍지 않게 여기고 있음이 읽혔다. 심종혁 총장은 협약식에서 "AI는 콘텐츠 산업의 문법을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를 이끌 인재는 현장과 맞닿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밝히며 "에피소드컴퍼니와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AI 기반 콘텐츠 및 미디어 분야의 실무형 기술 커리큘럼을 양 기관이 공동 설계·운영한다. 현장 전문가가 직접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구조여서, 대학원생들이 이론과 실무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정부지원 연구과제와 산학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며, 영상·애니메이션·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AI 콘텐츠 기술 및 특허 지식재산(IP)을 공동으로 연구·출원한다. 대학원생의 연구 성과가 에피소드컴퍼니의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연계 협력도 포함됐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결과물이 현장에서 쓰이는 경험을, 기업 입장에서는 R&D 파이프라인 확충의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되는 구조다.
에피소드컴퍼니는 콘텐츠 제작부터 셀럽 매니지먼트, 커머스, IP 라이선싱까지 전 영역을 내재화한 국내 유일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꼽힌다. AI 기반 애니메이션과 음원 제작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이 회사는 최근 키즈 콘텐츠 중심에서 영화·드라마·웹콘텐츠·커머스를 아우르는 종합 IP 기업으로의 재편을 공식화했다. 단순 라이선스 판매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회사 관계자는 "IP를 단순히 공급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IP 오너십과 사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지 파트너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콘텐츠 권리를 직접 통제하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디즈니식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미 중국 국영기업 바오리그룹과 협력해 현지 합작 형태로 IP를 개발·유통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배달의 영웅'이 중국 전역에서 개봉했다. 경영 체제 측면에서는 쇼박스 출신인 김동하 대표가 사업 실행과 유통을 담당하고, 박창신 의장은 IP 전략과 계열사 조정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서강대학교 가상융합전문대학원은 AI와 가상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미디어 콘텐츠 인재를 양성하는 특화 교육·연구 기관이다. AI 콘텐츠, 메타버스, XR(확장현실) 등 신기술 기반의 미디어 환경을 연구하고 이를 실무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상융합전문대학원이 이번 협약을 주도했다는 것은, 단순한 학교 차원의 산학협력이 아닌 AI 기반 미디어 콘텐츠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한 전략적 파트너십임을 뜻한다.
한국 IP 산업은 브랜드 파워와 높은 팬덤 소비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IP 수익의 해외 편중, 제작사 중심 구조, 글로벌 유통·라이선싱 역량 부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과제다.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 중 하나는 AI 제작 기술의 내재화다. AI를 활용하면 제작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이를 IP로 확장하는 사이클을 빠르게 돌릴 수 있다. 서강대와 에피소드컴퍼니의 이번 협약이 단순한 교육 협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교육-연구-출원-사업화'로 이어지는 입체적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델이 실효를 거두려면 학생 연구자와 현업 전문가 사이의 실질적 협업 채널이 열려야 하고, 공동 출원 특허 IP의 수익 배분과 사업화 경로에 대한 명확한 합의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협약서 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의 공동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선순환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은 한국 AI 콘텐츠 산업이 필요로 하는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현장과 분리된 교육,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연구의 한계를 넘어, 대학과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모델이다. AI가 콘텐츠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생태계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