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Microsoft는 ‘EvilTokens’라는 사이버범죄 플랫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2026년 2월 등장한 이 서비스는 몇 달 만에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조직에서 1만2천 개가 넘는 이메일 계정을 침해하는 데 이용됐다. 금융·부동산·건설·의료·교육 등 피해 업종도 다양했다. Microsoft는 관련 웹사이트 50개를 압류하고 150개 이상의 도메인을 차단했으며, 영국에서는 관련 혐의를 받는 남성 2명이 체포됐다.

https://blogs.microsoft.com/on-the-issues/2026/09/22/disrupting-eviltokens-the-ai-chatbot-built-for-cyber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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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Tokens가 기존 사이버범죄 도구와 달랐던 점은 AI가 공격 과정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계정을 탈취한 뒤에는 AI가 피해자의 메일함을 분석해 송금이나 청구서와 관련된 대화를 찾고, 조직 내 역할과 신뢰 관계를 파악했다. 돈을 움직일 권한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를 사칭하고 누구에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찾아냈다. 사람이 수많은 메일을 직접 읽으며 파악해야 했던 정보를 AI가 대신 분석한 것이다. 공격 과정도 하나의 서비스처럼 묶여 있었다. EvilTokens는 초기 가입비 1,500달러와 월 500달러에 판매됐으며, 계정 침해부터 메일 분석, 표적 선정, 사기 준비까지 필요한 기능을 한곳에서 제공했다. Microsoft 조사에서는 플랫폼의 상당 부분을 만드는 데에도 AI 기반 코딩이 활용된 정황이 확인됐다. 공격 도구를 만드는 과정과 실제 공격을 수행하는 과정 모두에 AI가 사용된 셈이다.

때문에 Microsoft는 EvilTokens를 단순히 AI를 이용한 피싱 도구로 보지 않았다. 기존에는 계정을 탈취하더라도 공격자가 수많은 메일을 직접 읽고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그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Microsoft는 이메일 계정이 침해된 이후 범죄자가 그 안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며칠이 아니라 몇 분’으로 가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변화는 새로운 해킹 기법의 등장보다, 기존 공격에 필요했던 시간과 노동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피싱도, 계정 탈취도, 이메일을 이용한 금융사기도 이전부터 존재했다. 달라진 것은 공격자가 직접 해야 했던 분석과 판단의 일부를 AI가 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명의 공격자가 살펴볼 수 있는 계정과 조직의 수가 늘어나고, 공격 대상을 고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공격 자체가 새로워졌다기보다 기존 사이버범죄를 더 빠르고 큰 규모로 반복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공격자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AI가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면, 같은 능력을 취약점을 발견하고 공격을 막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사이버보안의 반대편에서도 AI를 이용해 사람이 찾기 어려웠던 취약점을 더 빠르게 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AI가 취약점도 더 빨리 찾는다

Microsoft는 매달 ‘Patch Tuesday’라 불리는 정기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한다. Windows와 Office를 비롯한 여러 제품에서 발견된 보안 문제를 모아 수정하는 날로, 기업과 기관의 IT 담당자들에게는 익숙한 일정이다. 하지만 9월 업데이트에서 수정된 취약점의 수는 이례적이었다. 집계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약 972개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Critical 등급도 110개가 넘었고, 실제 공격에 이용되고 있던 취약점도 포함됐다. 이런 증가세는 9월에만 나타난 것도 아니다. 2026년 들어 Microsoft가 수정한 취약점은 2,760개에 이르며, 지난해 전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그렇다면 취약점 자체가 갑자기 그만큼 늘어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를 더 많이 찾아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보안 업계에서는 취약점을 찾는 방식 자체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AI가 있다.

기존에는 보안 전문가가 방대한 코드를 살펴보며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고, 실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하나씩 검증해야 했다.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제는 이 과정의 일부를 AI가 맡기 시작했다.

Microsoft가 지난 5월 공개한 ‘MDASH’가 대표적인 사례다. MDASH는 하나의 AI 모델에 모든 작업을 맡기는 대신, 100개가 넘는 전문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코드를 분석한다. 한쪽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아내면 다른 에이전트가 이를 검토하고, 실제 공격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여러 보안 전문가가 역할을 나눠 문제를 검토하던 방식을 AI 에이전트로 확장한 셈이다.

https://www.microsoft.com/en-us/security/blog/2026/05/12/defense-at-ai-speed-microsofts-new-multi-model-agentic-security-system-tops-leading-industry-benchmark
https://www.microsoft.com/en-us/security/blog/2026/05/12/defense-at-ai-speed-microsofts-new-multi-model-agentic-security-system-tops-leading-industry-benchmark

MDASH는 실제 제품의 취약점을 찾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Microsoft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이용한 보안 연구에서 발견된 Windows 네트워크와 인증 관련 취약점 가운데 16개가 지난 5월 실제 보안 업데이트에 포함됐다. AI가 보안 연구자를 보조하는 실험을 넘어, 실제 제품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과정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9월에 수정된 약 972개의 취약점을 설명할 수는 없다. 972개 가운데 AI가 찾아낸 취약점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도 아니다. 제품의 범위가 넓어지고 보안 연구가 활발해지는 등 취약점 발견량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취약점을 찾는 방식의 변화다. 사람이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코드의 양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여기에 AI가 들어오면 더 많은 코드를 반복해서 살펴보고, 의심되는 부분을 골라내고, 보안 연구자가 확인해야 할 대상을 좁힐 수 있다. 사람이 하던 보안 연구를 완전히 대신한다기보다, 사람이 살펴볼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취약점 발견량이 늘어나는 현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더 많은 취약점이 발견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문제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 AI가 보안에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방어 기술 하나가 추가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범위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앞서 살펴본 EvilTokens와 묘한 대칭이 만들어진다. EvilTokens는 공격자가 탈취한 계정을 분석하고 공격 대상을 찾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 MDASH에서는 같은 AI가 방대한 코드에서 취약점을 찾아내고 검증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AI가 한쪽에서는 공격을 돕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공격에 이용될 수 있는 문제를 빠르게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AI가 공격하고, AI가 막는다

이런 변화는 Microsoft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EvilTokens가 공개된 같은 날, 보안기업 Palo Alto Networks도 AI를 활용한 새로운 보안 서비스를 발표했다. Claude와 GPT 계열 모델 등을 활용해 웹 애플리케이션과 API, 클라우드 환경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취약점이나 공격 가능성이 있는 경로를 찾아낸 후, 문제가 발견되면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 방법까지 제안한다.

https://www.paloaltonetworks.com/company/press/2026/palo-alto-networks-delivers-anthropic-s-mythos-and-openai-s-gpt-5-6-to-customers-with-unit-42-continuous-frontier-ai-defense
https://www.paloaltonetworks.com/company/press/2026/palo-alto-networks-delivers-anthropic-s-mythos-and-openai-s-gpt-5-6-to-customers-with-unit-42-continuous-frontier-ai-defense

설명만 놓고 보면 아주 새로운 기술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이버보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화된 시스템을 이용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AI가 들어왔다는 것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차이는 자동화하는 대상에 있다. 기존의 보안 자동화가 미리 정해놓은 규칙과 조건을 바탕으로 문제를 찾아내는 데 강했다면, 최근의 AI는 여러 정보를 함께 분석해 어떤 문제가 실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단순히 ‘이상한 것이 있는지’를 찾는 것에서, ‘이 문제가 실제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쪽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Palo Alto Networks가 제시한 방식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가 시스템을 한 번 검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공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다. 문제가 발생한 뒤 이를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공격이 일어나기 전에 공격자의 입장에서 시스템을 먼저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공격자의 입장에서도 이 능력은 유용하다. Microsoft는 최근 AI가 개별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약점을 연결해 하나의 공격 경로를 구성하거나 실제 공격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까지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어자가 공격자의 시선으로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AI를 사용한다면, 실제 공격자 역시 같은 기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공격과 방어의 경계가 흥미로워진다. 서로의 목적은 정반대지만 AI에게 시키는 일에는 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살펴보고, 약점을 찾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뒤,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를 좁혀나간다. 같은 능력이 어느 쪽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공격 도구가 되기도 하고 방어 도구가 되기도 한다.

AI가 완전히 새로운 사이버 공격이나 방어 방식을 만들어냈다기보다,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탐색과 분석의 일부를 AI가 맡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자는 더 빠르게 공격할 방법을 찾고, 방어자는 더 빠르게 취약점을 찾아낸다. 결국, 사이버보안에서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공격과 방어의 속도다.

발견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 시간이다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위험성을 판단하고 수정한 뒤, 다른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확인해 시스템에 적용해야 한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수백 개의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무엇부터 대응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972개의 취약점도 이런 의미에서 볼 필요가 있다. AI가 더 많은 문제를 빠르게 찾아낼수록 보안 담당자가 확인하고 판단해야 할 대상도 늘어난다. 발견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그 이후의 검증과 수정, 적용까지 저절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이 찾아내는 능력만큼 무엇을 먼저 고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해진다. 실제 공격에 이용되고 있는지, 피해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야 위험한 문제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

AI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빠르게 만들고 있다면, 취약점을 발견하는 속도만 빨라져서는 충분하지 않다. 발견 이후의 판단과 대응도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