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메타를 다시 정조준했다.

이번에는 개인정보도, 경쟁법도, 허위정보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설계 자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7월 10일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중독적 설계’와 관련해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조사 대상은 이용자에게 익숙한 기능들이다.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이다. 이 기능들은 소셜미디어의 기본 문법처럼 여겨져 왔다. 손가락을 내리면 끝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나타나고, 영상은 자동으로 재생되며, 플랫폼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시물을 계속 추천한다. 알림은 이용자를 다시 앱으로 불러낸다.

그동안 이 기능들은 사용성을 높이는 장치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EU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 기능들은 정말 이용자를 돕기 위해 설계된 것인가. 아니면 이용자가 멈추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설계된 것인가.

무한 스크롤은 편의 기능인가, 중독 구조인가

무한 스크롤은 현대 소셜미디어의 상징이다.

과거의 웹페이지에는 끝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거나, 다음 버튼을 눌러야 했다. 사용자는 어느 순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무한 스크롤은 그 경계선을 없앴다. 콘텐츠는 끝없이 이어지고, 이용자는 다음 게시물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화면을 내린다.

자동재생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용자가 영상을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다음 영상이 시작된다. 플랫폼은 사용자의 적극적 선택을 기다리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을 줄이고, 멈춤의 기회를 제거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기능들이 이용자의 뇌를 일종의 ‘자동조종 모드’로 전환시켜, 계속 스크롤하려는 충동을 강화하고 건강하지 않은 습관과 강박적 사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매우 중요한 표현이다.

규제기관이 플랫폼의 특정 디자인을 단순한 UX 선택이 아니라, 이용자의 행동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으로 본 것이다.

지금까지 플랫폼 규제는 주로 콘텐츠에 집중했다. 불법 게시물을 삭제했는지, 허위정보를 방치했는지, 아동 성착취물이나 혐오표현을 적절히 처리했는지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단은 콘텐츠 이전의 문제를 다룬다.

어떤 콘텐츠가 올라왔느냐보다, 그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끝없이 소비하게 만들었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목적이 ‘참여’일 때 생기는 문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의 클릭, 체류 시간, 좋아요, 댓글, 공유, 시청 완료율, 반복 시청, 팔로우 관계 등 다양한 신호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용자가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예측해 보여준다.

문제는 추천 시스템의 최적화 목표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행복이나 건강, 학습, 균형 있는 정보 접근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추천 알고리즘은 다르게 설계될 수 있다. 하지만 광고 기반 소셜미디어의 핵심 지표는 대체로 체류 시간과 참여율이다. 이용자가 오래 머물고 많이 반응할수록 광고 노출 기회도 늘어난다.

EU가 지적한 것도 이 대목이다.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자동재생, 무한 스크롤 같은 설계가 이용자의 신체적·정신적 안녕에 미칠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플랫폼 기업에 매우 부담스러운 기준이다.

이제 기업은 “우리는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보여줬을 뿐”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추천 시스템이 무엇을 최적화하는지, 그 결과 이용자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특히 청소년과 취약계층에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를 사전에 평가해야 한다.

AI와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무엇을 목표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이용자의 시간, 감정, 습관, 관계, 수면까지 바꿀 수 있다.

밤에 접속한 청소년을 플랫폼은 어떻게 보았나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미성년자의 야간 이용 시간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문제는 단순히 하루 총사용 시간이 길다는 데 있지 않다. 언제, 어떤 상태에서, 어떤 콘텐츠를, 어떤 심리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밤늦게 침대에서 보는 릴스와 스토리는 낮 시간의 정보 검색과 다르다.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정서적 불안과 비교 심리를 키울 수 있으며, 다음 날 학습과 생활 리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릴스와 스토리 같은 짧은 형식의 콘텐츠는 빠른 보상 구조를 갖고 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연속적으로 제공되면 이용자는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멈추지 못한다. 한 편만 더 보겠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이런 구조는 성인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자기조절 능력이 아직 발달 중인 청소년에게는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EU는 메타가 이런 형식의 최적화가 과도하거나 강박적인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는 플랫폼이 청소년을 단순한 이용자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청소년은 광고시장과 참여지표의 대상이기 전에 보호가 필요한 이용자다. 플랫폼은 청소년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성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건강한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책임져야 한다.

시간관리 도구는 왜 충분하지 않았나

메타는 그동안 여러 안전장치를 제공해 왔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사용시간 관리 도구가 있고, 청소년을 위한 기본 설정 기능도 있다. 이용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알림을 받고, 휴식을 권유받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계정 사용을 관리하는 보호자 통제 기능도 있다. 안전센터에는 정신건강 관련 정보와 도움말도 제공된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첫째, 시간관리 도구는 쉽게 무시될 수 있다. 이용자가 알림을 닫아버리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 설계의 기본 구조가 계속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중간에 표시되는 약한 알림만으로는 이용 패턴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둘째, 보호자 통제 기능은 부모가 충분한 기술 지식과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만 효과적일 수 있다. 모든 부모가 플랫폼의 복잡한 설정을 이해하고, 자녀와 대화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보호자 통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플랫폼의 구조적 위험이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안전센터의 안내문이나 정신건강 리소스 링크는 플랫폼 내부의 중독적 설계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용자를 계속 머물게 만드는 강력한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별도 페이지에 도움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EU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문제를 만든 설계는 설계로 바꿔야 한다.

기본값을 바꾸라는 요구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실제 디자인 변경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예시로 제시된 조치는 강력하다. 자동재생과 무한 스크롤 같은 핵심 중독 기능을 기본값으로 비활성화하고, 효과적인 화면 시간 휴식 기능을 도입하며, 추천 시스템을 덜 참여지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참여 최적화 추천은 이용 시간을 늘리는 핵심 장치다. 이용 시간이 줄면 광고 노출도 줄 수 있다. 플랫폼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안전 기능 논쟁이 아니다.

광고 기반 플랫폼 경제의 핵심 설계를 규제기관이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의 문제다.

만약 최종적으로 EU의 판단이 확정된다면, 플랫폼 기업은 앞으로 “이용자가 원해서 오래 머문다”는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된다. 서비스가 이용자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했는지, 아니면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해 머무르게 했는지 평가받게 된다.

디지털서비스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DSA는 대형 플랫폼에 시스템적 위험 평가와 완화 의무를 부과한다. 불법 콘텐츠 삭제만이 아니라, 서비스 구조가 민주주의, 공중보건, 아동 보호,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이번 메타 건은 DSA가 실제로 플랫폼의 디자인과 알고리즘에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벌금보다 무서운 것은 설계 변경 명령이다

DSA 위반이 최종 확인되면 EU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메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이는 막대한 금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더 큰 의미는 벌금 자체가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서비스 설계 변경 요구다.

과징금은 한 번 내면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청소년 기본 설정을 바꾸라는 요구는 플랫폼의 매일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준다.

사용자 경험이 바뀌면 체류 시간이 변한다. 체류 시간이 변하면 광고 수익이 바뀐다. 광고 수익이 바뀌면 플랫폼의 성장 전략이 바뀐다.

EU의 이번 판단은 플랫폼 기업에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이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오래 붙잡는 것이 더 이상 무조건적인 제품 성공 지표가 될 수 없다.

앞으로는 체류 시간뿐 아니라 건강한 사용, 자기통제 가능성, 청소년 보호, 취약 이용자 보호가 제품 지표에 포함돼야 한다.

플랫폼의 KPI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플랫폼과 AI 서비스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EU 판단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플랫폼 산업도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푸시 알림, 개인화 추천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숏폼 영상, 웹툰, 뉴스, 커머스, 게임, 커뮤니티, 라이브 방송, 교육 플랫폼까지 이용자를 오래 머물게 만드는 설계는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확산돼 있다.

특히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라면 이번 EU 판단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제 문제는 유해 콘텐츠를 삭제했느냐만이 아니다. 서비스 설계가 청소년의 수면, 집중력, 정신건강, 자기통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해야 한다. 부모에게 통제 기능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기능이 실제로 사용 가능하고,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AI 서비스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생성형 AI와 AI 챗봇은 이용자와 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정서적 의존을 만들 수도 있고, 사용자가 끊임없이 질문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AI 에이전트가 개인 맞춤형 알림과 추천을 제공하게 되면, 소셜미디어와 비슷한 중독 설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I 시대의 중독 설계는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소셜미디어는 콘텐츠를 추천하지만, AI는 대화를 개인화한다. 사용자의 감정과 고민, 관심사와 취약성을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AI 서비스는 더 강력한 몰입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큰 책임도 져야 한다.

한국도 청소년 AI 이용, 숏폼 콘텐츠, 게임형 학습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플랫폼에 대해 ‘설계 위험 평가’라는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단순 기능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줄이는 일이다.

플랫폼 규제의 다음 단계는 ‘디자인 책임’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디지털 규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단계는 콘텐츠 규제였다. 불법 게시물과 유해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데이터 규제였다. 개인정보 수집과 맞춤형 광고, 데이터 이전과 동의 문제가 중심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알고리즘 규제였다.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 차별, 허위정보 확산, 정치적 영향력이 논의됐다.

이제 네 번째 단계가 열리고 있다.

디자인 책임이다.

플랫폼이 어떤 버튼을 어디에 배치했는지,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는지, 스크롤에 끝이 있는지, 알림이 언제 울리는지, 추천 알고리즘이 무엇을 최적화하는지, 사용자가 쉽게 멈출 수 있는지까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 불편한 변화다.

디자인은 그동안 혁신과 사용자 경험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디자인은 이용자의 심리와 행동,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플랫폼이 사람의 주의를 수익으로 바꾸는 사업이라면, 그 주의를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하는지도 공적 책임의 대상이 된다.

“계속 보게 만드는 기술”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는 약속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연결은 어느 순간 체류 시간으로, 체류 시간은 광고 수익으로, 광고 수익은 더 강력한 추천과 몰입 설계로 이어졌다. 이용자는 더 많은 콘텐츠를 보게 됐고, 플랫폼은 더 많은 데이터를 얻었으며, 광고주는 더 정교하게 사람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멈춤은 점점 어려워졌다.

EU의 이번 예비 판단은 이 구조에 제동을 거는 신호다.

플랫폼은 더 이상 “이용자가 원해서 쓴다”고만 말할 수 없다. 이용자가 계속 쓰도록 설계했는지, 그 설계가 청소년과 취약한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야 한다.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에게 새로운 의무를 묻고 있다.

당신의 서비스는 사람을 돕는가.
아니면 사람의 취약성을 이용하는가.
당신의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의 선택을 넓히는가.
아니면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가.

이번 조사는 아직 최종 결론이 아니다. 메타는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인터넷 플랫폼의 성공 기준은 오래 머물게 하는 능력에서, 건강하게 떠날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좋은 플랫폼은 이용자를 붙잡는 플랫폼이 아니다.

이용자가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