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논문
Liu, A. R., Pataranutaporn, P., & Maes, P. (2025). The Heterogeneous Effects of AI Companionship: An Empirical Model of Chatbot Usage and Loneliness and a Typology of User Archetypes. Proceedings of the AAAI/ACM Conference on AI, Ethics, and Society (AIES 2025).

AI 동반자는 인간관계를 대체하는가?

인공지능은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Replika나 Character.AI 같은 AI 동반자 서비스는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사용자의 말을 비난하거나 거절하지 않는 상대를 제공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AI와의 대화가 외로움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고 보고한다. 반면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거절을 피하기 위해 AI에 의존하다 보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IT 미디어랩의 아우렌 리우(Auren R. Liu)와 연구진은 2025년 발표한 논문 「The Heterogeneous Effects of AI Companionship」에서 이러한 상반된 관점을 검토한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AI가 외로움을 줄이거나 악화시키는 조건이다. 같은 AI를 비슷한 정도로 사용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심리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는 AI 동반자의 정서적 효용이나 인간관계 대체 위험을 각각 설명해 왔다. 그러나 사용자의 성격, 기존 인간관계, AI에 대한 애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나타나는 차이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연구진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을 함께 분석하고, 서로 다른 사용 패턴을 가진 집단을 구분하기로 했다.

[논문리뷰]AI와의 대화는 외로움을 줄일까?
그림.그림 1. 심리적·사회적 특성과 사용 특성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p < 0.05)를 보여주는 상관행렬.

사용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조건이다

연구진은 AI 동반자 챗봇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성인 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로움, 성격, 자존감, 사회적 관계망, AI에 대한 태도와 애착, 이용 빈도 및 대화시간 등을 조사했다. 이후 상관관계와 회귀분석을 통해 외로움에 관련된 변수를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복잡했다. AI와의 대화시간은 외로움과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성격과 사회적 관계 등의 변수를 통제하자 통계적으로 유의한 직접적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이 구축한 회귀모형은 외로움 점수 차이의 약 49.6%를 설명했다. 외로움과 높은 관련성을 보인 변수는 신경증 성향,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 문제적 챗봇 사용 등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사용량과 문제적 사용을 구분했다. 문제적 사용은 이용을 통제하기 어렵거나, 챗봇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등의 패턴을 의미한다. 대화시간과 외로움 사이에서 문제적 사용의 매개효과가 관찰됐지만, 이는 인과관계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또 다른 결과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가까운 사람에게 강한 사회적 매력을 느끼는 집단에서는 AI와의 대화시간이 길수록 외로움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소중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와 실제 AI 사용 행동 사이의 불일치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비슷하게 AI에 의존해도 외로움은 다르다

연구의 중심에는 사용자 유형을 구분한 군집분석이 있다. 연구진은 404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일곱 가지 사용자 유형을 도출했다. AI를 가볍게 이용하는 사람, 기술에 회의적인 사람,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하는 사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AI에 의존하는 사람 등이 구분됐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두 집단의 대비다.

전체의 18.32%를 차지한 '충족감을 느끼는 의존 사용자(Fulfilled Dependent Users)'는 AI 사용량과 문제적 사용 수준이 높았지만, 외로움은 평균보다 낮았다. 이들은 챗봇에 강한 정서적 애착을 보이면서도 현실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했고, 일부는 AI와의 상호작용이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반면 13.61%를 차지한 '외로운 중간 사용자(Lonely Moderate Users)' 역시 문제적 사용 수준이 높았지만, 사회적 교류가 적고 외로움은 높았다. 이들은 AI를 정서적 지지와 동반자 관계의 대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집단 모두 AI에 대한 문제적 사용 지표가 높았지만 심리적 상태는 달랐다. 이는 AI에 대한 의존이 곧 사회적 고립을 의미한다는 가정에 반례를 제시한다. AI와의 관계가 기존 인간관계를 보완하는지, 인간관계를 대신하는지는 사용자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사용자의 초기 이용 동기에서 동반자 관계를 찾으려는 목적은 12.24%에 그쳤다. 기술에 대한 호기심(30.89%)과 오락(26.35%)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AI 동반자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정서적 관계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에게 똑같이 친절한 AI가 바람직할까?

이러한 결과는 AI 동반자의 설계 방향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재 AI 동반자 서비스는 사용자의 참여와 정서적 애착을 유도하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상호작용 방식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이 충분한 사람에게 AI는 감정을 정리하거나 대화를 연습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고립을 보완하는 동시에 사회적 접촉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위험도 있다.

연구진은 사용자별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설계를 제안한다. 문제적 사용이 나타날 때 이용을 조절하도록 돕거나, 인간과의 접촉을 권유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용자와 AI의 관계가 사회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연구가 확인한 것은 한 시점에서 나타난 사용 행동과 심리적 특성 사이의 관계다. AI가 외로움을 변화시켰는지, 원래 외로운 사람이 AI를 다르게 사용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곱 가지 사용자 유형 역시 탐색적 분류이며, 집단 사이의 통계적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연구는 AI 동반자에 대한 논의의 방향을 바꿀 근거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성격과 기존 인간관계뿐 아니라 AI와 장기간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적 행동과 타인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는 사용자의 말을 듣고 공감하며 갈등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현실의 인간관계에 참여할 자신감을 길러주는지, 아니면 타인과의 갈등과 불확실성을 감당할 기회를 줄이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AI 동반자의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려면 결국 AI와 대화하는 순간을 넘어,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까지 관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