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불안 요인이 소외감에 미치는 영향 : 이용빈도와 직업 대체 가능성, 사회적 위협 인식을중심으로(2026)
최종환·백상기
https://doi.org/10.22718/kga.2026.10.4.031
생성형 AI를 둘러싼 불안을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는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종환·백상기의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사람들이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보다 AI가 자신의 직업과 사회적 위치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인식하는가에 주목한다. 연구가 제시하는 경로는 ‘직업·사회적 자원의 상실 위협 → 기술 적응 불안 → AI 관련 대화에서의 소외감’이다.

불안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연구가 AI 불안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자원보존이론을 끌어온 대목이다. 사람에게 직업은 월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년간 쌓은 전문성, 조직 안에서의 역할, 사회적 지위, 자기효능감도 직업에 붙어 있다. 따라서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은 아직 해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이미 ‘자원을 잃을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연구자들은 이를 기술 사용의 어려움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직업적·사회적 자원의 상실 가능성에 대한 정서적 반응으로 정의한다.
실제 분석에서도 이 관점이 드러난다. 667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이용빈도 자체는 기술 적응 불안과 유의한 관계가 없었다. 반면 사회 전체의 직업 대체 인식(β=.230), 자신의 직업 대체 인식(β=.186), 사회경제적 격차 심화 인식(β=.104)은 불안과 유의하게 연결됐다. 창의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과 인간이 AI 통제권을 잃을 것이라는 인식은 다른 요인을 함께 고려한 회귀분석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여기서 AI 불안의 지도가 조금 달라진다. ‘AI가 인간보다 창의적이 될 것인가’나 ‘AI가 인간을 통제할 것인가’ 같은 거대한 질문보다, “내 일이 없어질 수 있는가”, “AI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는가”라는 생활 세계의 문제가 불안과 더 가까이 붙어 있었다.
남의 직업보다 ‘사회 전체’와 ‘내 직업’이 중요했다
연구는 직업 대체 인식을 사회적 대체, 주변인의 대체, 개인적 대체로 나눴다. 이 구분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가족이나 친구가 AI 때문에 직업을 잃을지 모른다는 ‘주변인 대체’는 다른 요인을 통제한 뒤 불안을 유의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반면 사회 전체에서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과 자신의 일이 대체될 것이라는 인식은 남았다.
두 변인은 얼핏 반대편에 놓여 있다. 하나는 거시적이고 하나는 개인적이다. 하지만 둘 다 자신의 위치를 재계산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뉴스에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작업실이나 사무실에서는 AI가 자신이 하던 업무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장면을 본다. 연구 결과는 이 두 층위가 기술 적응 불안과 맞물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소외는 ‘대화에 끼지 못하는 순간’으로 나타난다
이 논문의 독특한 개념은 ‘AI 관련 대화 소외감’이다. 거대한 사회철학적 소외 대신, 사람들이 AI 이야기를 나눌 때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는 상황을 측정한다. 연구에서 소외감은 “생성형 AI 관련 대화를 나누면서 대화 흐름을 잘 못 따라가는 것 같다”는 경험으로 조사됐다.
이 지점에서 불안이 중요한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불안과 소외감의 상관은 r=.501로 연구에 포함된 변수 가운데 두드러졌고, 불안을 회귀모형에 추가하자 소외감에 대한 모형의 설명력은 19.1%에서 32.3%로 증가했다. 불안 자체도 소외감과 강한 정적 관계를 보였다(β=.423).
특히 사회적 직업 대체 인식은 불안을 넣기 전에는 소외감과 유의한 관계가 있었지만(β=.177), 불안을 투입하자 β=.079로 줄어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개인적 직업 대체 역시 β=.174에서 .096으로 감소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직업 대체에 대한 우려가 기술 적응 불안을 거쳐 대화 소외감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의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많이 사용하는 사람도 불안하지만, 대화에서는 덜 밀려난다

생성형 AI 이용빈도는 불안을 낮추지 못했다. 많이 쓴다고 ‘AI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감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용빈도가 높을수록 대화 소외감은 낮았다. 상관분석에서는 이용빈도와 소외감이 r=-.110이었고, 불안을 포함한 회귀모형에서도 부적 관계가 유지됐다.
따라서 이 연구가 그리는 생성형 AI 시대의 격차는 ‘사용자와 비사용자’라는 한 줄짜리 구도가 아니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가, 자신의 직업을 지킬 수 있다고 느끼는가,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에 관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가가 서로 다른 층위로 움직인다.
표 4와 표 6을 함께 읽으면 논문의 핵심이 선명해진다. 표 4에서는 불안을 설명하는 힘이 기술 사용량보다 직업 대체와 격차 인식에서 나타난다. 표 6에서는 이 불안이 다시 대화 소외감과 연결되는 중심 변수로 들어온다. 결국 이 논문이 보여주는 생성형 AI 불안은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서 생기는 공포보다는, 기술 변화 속에서 자신의 직업적·사회적 위치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때 형성되는 감정에 가깝다. AI 시대의 새로운 격차가 컴퓨터 화면 앞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대화 테이블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