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사는 자사 웹사이트의 기사 수집까지 허용해야 할까.

이 질문이 미국 언론계에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Meta가 2026년 10월 30일부터 적용할 상업용 서비스 약관에 기업 계정과 연결된 외부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집 대상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직접 게시한 콘텐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관은 기업이 운영하거나 서비스와 연관된 도메인, 웹페이지, URL과 해당 주소에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포괄한다.

언론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자사 기사 링크를 공유하는 경우, Meta가 언론사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수집할 수 있는 계약상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15일 미국 하버드대학교 니먼 저널리즘 랩(Nieman Journalism Lab)이 이 문제를 보도하자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초기 약관에는 수집한 콘텐츠를 Meta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개선, 연구, 학습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표현이 명시돼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 모델 학습을 뜻하는 'train'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언론계는 즉각 반발했다.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과, 언론사가 직접 생산한 기사와 정보를 Meta의 AI 개발에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Meta는 논란이 커지자 10월 16일 약관을 수정했다.

AI 학습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train'을 삭제하고, 수집 정보의 활용 범위를 광고 및 비즈니스 제품으로 한정하는 문구를 추가했다.

하지만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수정된 약관에도 광범위한 웹사이트 수집 권한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AI 학습을 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빅테크 플랫폼이 서비스 이용계약을 통해 외부 웹사이트의 콘텐츠 활용 권한까지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콘텐츠가 아니라 언론사 웹사이트 전체가 문제다

Meta의 기존 서비스 약관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플랫폼에 올린 콘텐츠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업 약관은 수집 대상의 범위를 외부 웹사이트로 넓혀 해석할 수 있도록 작성됐다.

10월 15일 처음 공개된 조항에 따르면 Meta와 그 대리인은 웹 스크레이퍼, 봇, 크롤러 등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된 도메인과 웹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다.

콘텐츠의 색인 작성과 캐싱, 분석, 수집, 검색, 크롤링도 허용 대상으로 명시됐다. 주기적으로 해당 웹사이트의 업데이트를 가져오는 행위도 포함됐다.

특히 초기 약관은 수집한 콘텐츠를 Meta 제품의 개발과 개선뿐 아니라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게시된 장소다.

언론사가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게시물을 Meta가 처리하는 문제와, 페이스북에 연결된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별도로 기사를 가져오는 문제는 다르다.

예를 들어 언론사가 독자 유입을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해당 언론사는 독자에게 기사를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링크를 게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상업 약관을 통해 Meta가 그 링크와 연결된 웹사이트의 콘텐츠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할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플랫폼을 통한 홍보와 외부 콘텐츠 활용 허가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니먼 저널리즘 랩이 인터뷰한 코넬대학교 로스쿨의 제임스 그리멀먼 교수는 해당 조항이 언론사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Meta가 외부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이를 자체 서비스나 AI를 통해 제공하는 방향까지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법률 전문가가 제시한 약관 해석의 가능성이다. Meta가 실제로 언론사 기사 전체를 수집해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사와 사진, 영상, 데이터베이스는 언론사가 비용을 투입해 생산한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Meta는 왜 AI 학습 문구를 삭제했나

10월 15일 보도 이후 Meta의 대응은 빨랐다.

16일 수정된 약관에서는 수집한 콘텐츠의 활용 목적을 명시한 문장에서 'train'이 삭제됐다.

기존에는 Meta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발하고, 개선하고, 연구하고, 학습하는 데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수정본은 이를 광고와 비즈니스 제품을 제공하고 개발하며 개선하고 연구하는 용도로 변경했다.

Meta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여러 약관에 흩어져 있던 크롤링 관련 내용을 하나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과 관련된 별도 약관에 웹사이트 수집 조항이 존재했다는 입장이다.

Meta는 수정된 약관이 언론사 웹사이트를 AI 학습 목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며, 웹사이트 운영자가 robots.txt를 이용해 크롤링에 관한 선호를 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수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지 않았다.

미국의 미디어·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맷 토픽은 수정된 약관이 여전히 수집 콘텐츠를 비즈니스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습'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더라도 '개발'이라는 표현은 충분히 넓고, AI 기반 비즈니스 제품 개발에 학습 과정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멀먼 교수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약관은 활용 목적을 일부 구체화했지만,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된 외부 웹사이트를 수집할 수 있다는 핵심 범위를 충분히 좁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쟁점은 특정 단어의 삭제 여부가 아니다.

수집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와 그 콘텐츠를 어떤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제한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용하지 않으려면 계정을 포기하라는 선택

이번 약관이 논란을 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동의 방식이다.

Meta는 변경된 상업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비즈니스 또는 상업적 목적의 제품 이용을 중단하도록 안내했다.

즉 기업 계정을 계속 사용하려면 변경된 약관을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다.

상업 약관에 포함되는 서비스의 범위는 넓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 운영,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 광고 집행, 메신저 기반 고객 소통, WhatsApp 채널 관리, Meta Business Suite 사용 등이 관련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부가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

많은 언론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기사 유통과 독자 소통에 활용해 왔다.

독자는 플랫폼에서 뉴스를 발견하고, 언론사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독자와 만난다. 일부 매체는 특정 커뮤니티와 소통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을 위한 필수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접점을 계속 사용하려면 외부 웹사이트 수집에 관한 광범위한 약관도 받아들여야 한다면, 언론사는 어려운 선택에 놓이게 된다.

독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약관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자사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우려해 플랫폼 이용을 중단할 것인가.

니먼 저널리즘 랩에 문제를 처음 알린 독립 매체 'The Steampunk Explorer'의 발행인 스티븐 빌은 실제로 계정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게 페이스북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다.

해당 매체의 독자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에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독자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매체와 소통한다.

그럼에도 그는 Meta가 비즈니스 계정 이용을 근거로 외부 웹사이트까지 수집할 권한을 주장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이는 거대 언론사보다 독립 매체나 소규모 출판사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형 언론사는 법무팀과 기술 인력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매체는 약관의 법적 의미를 분석하고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robots.txt는 정말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을까

Meta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robots.txt를 통해 콘텐츠 접근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obots.txt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검색엔진과 자동화 크롤러에 접근을 허용하거나 제한할 경로를 알리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특정 크롤러가 뉴스 기사 페이지에 접근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robots.txt는 본질적으로 크롤러가 따라야 할 규칙을 알리는 파일이지, 모든 접근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방화벽은 아니다.

크롤러가 이를 준수할 때 효과가 있다.

이번 논란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상업 약관에서 콘텐츠 수집을 허용했다고 해석될 경우, robots.txt로 표시한 제한과 약관상 동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위스콘신대학교 로스쿨의 벤저민 소벨 교수는 robots.txt가 웹사이트 운영자의 의사를 표시할 수는 있지만, 크롤러가 이를 따르도록 하는 독립적인 법적 강제력을 항상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Meta는 기존 크롤링 선호 설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니먼 저널리즘 랩에 따르면 수정된 상업 약관 자체에는 robots.txt 설정을 반드시 준수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서 기술적 설정과 법적 권한의 차이가 드러난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크롤러의 접근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별도의 서비스 이용계약을 근거로 콘텐츠 수집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

이는 단순한 웹사이트 운영 문제가 아니라 계약법과 저작권법, 개인정보 보호, 부정경쟁 규범 등이 교차하는 쟁점이다.

더구나 초기 약관과 수정 약관 모두 Meta가 '테스트용 자격증명'을 생성할 수 있다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멀먼 교수는 이 문구가 등록이 필요한 웹사이트에 Meta가 시험 계정을 만들어 접근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유료 구독 장벽을 우회해도 된다는 의미로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Meta가 이를 위해 자격증명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접근 가능한 콘텐츠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조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SNS 플랫폼의 힘을 콘텐츠 수집 권한으로 확장하는가

이번 약관의 핵심적인 법적 쟁점 중 하나는 끼워팔기 또는 결합 조건이다.

경쟁법에서는 서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을 하나의 조건으로 묶는 행위가 문제 될 수 있다.

이를 'tying'이라고 부른다.

이번 사안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언론사는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Meta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려면 외부 웹사이트의 콘텐츠 수집에 관한 광범위한 약관도 받아들여야 한다.

소벨 교수는 이러한 구조가 경쟁법상 tying 개념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비스 약관에 여러 조건이 결합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한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위법성을 판단하려면 관련 시장과 시장지배력, 상품 또는 서비스의 구분, 경쟁 제한 효과, 정당한 사업 목적 등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약관이 경쟁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다른 영역의 권한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중요하다.

Meta는 수많은 기업과 언론사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한다.

기업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이유는 독자와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접근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업이 외부에서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 권한을 허용하도록 한다면, 플랫폼의 영향력이 콘텐츠 활용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것이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언론사는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은 AI를 학습시킨다

이번 사안이 특히 민감한 이유는 AI 산업에서 뉴스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 뉴스는 AI 모델에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언론사는 취재와 검증, 편집, 법률 검토를 통해 정보를 생산한다. 기업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비교하며, 사건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러한 정보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AI 기업은 인터넷에 공개된 콘텐츠를 수집해 모델을 개발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가 어떤 조건으로 활용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는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대가와 통제권을 요구한다.

AI 기업은 공개된 정보를 활용한 학습과 기술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미국 법원에서도 AI 학습과 저작권, 공정이용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수집할 수 있다는 계약상 문구가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모든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별 기사에 제3자의 저작권이 포함돼 있거나, 콘텐츠의 권리 주체가 비즈니스 계정 운영자와 다를 수 있다면 추가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I 학습의 적법성 역시 구체적인 이용 방식과 관할 법률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이번 Meta 약관은 그러한 논쟁에 새로운 층위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공개 웹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이제는 플랫폼 이용계약을 통해 외부 콘텐츠 수집에 관한 동의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콘텐츠 확보 경쟁이 기술적인 웹 크롤링에서 계약상의 권한 확보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다.

링크를 올리려면 돈을 내고, 콘텐츠 수집은 허용하라는 역설

이번 논란은 Meta의 최근 링크 정책과 맞물리면서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Meta는 앞서 유료 구독 서비스인 'Meta One'을 도입했다.

일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은 외부 링크 게시 횟수에 제한을 받고, 이를 확대하려면 유료 구독이 필요해지는 구조다.

다만 일부 언론사는 링크 제한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도됐으며, 모든 언론사에 동일한 제한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계가 느끼는 모순은 분명하다.

언론사가 자사 웹사이트로 독자를 보내기 위해 플랫폼에 링크를 게시하는 행위에는 비용이나 제한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은 언론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약관에 포함하려 한다.

이 구조는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사이의 가치 배분 문제를 드러낸다.

언론사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플랫폼은 그 콘텐츠에 접근하는 독자와 트래픽을 통제한다.

이제 플랫폼이 외부 콘텐츠를 AI와 비즈니스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권한까지 확보하려 한다면,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 플랫폼의 힘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Meta와 언론사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 AI 챗봇, 콘텐츠 추천 플랫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와 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언론계가 동시에 반발한 이유

논란이 커지자 언론 관련 단체들도 움직였다.

유럽출판사협의회(European Publishers Council)는 새로운 약관의 저작권과 계약 공정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긴급히 검토해 달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뉴스미디어협회(News Media Association)도 정부와 규제기관의 개입을 요구했다.

미국의 뉴스·미디어 연합인 News/Media Alliance 역시 약관이 부당하며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 단체가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크롤링 기술이 아니다.

Meta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가진 유통 영향력을 이용해 언론사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계약상 권한까지 확보하려는 구조다.

다만 각국 규제기관의 판단은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현재까지 제시된 내용은 언론단체의 문제 제기와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해당 약관이 실제로 저작권법이나 경쟁법을 위반한다는 최종 법원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국가의 언론단체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안이 개별 기업의 계약 분쟁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10월 30일 이후 무엇이 달라질까

Meta의 수정 약관은 2026년 10월 3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시점에서 확인된 사실은 세 가지다.

먼저 Meta는 상업용 계정과 연관된 외부 웹사이트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광범위한 문구를 유지했다.

다음으로 최초 약관에 있던 AI 학습 관련 직접 표현을 삭제하고, 수집 정보의 활용 목적을 광고와 비즈니스 제품으로 좁혔다.

마지막으로 언론사와 기업이 해당 조항만 별도로 거부하면서 비즈니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Meta가 실제로 어떤 범위의 언론사 웹사이트를 수집할 것인지, 수집한 콘텐츠를 어떤 제품 개발에 사용할 것인지, AI 기반 비즈니스 제품에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것인지, robots.txt와 약관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이다.

특히 언론사 웹사이트의 유료 콘텐츠나 등록이 필요한 페이지에 대한 접근 범위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문제들은 약관 시행 이후 실제 운영과 규제기관의 판단에 따라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약관이 모든 언론사 기사의 AI 학습을 허용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train'이라는 단어가 삭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우려가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집할 수 있는 범위와 활용 목적이 여전히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콘텐츠 이용 동의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이번 Meta 약관 논란은 AI 시대 콘텐츠 산업이 마주한 새로운 문제를 보여준다.

과거 인터넷 플랫폼과 언론사의 관계는 주로 뉴스 유통과 광고 수익을 둘러싸고 형성됐다.

언론사는 기사를 만들고,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링크를 제공했다.

그러나 AI가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역할이 달라졌다.

기사는 독자가 읽는 정보인 동시에 AI 모델과 서비스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됐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더 많은 콘텐츠에 접근할수록 검색과 추천, 광고, AI 기반 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산한 정보가 어떤 목적에 사용되는지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그 갈등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Meta는 기존 약관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언론계는 이를 외부 콘텐츠에 대한 권한 확대라고 본다.

Meta는 robots.txt로 접근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별도의 계약상 권한이 그 의사 표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Meta는 AI 학습 문구를 삭제했다.

하지만 언론계는 여전히 수집 범위와 비즈니스 제품 개발이라는 표현을 우려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 권한을 누가 허락할 수 있는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동의가 어디까지 유효한지에 관한 문제다.

특히 언론사처럼 독자 유입을 위해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자라면 계약상 선택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보장되는지도 중요하다.

AI 시대에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사이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기사 한 편은 언론사의 뉴스 서비스에 쓰이는 동시에 검색엔진의 색인에 포함되고, AI 모델의 학습 자료가 되거나, AI 기반 답변 서비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와 권리 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란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과 언론사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은 하나의 계약으로 묶일 수 있는가.

Meta는 약관을 통해 두 영역을 연결하려 했다.

언론계는 그 연결 자체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AI 학습 문구를 삭제한 이후에도 논쟁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이 AI 모델 하나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와 이를 유통·수집·활용하는 플랫폼 사이에서 권한의 경계가 다시 그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약관 논란은 누가 AI를 학습시키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누가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를 갖는가. 그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는가. 콘텐츠 생산자는 이를 실질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가.

그리고 플랫폼 이용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플랫폼 밖에서 생산한 콘텐츠까지 활용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Meta의 상업 약관 개정은 이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10월 30일 시행되는 약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AI 시대의 플랫폼 권력은 이용자가 어디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결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그 콘텐츠를 수집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결정하려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그 권한을 둘러싼 새로운 충돌의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