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이해하려면 데이터센터만 봐서는 안 된다.

아마존은 AI 기업이자 클라우드 기업이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기업 중 하나다.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한 상품은 창고에서 분류되고, 포장되고, 트럭과 항공기, 선박, 배송차를 거쳐 집 앞에 도착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과 포장 폐기물, 반품, 식품 폐기, 배송기사 노동환경이 함께 발생한다.

아마존의 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도 물류 현장에 있다.

아마존은 2025년 전 세계에서 5만2700대 이상의 전기 배송차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의 3만1400대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전기 배송차를 통한 배송 물량은 24억개였고, 2023년 이후 누적 전기 배송 물량은 45억개를 넘었다.

전기차 확대는 아마존의 탄소 감축 전략에서 가장 직관적인 영역이다.

배송 밴은 도시와 주거지역을 매일 이동한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면 배출가스와 소음,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3만7400대, 유럽에서 1만900대, 인도에서 4400대의 전기 배송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380개 배송 거점에 5만500개 이상의 충전기를 갖추며 민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대형 운영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전기 배송차가 많아졌다고 해서 물류의 환경 부담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송의 탄소발자국은 차량 연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상품이 어느 창고에 보관되는지, 주문이 몇 개의 박스로 나뉘는지, 고객이 얼마나 빨리 배송받기를 원하는지, 항공 운송이 얼마나 쓰이는지, 반품률이 얼마나 높은지, 배송차가 얼마나 많은 빈 공간을 싣고 움직이는지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은 이 문제를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로 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재고를 고객과 더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지역화 전략을 통해 미국에서 1억2700만 마일의 차량 이동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일·익일 배송 비중은 38% 늘었고, 배송 효율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빠른 배송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물류와 더 많은 차량 이동을 부르는 서비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고가 고객 가까이에 있고 주문을 묶어서 처리하며 배송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다면, 빠른 배송과 탄소 감축이 반드시 충돌하지는 않을 수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이 이미 예정된 배송에 상품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과 ‘아마존 데이’ 같은 묶음 배송 옵션을 통해 2025년 약 4억9900만건의 배송 이동, 4억7100만개의 박스, 24만8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했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이 역시 소비자 행동이 관건이다.

배송을 묶어 받는 선택지가 있어도 소비자가 즉시 배송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면 효율 개선 효과는 줄어든다. 전자상거래의 진짜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차량 교체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더 빠른 배송’과 ‘더 적은 포장’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플랫폼이 어떤 배송 옵션을 기본값으로 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

포장재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존은 2025년 북미에서 자동 포장기계를 종이 봉투 생산 방식으로 바꿔 일회용 비닐봉투 2억8800만개를 줄였다고 밝혔다. 북미 배송의 73%는 가정 재활용 체계에서 처리 가능한 포장재로 이뤄졌으며, 2024년의 63%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202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줄인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는 22만3616t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2015년 이후 경량화와 맞춤 포장으로 540만t의 포장재 사용을 피했다고 설명한다.

아마존의 포장 전략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제품 자체 포장으로 보내는 ‘회피’, 상품에 맞는 크기의 상자를 쓰는 ‘최적화’, 종이 기반 재활용 포장으로 옮기는 ‘전환’, 그리고 신소재와 자동화 설비를 시험하는 ‘혁신’이다.

특히 AI는 포장 영역에서도 사용된다.

아마존은 상품의 형태와 파손 가능성, 고객 피드백, 배송 조건 등을 분석해 수백만개 상품 조합에 맞는 포장 방식을 추천하는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상자 크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파손을 막으면서도 재료를 최소화하는 최적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장재 감축의 한계도 분명하다.

종이 포장은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 자체의 생산과 운송, 재활용 체계에도 환경 비용이 든다. 또 온라인 쇼핑이 계속 늘면 개별 포장재 사용량을 줄여도 전체 포장 물량은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닐을 종이로 바꿨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포장 자체를 얼마나 없앴는가”다.

아마존은 상품 제조사가 만든 원래 포장 그대로 배송하는 ‘제품 포장 배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배송의 11%가 추가 아마존 포장 없이 이뤄졌고, 2020년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79억개의 상품이 이런 방식으로 배송됐다.

반품과 폐기물도 물류 지속가능성에서 빠질 수 없다.

아마존은 2025년 상품 생애주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640만건의 반품을 막았고, 고객 반품 제품을 재판매·기부·수리·재활용하는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독립 판매자 재고 가운데 5억2900만개 상품을 재판매하거나 기부했고, 전 세계에서 2억1600만개 상품을 기부하거나 판매자의 기부를 지원했다.

이런 순환경제 전략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반품은 편리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클릭 몇 번으로 옷을 여러 사이즈 주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려보낸다. 하지만 반품된 상품은 다시 판매되지 못하면 폐기되거나 재포장·재운송 과정을 거친다. 물류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판매 이후의 제품 생애까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장비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회사는 2023년 이후 노후 장비의 기능성 하드디스크를 통합·재사용해 신규 하드디스크 구매 100만개 이상을 피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는 데이터센터 장비 재사용과 재판매를 통해 약 22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았다고 추산한다.

이는 AI 시대 지속가능성의 또 다른 핵심을 보여준다.

AI 모델을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서버와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그 장비를 얼마나 오래 쓰고 얼마나 재사용하며 얼마나 자원을 회수할 것인지가 새로운 환경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 산업의 환경 문제는 전력과 물에만 있지 않다. 서버, 하드디스크, 반도체, 냉각장비, 배터리, 포장재, 폐기물까지 모두 연결돼 있다.

아마존은 2025년 전체 배송 단위당 폐기물을 전년보다 5% 줄였고, 전체 폐기물의 84%를 매립지나 에너지 회수 없는 소각 대신 재활용·퇴비화·에너지 회수 경로로 돌렸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여전히 더 큰 질문 앞에 서 있다.

더 많은 상품을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멀리 보내는 사업 모델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가.

전기차를 늘리고, 포장을 줄이고,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반품을 재판매로 돌리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 규모 자체가 계속 늘어난다면, 효율화는 성장의 환경 비용을 늦출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수 있다.

아마존이 풀어야 할 과제는 ‘친환경 배송’의 기술적 완성만이 아니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인지, 아니면 소비 자체의 방식과 속도를 바꾸는 것이 지속가능성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전기 배송차 5만2700대는 분명 변화의 상징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 전기차가 실어 나르는 소비의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을 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