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Sleep chart of biological ageing clocks in middle and late life

저자: The MULTI Consortium, Cliodhna Kate O’Toole, Zhiyuan Song, Filippos Anagnostakis, Zhijian Yang, Ye Ella Tian, Michael R. Duggan, Chunrui Zou, Yue Leng, Yi Cai, Wenjia Bai, Cynthia H. Y. Fu, Michael S. Rafii, Paul Aisen, Gao Wang, Philip L. De Jager, Jian Zeng, Hamilton Se-Hwee Oh, Xia Zhou, Keenan A. Walker, Daniel W. Belsky, Andrew Zalesky, Eleanor M. Simonsick, Susan M. Resnick, Luigi Ferrucci, Christos Davatzikos, Junhao Wen et al.

저널: Nature
발표일: 2026년 5월 13일
DOI: 10.1038/s41586-026-10524-5

우리가 몇 시간을 자는지는 몸의 나이와 관련이 있을까?

사람의 나이는 주민등록상의 숫자 하나로 표현된다. 하지만 같은 50세라도 어떤 사람의 심장이나 뇌는 더 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장기는 실제 나이보다 빠르게 노화되어 있을 수 있다.

최근 노화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측정하기 위해 생물학적 노화 시계(biological ageing clock)​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MRI로 장기의 구조를 측정하거나, 혈액 속 단백질과 대사산물의 패턴을 분석해 실제 연령과 비교함으로써 특정 장기나 신체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거나 느리게 노화되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2026년 Nature에 발표된 MULTI Consortium 연구진의 논문 “Sleep chart of biological ageing clocks in middle and late life”​는 여기에 매우 일상적인 질문 하나를 던졌다.

“수면시간은 우리 몸의 생물학적 나이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연구진의 대답은 흥미롭다. 적게 자는 것만 문제가 아니었다. 지나치게 오래 자는 사람에서도 높은 생물학적 노화 신호가 관찰됐다.


하나의 ‘몸 나이’가 아니라 23개의 노화 시계를 비교하다

이 연구가 기존 수면 연구와 다른 점은 뇌 하나만 살펴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UK Biobank의 대규모 자료를 중심으로 23개의 다기관·다중오믹스 생물학적 노화 지표를 구축했다. 여기에는 MRI 기반 장기 노화 지표뿐 아니라 혈장 단백질체(proteomics)와 대사체(metabolomics)를 이용한 노화 지표가 포함됐다. UK Biobank의 기본 수면정보는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수집됐으며, 실제 MRI·단백질체·대사체 분석에는 각 자료를 보유한 하위 표본이 사용됐다.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평균 몇 시간을 자는지를 자기보고 방식으로 응답했다. 연구진은 극단값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주 분석에서 하루 4~10시간의 수면을 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일반화가법모형(GAM)을 이용해 수면과 노화의 관계가 직선인지, U자형인지 또는 다른 비선형 형태인지를 데이터에 따라 추정했다.

즉, 연구자가 처음부터 “7시간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에서 어떤 형태의 곡선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결과 1. 수면과 생물학적 노화 사이에는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23개 생물학적 노화 시계 가운데 9개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비선형 관계가 나타났다.

공통적인 모습은 U자형이었다.

수면시간이 짧아질수록 노화 지표가 높아졌지만, 일정 지점을 지나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도 다시 노화 지표가 높아지는 패턴이었다. 생물학적 연령 차이가 가장 낮게 나타난 지점은 여성에서 약 6.5~7.8시간, 남성에서 약 6.4~7.7시간 사이였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장기의 ‘최적점’이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의 단백질체 기반 노화 지표는 약 7.7시간 부근에서 가장 낮은 노화 부담을 보인 반면, MRI 구조를 이용한 뇌 노화 지표는 약 6.5시간 부근에서 낮은 값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각각의 지표가 포착하는 생물학적 과정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사람에게 정확히 7시간 13분이 최적 수면시간이다”와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면시간과 노화의 관계는 장기와 생물학적 층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지나치게 짧거나 긴 수면이 모두 좋지 않은 생물학적 신호와 함께 나타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잠은 많이 잘수록 좋을까? ‘생물학적 나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림 1. 수면시간과 생물학적 노화의 U자형 관계
  • 폐·뇌·간·면역·피부·내분비·췌장·지방조직 등과 관련된 9개 생물학적 노화시계에서 수면시간이 너무 짧거나 길어질수록 생물학적 연령 차이가 높아지는 U자형 관계가 나타났다. 파란색과 주황색 곡선은 각각 남성과 여성의 추정치를 나타내며, 점선은 성별 표본에서 생물학적 연령 차이가 가장 낮았던 수면시간을 표시한다.


결과 2. 짧은 수면은 특정 장기가 아니라 ‘전신’과 연결됐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수면시간이 실제 질환 발생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분석했다.

분석에서는 6~8시간을 일반적인 수면 구간으로 놓고, 6시간 미만을 짧은 수면, 8시간 초과를 긴 수면​으로 구분했다.

특히 짧은 수면의 연관 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유전적 상관분석에서 짧은 수면은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제2형 당뇨병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 편두통,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및 여러 근골격계·소화기 질환과 관련된 신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비정상적인 수면시간과 150개가 넘는 질환 종점 사이에서 유의한 양의 연관성이 확인됐으며, 특히 짧은 수면에서 광범위한 관계가 관찰됐다.

이는 수면 부족을 단순히 “다음 날 피곤하게 만드는 현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면은 뇌뿐 아니라 대사, 심혈관, 면역, 내분비 등 여러 신체 시스템과 동시에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 3. 너무 오래 자는 것도 같을까? 짧은 수면과는 조금 달랐다

여기서 이 논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나온다.

긴 수면 역시 좋지 않은 건강지표와 관련됐지만, 짧은 수면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유전적 분석에서 긴 수면은 주요우울장애, 조현병, 양극성장애, ADHD, 편두통 등 상대적으로 뇌·정신건강과 관련된 특성에 더 집중된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짧은 수면은 심혈관·대사·근골격·호흡기·정신건강 등 훨씬 광범위한 신체 시스템과 연결됐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긴 수면 자체가 몸을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건강이 나빠지고 있거나 잠재적인 질환이 진행되는 사람이 더 오랫동안 잠을 자게 될 수도 있다. 즉, 긴 수면은 질병의 원인이라기보다 기저 건강문제 또는 생리적 보상과정을 보여주는 지표일 가능성도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8시간 이상 자면 건강에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 논문의 결과를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해석이다.


결과 4. 짧게 자는 사람과 오래 자는 사람의 우울증 경로도 달랐다

연구진은 후기 삶의 우울증(late-life depression)을 이용해 이러한 차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짧은 수면과 우울증의 관계에서는 여러 장기의 생물학적 노화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경로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교감신경계 활성, 면역 조절 이상, 내분비 스트레스 반응과 연결될 가능성을 논의했다.

반대로 긴 수면에서는 뇌와 지방조직 등의 노화 지표가 관계를 매개하는 양상이 더 뚜렷했다. 한 분석에서는 뇌 MRI 기반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긴 수면과 특정 후기 우울증 유형 사이 관계의 약 62%를 매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비정상적인 수면시간’이라도 짧은 수면과 긴 수면이 건강과 연결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과 5. 수면 양극단에서는 사망위험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장기 추적자료를 이용한 생존분석도 실시했다.

6~8시간 수면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시간 미만의 짧은 수면은 전체 사망위험과 HR 1.50, 8시간을 초과한 긴 수면은 HR 1.40​의 관계를 보였다. 각각의 95% 신뢰구간은 1.44~1.55와 1.36~1.44였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큰 차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수면을 5시간으로 줄이면 사망위험이 정확히 50% 증가한다”는 실험적 인과효과가 아니다. 사람의 수면시간에는 건강상태, 직업, 생활습관, 정신건강, 약물, 수면장애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잠은 많이 잘수록 좋을까? ‘생물학적 나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림 2. 짧은 수면 및 긴 수면과 전체 사망위험의 관계

그렇다면 ‘7시간 수면’이 노화를 막아준다는 뜻일까?

아니다.

이 논문을 읽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연구진 스스로도 수면시간과 생물학적 노화 사이의 관계를 주로 관찰자료를 이용해 분석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특히 수면시간이 자기보고 방식으로 측정됐다는 점, 분석대상이 주로 유럽계 참가자로 구성됐다는 점, 수면의 질이나 수면 중 각성·분절, 생체리듬 불일치 등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장시간 수면에서는 역인과성(reverse causality)​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병이 생겨서 오래 자는 것인지, 오래 자는 것이 병을 만드는 것인지를 이 연구만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멘델 무작위화 분석 등 여러 보조분석을 실시했지만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해석을 유지한다.

따라서 이 논문의 결론을 “무조건 6.4~7.8시간만 자야 한다”는 생활수칙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이 연구의 진짜 가치는 몇 시간의 ‘정답 수면시간’을 찾아냈다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을 뇌의 휴식시간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전신의 노화와 연결된 생물학적 현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MRI로 관찰되는 장기의 구조적 변화, 혈액 속 단백질, 대사산물이라는 서로 다른 자료에서 비슷한 U자형 패턴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수면과 노화의 관계가 특정 지표 하나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 역시 이 연구를 다기관·다중오믹스 수준에서 수면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연결한 연구로 평가한다.

동시에 이 논문은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더 남긴다.

오래 자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행동일까, 아니면 몸이 이미 보내고 있는 건강 이상 신호일까?

향후 연구에서는 단순한 수면 ‘시간’을 넘어 수면의 질, 깊은 수면의 비율, 수면 분절, 생체리듬, 질환의 발생 시점 등을 장기간 추적해야 이 질문에 보다 정확히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연구가 전달하는 가장 적절한 메시지는 “7시간을 자야 젊어진다”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는가는 단순한 생활습관 지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과 노화 상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생물학적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