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AI에게 마음이 생긴다면

고민을 털어놓으면 공감하고, 필요할 때 대화할 수 있으며, 내 상황에 맞춰 답하는 AI. 이러한 상호작용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정서적 친밀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Chen과 동료들의 「Will users fall in love with ChatGPT? A perspective from the triangular theory of love」는 이 질문을 사랑의 삼각이론으로 탐구한다. 연구의 초점은 AI가 실제로 사랑을 느끼는지가 아니라, 이용자가 AI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지에 있다.

사랑의 세 요소로 바라본 인간과 AI의 관계

사랑의 삼각이론은 사랑을 친밀감, 열정, 헌신이라는 세 요소로 설명한다. 연구진은 이를 ChatGPT와의 관계에 적용했다. 친밀감은 AI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열정은 AI에게 느끼는 강한 매력과 몰입, 헌신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ChatGPT와 정서적 상호작용을 경험한 이용자 466명의 설문 응답을 구조방정식 모형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정서적 상호작용은 연애 경험에 한정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며 위로받거나, 공감을 느끼거나, 대화에서 즐거움을 경험한 경우도 포함된다.

어떤 AI의 특성이 친밀감과 연결될까?

연구에서는 이용자가 인식하는 ChatGPT의 특성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감성지능’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감정 표현의 정확성,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 풍부함, 개인의 정서적 필요에 맞추는 개인화다. 분석 결과, 세 특성 모두 이용자의 친밀감 및 열정과 긍정적으로 관련됐다.

두 번째는 ‘정서적 동반자 특성’이다.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상시 이용 가능성과 신속하게 응답한다는 반응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특성은 모두 이용자의 친밀감과 긍정적으로 관련됐다.

이는 이용자가 AI를 얼마나 똑똑한 도구로 평가하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자신을 이해하고 곁에 있어 주는 대상으로 느끼는지가 정서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함을 시사한다.

친밀감과 열정에서 헌신, 그리고 의존으로

연구 모형에서 친밀감과 열정은 모두 헌신과 긍정적으로 연결됐으며, 헌신은 정서적 의존과 관련됐다. AI에게 가깝고 강하게 끌린다고 느끼는 이용자일수록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강하고, 이러한 태도는 AI에 대한 의존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정서적 의존은 단순히 AI를 좋아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연구의 측정 문항에는 AI를 사용하지 않을 때 초조함을 느끼는지, 이용 시간을 줄이려다 실패했는지, 다른 활동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경험하는지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 연구는 AI와의 애정 어린 관계뿐 아니라 과도한 의존 가능성까지 다룬다.

불안 애착은 어떤 역할을 할까?

연구진은 관계에서 거절이나 버림받음을 걱정하는 불안 애착 성향에도 주목했다. 분석 결과, 불안 애착이 높은 이용자에게서는 일부 특성과 감정 사이의 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감정 표현의 정확성과 친밀감·열정 간의 관계, 개인화된 감정 표현과 친밀감 간의 관계, 친밀감과 헌신 간의 관계가 강화됐다. 다만 모든 경로에서 이러한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 결과를 ‘불안 애착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과 남겨둔 질문

이 연구의 의의는 인간관계에서 사용해 온 사랑의 개념을 AI와의 정서적 상호작용에 적용하고, AI의 어떤 특성이 친밀감과 의존에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는 데 있다. AI 서비스의 설계에서도 정서적 만족과 과도한 의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다만 설문에서 확인된 변수 간 관계만으로 시간에 따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또한 참여자 모두가 AI와 연애한 사람은 아니며, 열정 문항에도 매력이나 매혹, 열의를 묻는 표현이 사용됐다. 따라서 이 연구를 ‘사람이 AI와 실제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사랑의 구성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정서적 관계와 의존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AI가 실제 감정을 갖는가와 별개로, 이용자가 AI와의 대화에서 경험하는 감정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이 논문은 그 감정이 어떤 상호작용 특성과 연결되고,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와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