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논문: Hwang, Y., Shin, D., & Lee, J. H. (2025). “Who owns AI-generated artwork? Revisiting the work of generative AI based on human-AI co-creation.” Telematics and Informatics, 98, 102266.
반복적인 프롬프트 수정이 바꾸는 창작자의 정체성과 소유 의식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있다. 그는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수십 번 프롬프트를 수정했다. 이 사람은 자신을 창작자라고 생각할까? 프롬프트를 한 번 입력하고 결과를 얻은 사람과 수십 번 수정한 사람은 작품에 대해 서로 다른 소유 의식을 가질까?
2025년 학술지 Telematics and Informatics에 발표된 황요한, 신동광, 이장호의 연구 「Who owns AI-generated artwork? Revisiting the work of generative AI based on human-AI co-creation」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연구진은 생성형 AI 이미지의 법적 저작권을 판정하는 대신, AI를 이용한 창작 경험이 사용자의 소유권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창작 과정에 참여하면 소유 의식도 달라지는가?
생성형 AI의 등장은 창작자와 제작 행위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전통적인 회화에서는 작가가 구상하고 손으로 이미지를 제작했다. 생성형 AI에서는 인간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프롬프트를 작성하지만, 실제 이미지를 생성하는 작업은 AI가 수행한다.
기존의 AI 저작권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다뤄왔다. 하나는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연구진은 여기서 창작자의 경험에 주목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라도 인간이 제작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자신의 작품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인간과 AI 사이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이다. 사용자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프롬프트로 표현하고, 생성된 결과를 평가한다. 원하는 이미지와 차이가 있다면 지시를 수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자는 결과물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의 의도를 반영한다.
반복적인 수정은 창작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꾸는가?
연구에는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없는 대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영어 단어의 어원과 의미 변화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먼저 손이나 디지털 도구로 이미지를 구상한 뒤, ChatGPT로 프롬프트를 만들고 Bing Image Creator로 그림을 생성했다.
논문에 소개된 한 학생은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을 표현하려 했다. 여러 표정의 가면이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구상했지만, AI는 처음에 의료용 마스크를 생성했다. 학생은 표현을 수정하고 가면의 형태와 인물의 실루엣을 구체화했다. 반복적인 조정 끝에 처음 구상한 이미지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었다.
이 사례는 AI 창작에서 인간이 수행하는 역할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생성된 이미지를 수용하거나 거부하고, 의도에 맞게 수정 방향을 결정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참여 경험이 창작 주체성에 대한 인식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실험이 끝난 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프롬프트 사용 횟수에 따라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10회 미만, 10~49회, 50회 이상이었다. 이후 설문과 성찰문을 분석해 창작 경험과 소유권 인식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프롬프트 사용 횟수가 많을수록 내 작품이라고 느낀다
![[논문리뷰]AI가 그린 그림은 언제 나의 것이 되는가?](https://metax-images-bucket.s3.ap-southeast-2.amazonaws.com/articles/2026/10/ai-img-1-20261025-7a6fgi.webp)
가장 주목할 결과는 프롬프트 사용 빈도에 따른 소유 의식의 차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내 작품이라고 느낀다'라는 문항에서 10회 미만 집단은 7점 만점에 평균 5.08점을 기록했다. 반면 10~49회 집단과 50회 이상 집단은 모두 6.50점이었다. 세 집단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2).
프롬프트 작성자가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세 집단의 평균은 각각 5.17점, 6.60점, 6.75점이었다(p=0.001).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0~49회 집단과 50회 이상 집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프롬프트를 많이 입력할수록 소유 의식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한 집단에서 소유 의식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참가자들의 성찰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발견된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AI 이미지 제작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자신의 구상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후에는 소유권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측정한 것은 창작 기여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프롬프트 사용 빈도와 소유권 인식의 관계다. 반복 횟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창작적 기여가 더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내 작품이지만,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참가자들은 AI 생성 이미지에 강한 소유 의식을 보였다. '내 작품이라고 느낀다'는 문항의 전체 평균은 5.93점이었고, '내 작품으로 전시하고 싶다'는 문항은 6.30점이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판단은 복잡했다. 프롬프트 작성자가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평균 6.07점이었지만, AI 개발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응답도 6.03점으로 높았다.
이는 참가자들이 인간 사용자만을 유일한 창작자로 인정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부는 인간에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AI 개발자의 권리나 공동 소유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존 저작물을 학습한 AI의 결과물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창작 경험에 대한 감정 역시 양면적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구상이 이미지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만족과 놀라움을 경험했다. 동시에 기존 예술가의 생계, AI의 편향, 인간의 창작 능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표현했다.
AI를 통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경험과 그 결과물의 권리가 정당한가라는 판단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창작자의 역할은 제작에서 선택과 조정으로 확장되는가?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인간과 AI의 공동창작(Human-AI Co-creation)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 인간은 AI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용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생성된 이미지를 해석하고 평가하며, 자신의 의도에 따라 수정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연구진은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사례로 제시한다. 기존 이미지와 사진을 선택하고 변형하는 행위가 예술적 창작으로 인정되어 온 것처럼, AI를 이용한 이미지 제작에서도 인간의 선택과 조정이 창작적 기여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창작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AI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서 나아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수정하며 자신의 창작적 결정을 설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만 연구는 영어영문학 전공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전문 예술가나 미술 전공자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강한 소유 의식이 실제 법적 저작권의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논문은 마지막에 창작 주체의 변화를 두 문장으로 표현한다.
“AI drew this one for me.” (AI가 나를 위해 이것을 그렸다.)
“I drew this with AI.” (내가 AI와 함께 이것을 그렸다.)
첫 번째 문장에서 인간은 AI가 만든 이미지를 받아보는 사람이다. 두 번째 문장에서 인간은 AI를 이용해 창작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반복적인 AI 창작 경험이 사용자의 자기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창작자를 판단할 때에는 누가 이미지를 직접 제작했는가와 함께, 누가 이미지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