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ve AI and the uneven disruption of freelance labor: Exposure, diffusion, and adaptation under constraint (2026)
Zeljko Tekic , Yury Omelchenko, Arina Dunaeva
https://doi.org/10.1016/j.techsoc.2026.103464
접근이 제한된 러시아 프리랜서 시장에서 드러난 AI 충격의 속도와 형태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많다. 글쓰기와 번역처럼 언어모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일수록 위험하다는 ‘AI 노출도’ 연구도 쌓여 있다. 문제는 노출도가 높다고 해서 실제 일자리가 바로 줄어드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업무에 집어넣을 수 있어야 하며, 고객도 그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Zeljko Tekic 등의 2026년 논문 「Generative AI and the uneven disruption of freelance labor」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든다.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그 능력이 언제 실제 시장 변화로 번역되는가를 묻는다. 이를 위해 2022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러시아의 서비스 플랫폼 Profi.ru에서 활동한 1만1894명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글쓰기, 번역,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래밍, 웹개발을 비교하고, AI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프라인 서비스 종사자를 대조군으로 삼았다.
AI에 ‘노출된 직업’과 ‘사라지는 일’ 사이
기존 연구의 출발점은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와 AI 능력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글쓰기와 번역은 언어모델과 겹치는 부분이 크고, 따라서 높은 AI 노출도를 가진다. 그러나 이런 지표는 AI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려줘도, 그 일이 언제 시장에서 대체될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여기에 기술확산 이론을 끌어온다.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지, 기존 업무 흐름에 맞는지, 사용법을 익히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가 실제 충격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러시아는 흥미로운 실험장이 된다. 연구 기간 러시아에서는 ChatGPT에 공식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고, VPN 등을 통한 사용은 가능했지만 안정적인 업무 시스템으로 통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YandexGPT나 GigaChat 같은 자국 모델도 등장했으나 시장에 막 진입하던 단계였다. 국제 결제망과 해외 프리랜스 시장 접근까지 제한되면서 노동시장의 조건도 함께 변했다. 연구진은 러시아를 생성형 AI가 막힘없이 확산된 시장이 아니라 기술은 알려졌지만 사용에는 마찰이 있는 시장으로 본다.
가장 빨리 줄어든 것은 글과 번역이었다
2023년 2월을 ChatGPT 확산의 기준점으로 잡았을 때 글쓰기·문서작성 분야의 월간 활동 참여율은 대조군에 비해 6.7%포인트 떨어졌고, 번역은 8.7%포인트, 디자인은 4.4%포인트 감소했다. 주문과 수입에서도 같은 방향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가 나타났다.
반면 프로그래밍, 마케팅, 웹개발에서는 같은 수준의 감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서 논문의 첫 번째 균열이 생긴다. AI 노출도 지표만 놓고 보면 마케팅의 AIOE 점수는 1.356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런데 마케팅 시장은 줄어들지 않았다. 반대로 디자인은 0.527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제 주문과 참여율은 감소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노출도 지표가 언어모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이미지 생성 AI의 영향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직업 이름 옆에 붙은 ‘AI 위험도’ 숫자를 그대로 고용 전망으로 읽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고객과 반복해서 협상해야 하는 마케팅, 실제 시스템에 코드를 통합하고 테스트해야 하는 프로그래밍과 웹개발에서는 AI가 작업 일부를 수행해도 프리랜서 자체를 제거하기 어렵다. 반면 결과물이 텍스트 파일 하나로 끝나는 업무에서는 고객이 프리랜서를 거치지 않고 바로 AI로 이동할 수 있다.
같은 충격도 직종마다 다른 속도로 들어왔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시간이다. 글쓰기 분야는 2023년 초를 전후해 주문이 한 단계 내려간 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AI가 이미 충분한 수준의 문장을 만들 수 있었고, 결과물을 기존 작업 과정에 연결하는 데 특별한 장비나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다르게 움직인다. 주문 감소가 한 번에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진다. 이벤트 분석에서도 초기 감소폭보다 8~10개월 뒤 감소폭이 더 커졌으며, 별도의 추세 분석에서도 글쓰기는 ‘즉시 하락’, 디자인은 ‘누적 하락’에 가까웠다.
이 차이는 생성형 AI의 노동 충격을 바라보는 시점을 바꾼다. 어떤 기술이 직업을 위협할 능력을 갖추는 순간과, 시장에서 주문이 실제로 사라지는 순간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한다. 모델 성능뿐 아니라 인터페이스, 가격, 사용법, 결과물의 품질,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연결이 그 간격을 결정한다.
디자인에서는 일이 줄었지만 남은 일의 가격은 올랐다
디자인에서는 한 가지 이상한 움직임이 더 발견된다. 참여율과 주문량은 감소했지만 실제 거래가 발생한 달의 평균 주문금액(AOV)은 0.111 log point 증가했다. 글쓰기와 번역에서는 이런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곧바로 “디자이너가 AI에 적응해 고부가가치 인력이 됐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값싼 작업이 시장에서 먼저 사라졌을 수도 있고, 저가 프리랜서의 활동이 줄었을 수도 있으며, 고객이 작은 작업 여러 건 대신 큰 프로젝트 하나를 주문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지 생성기가 시안 제작, 변형, 간단한 편집을 떠맡으면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지점이 이동할 수 있다. 결과물을 한 장 만드는 능력보다 고객의 요구를 해석하고, 여러 결과물을 묶고, 브랜드와 맥락을 조정하는 일이 주문으로 남는다. 시장 규모는 줄면서 남아 있는 거래의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AI의 충격은 ‘노출도 × 확산 × 업무구조’에서 발생한다
이 논문이 향하는 지점은 AI가 어떤 직업을 없앨 것인가를 다시 순위표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연구진이 제시하는 그림에서는 업무가 AI와 얼마나 겹치는가, AI가 실제로 얼마나 쉽게 보급되는가, 그 업무에 고객관계·통합·판단·맥락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가 함께 작동한다.
이 틀로 보면 프로그래밍의 생존도 안심할 근거는 아니다.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2024년 1월까지 뚜렷한 시장 축소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모델이 코드 생성뿐 아니라 테스트와 배포, 시스템 통합까지 흡수한다면 확산의 다음 단계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디자인의 감소 역시 ‘디자인 직업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디자인 주문이 먼저 제거되고 어떤 일이 남는지가 핵심이다.
논문의 가장 중요한 한계도 여기에 있다. 연구 기간은 러시아 제재와 국제결제 제한, IT 인력 이동이 동시에 발생한 시기다. 따라서 관찰된 감소를 ChatGPT가 직접 일으켰다고 확정할 수 없다. 연구진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프로그래밍·마케팅·웹개발 같은 다른 디지털 서비스와 비교해도 글쓰기·번역·디자인의 감소가 남는다는 점에서, 모든 변화를 러시아 경제의 공통 충격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결국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AI가 내 직업을 할 수 있는가?”보다 조금 더 까다롭다. 고객이 나를 거치지 않고 AI에게 바로 일을 맡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순간에도 사람이 맡아야 하는 다음 단계의 일이 남아 있는가? 프리랜서 노동시장에서 생성형 AI의 경계선은 기술의 능력만으로 그어지지 않는다. 그 선은 고객과 작업자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곳에서 움직인다.
![[논문리뷰]생성형 AI는 누구의 일을 먼저 줄이는가?](https://metax-images-bucket.s3.ap-southeast-2.amazonaws.com/defaults/research3.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