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전기를 많이 쓴다.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물을 소비하고, 반도체와 서버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구글은 반대의 주장도 한다.

AI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2026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2025년 자사의 9개 서비스가 개인과 도시, 기업 파트너의 탄소배출을 합쳐 약 4100만tCO₂e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구글의 2025년 전체 탄소배출량 약 1450만tCO₂e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글이 말하는 AI의 환경 편익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집중된다.

에너지, 교통, 재난 대응이다.

첫 번째는 에너지 효율화다.

구글의 Nest 온도조절기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실내 환경을 학습해 냉난방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구글은 2025년 Nest가 고객의 에너지 사용량을 280억kWh 이상 절감했고, 약 880만tCO₂e의 탄소감축을 지원했다고 추산한다.

집마다 보면 작은 온도 조절일 수 있다. 하지만 수천만 가구가 냉난방 설정을 조금씩 바꾸면 전체 에너지 수요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구글은 AI가 이런 ‘작은 선택의 집합’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같은 접근을 취한다.

구글의 Solar API는 항공사진과 AI를 활용해 건물 지붕의 형태, 주변 건물과 나무의 그림자, 일사량 등을 분석한다. 태양광 설치업체나 지방정부, 에너지 기업이 어떤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구글은 2025년 Solar API가 미국에서 약 130만tCO₂e의 감축을 지원했다고 추정한다.

두 번째는 교통이다.

구글 지도는 연료 효율이 높은 경로를 추천한다. 단순히 가장 빠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엔진 유형, 교통량, 도로 경사, 정체 상황 등을 고려해 연료나 전기 사용량이 적은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 기능이 2025년 약 300만tCO₂e의 탄소감축을 지원했다고 설명한다.

걷기와 대중교통을 함께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목적지까지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자동차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경우, 지도 서비스가 대체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 기능을 통해 2025년 1억8000만건 이상의 이동이 자동차에서 저탄소 이동수단으로 전환됐고, 약 7만5000tCO₂e의 감축이 가능했다고 추산한다.

교통 신호 최적화도 AI의 영역이다.

구글의 Green Light는 지도 데이터와 교통 흐름을 분석해 도시 교차로의 신호 시간을 조정하도록 돕는다. 차량이 불필요하게 멈췄다가 출발하는 일을 줄이면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 도심 정체를 함께 낮출 수 있다.

구글은 2025년 Green Light가 약 1만3000tCO₂e의 감축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항공과 재난 대응이다.

항공기의 비행운은 단순한 구름이 아니다. 비행운은 대기 중 열을 가두며 항공산업의 온난화 영향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비행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고도와 기상 조건을 예측하고, 항공기가 약간 높거나 낮은 고도로 비행하도록 제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비행운 예측 모델은 2025년 약 380tCO₂e의 연산 관련 배출을 발생시켰지만, 이를 통해 약 3000tCO₂e의 온난화 영향 감소를 지원했다. 모델 운영의 환경 비용보다 약 7배 큰 기후 편익을 냈다는 주장이다.

AI는 재난 대응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2025년 기준 약 150개국, 20억명 이상에게 하천 홍수 예측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홍수 위험을 최대 7일 전부터 예측해 검색과 지도 서비스, 경보 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2026년에는 도시 지역의 돌발홍수 위험을 최대 24시간 전 예측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산불 분야에서는 FireSa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해상도 적외선 위성과 AI 분석을 결합해 산불의 위치와 규모, 열 강도를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려는 프로젝트다.

이 기술은 산불이 대형화되기 전 조기에 발견해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산불은 인명과 재산 피해뿐 아니라 대량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 직접 연결된다.

구글은 농업에서도 AI의 역할을 강조한다.

인도에서는 AI 기반 몬순 예측 모델을 활용해 3800만명의 농민에게 우기 시작 시점을 예측한 정보를 제공했다. 농민은 파종 시기와 작물 관리 계획을 더 일찍 세울 수 있게 된다.

AI가 기후위기의 해결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이 편익을 어떻게 계산하고 검증하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Google Maps가 연료 효율 경로를 추천했다고 해서, 그 경로를 이용한 모든 운전자가 실제로 더 적은 연료를 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Nest가 온도를 조절했다고 해서, 그 가구의 에너지 절감이 전적으로 AI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태양광 설치와 교통 신호 개선, 항공 경로 조정 역시 여러 기업과 정부기관, 이용자의 행동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구글도 이런 한계를 의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사의 역할이 직접적인 감축 수행자인 경우도 있고, 의사결정을 돕는 데이터 제공자나 시장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감축량을 추정할 때도 구글 기술이 실제 행동 변화에 충분히 기여했는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AI가 가능하게 한 감축량’은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AI가 환경에 기여하는 정도를 숫자로 보여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숫자가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전력·물·반도체·건설 배출을 자동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구글도 이 긴장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AI의 환경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AI의 자원 집약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힌다. AI가 산불을 예측하고 교통을 최적화하는 데 쓰일 수 있지만, 그 AI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 전력과 물 부족에 의존한다면 ‘순환경 편익’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AI의 환경 가치는 두 개의 질문으로 판단해야 한다.

첫째, AI가 실제로 사회 전체의 배출과 환경 피해를 얼마나 줄이는가.

둘째, 그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과 물, 자원과 탄소를 소비하는가.

좋은 AI는 단순히 정확도가 높은 AI가 아니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큰 환경 편익을 만드는 AI여야 한다.

구글은 AI를 기후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 도구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약속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AI가 줄인 배출량뿐 아니라 AI 인프라가 늘린 배출량도 함께 공개하고 비교해야 한다.

AI는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AI가 얼마나 적은 자원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