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2025년에도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했다. 글로벌 운영에 사용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매칭했고, 이는 3년 연속 달성한 기록이다. 전기 배송차는 5만2700대를 넘어섰고, 전기차로 배송한 물량은 24억개에 달했다. 배송 단위당 탄소배출은 전년보다 7% 줄었다.

그러나 같은 해 아마존의 전체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아마존의 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절대 탄소배출량은 8085만tCO₂e로 2024년의 6955만tCO₂e보다 16% 증가했다. 매출 1달러당 탄소배출량으로 측정한 탄소집약도 역시 3% 상승했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글로벌 운영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후 서약’을 내걸고 있지만, AI와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물류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탄소 감축의 길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숫자는 AI 시대 빅테크가 마주한 가장 큰 역설을 보여준다.

AI는 에너지를 아끼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물류 경로를 최적화하고, 창고의 재고를 줄이며, 냉난방 장비의 이상을 감지하고, 포장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마존 역시 AI를 통해 820개 건물에서 누수와 냉난방 이상, 운영 효율화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I는 동시에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 증설을 요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려면 고성능 GPU와 AI 전용 반도체, 대규모 네트워크, 고밀도 서버 랙,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챗봇에 질문을 던지고, 기업이 AI 모델을 서비스에 붙이고, 개발자가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데이터센터 안에서 전기로 작동한다.

아마존은 보고서에서 2025년 전력 관련 간접배출이 전년보다 34% 늘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확대, 배송망 전동화, 건물 전기화가 주요 배경이다. 특히 AWS는 2025년 4분기에만 1.2기가와트 이상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아마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AI 산업은 지금 “더 큰 모델, 더 많은 데이터센터, 더 많은 전력”이라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인도, 중동에서는 데이터센터 부지와 송전망, 원전 전력계약,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AI는 소프트웨어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력과 물, 토지, 반도체, 건설자재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중후장대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 문제를 효율과 청정전력 투자로 풀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AWS 데이터센터의 2025년 평균 전력사용효율지수(PUE)는 1.14였다. PUE는 데이터센터가 실제 컴퓨팅 외 냉각과 조명, 전력 변환 등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좋다. 아마존은 이 수치가 퍼블릭 클라우드 업계 평균보다 약 9%, 기업 자체 운영 데이터센터 평균보다 약 30%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AI 전용 칩도 같은 논리로 소개됐다. 아마존은 Trainium3가 이전 세대보다 전력 1메가와트당 AI 응답 생성량을 5배 이상 높이고, 전력당 성능도 4배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AI 연산을 하겠다는 접근이다.

문제는 효율이 좋아져도 총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력 효율은 개별 AI 작업의 에너지 비용을 낮춘다. 그러나 AI가 더 저렴해지고 더 쉽게 배포되면 기업과 사용자는 더 많은 AI 기능을 쓰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반동 효과’라고 부른다. 효율 개선이 소비 절감으로 직결되지 않고, 오히려 사용량 증가를 부르는 현상이다.

아마존의 2025년 보고서는 바로 이 반동 효과를 보여준다.

배송 단위당 배출은 줄었다. 데이터센터 효율도 개선됐다. 재생에너지 매칭도 100%를 달성했다. 그러나 전체 사업 규모가 커지고 AI·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절대 배출량은 증가했다.

아마존은 이를 장기 전략의 일부로 설명한다. 2019년 이후 매출은 156% 증가했지만, 탄소집약도는 장기적으로 38% 낮아졌다는 것이다. 즉 성장과 배출을 완전히 분리하지는 못했지만, 매출 증가보다 탄소 증가 속도를 낮추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에서 절대 배출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업의 매출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배출 총량 증가가 충분히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특히 아마존처럼 전 세계 물류와 클라우드 인프라, 콘텐츠 제작, 디바이스 판매, AI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은 공급망과 데이터센터 확장 자체가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아마존의 다음 시험대는 재생에너지 ‘매칭’을 넘어 실제 시간대와 지역 단위의 무탄소 전력 사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재생에너지 100% 매칭은 연간 기준으로 사용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약하거나 조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쓰는 순간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서 실제로 무탄소 전기가 공급됐는지와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아마존도 보고서에서 앞으로 운영에 쓰이는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 시대 에너지 책임의 기준이 “얼마나 많은 재생에너지 계약을 했는가”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전력으로 AI를 운영했는가”로 옮겨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마존은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원자력과 소형모듈원자로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국 전력망에 2039년까지 5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 기존 원전에서 1900메가와트의 전력을 장기 조달하는 계약도 그 일부다.

AI 시대의 탄소중립은 더 이상 태양광 패널 몇 장이나 전기차 몇 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게 증설할 것인지, AI 모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전력망을 누가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 그리고 기업의 성장을 어디까지 환경 부담과 분리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아마존의 보고서는 친환경 성과를 보여주는 문서이면서 동시에 불편한 사실도 인정한다.

AI는 지속가능성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AI 수요가 폭발하는 순간, 그 AI를 움직이는 인프라 자체가 새로운 환경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AI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기술이 될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를 더 빠르게 만드는 새로운 전력 소비 산업이 될 것인가.

아마존의 2025년 성적표는 아직 그 답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