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025년에도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구매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이 말만 들으면 구글의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이 하루 24시간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조금 다르다.

구글이 달성한 것은 ‘연간 기준 100% 재생에너지 매칭’이다. 1년 동안 구글이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약하거나 구매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쓰는 시간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시간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풍부할 수 있다. 밤에는 태양광 발전이 사라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풍력 발전량이 늘지만, 바람이 멈추면 발전량도 줄어든다. 데이터센터는 이런 변동과 관계없이 24시간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1년 동안 사용한 전력과 같은 양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했다고 해도, 특정 시간대에는 석탄이나 가스 발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이 스스로 “연간 기준 100% 매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글 환경보고서 27쪽의 그래프는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전력 수요를 맞출 수 있지만, 시간대별로 보면 풍력과 태양광이 충분하지 않은 순간이 존재한다. 그 틈을 전력망의 화석연료 발전이 메우게 된다.

이것이 구글이 내세우는 ‘24/7 Carbon-Free Energy’, 즉 24시간 무탄소전력 전략의 출발점이다.

구글의 목표는 단순히 전력 사용량만큼 재생에너지를 사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이 매시간, 자신이 위치한 전력망 안에서, 무탄소전력으로 운영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세 가지다.

첫째는 ‘시간’이다.

기업이 전력을 쓰는 바로 그 시간에 무탄소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낮에 남는 태양광 발전량으로 밤의 전력 사용을 상쇄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둘째는 ‘장소’다.

미국 서부의 풍력발전 계약으로 아시아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방식은 실제 지역 전력망의 탈탄소화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구글은 이제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 전력망에 직접 청정전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셋째는 ‘항상성’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중요하지만, 24시간 무탄소전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 저장장치, 수력발전, 원전, 지열발전, 수요반응,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같은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구글은 2025년 자사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의 전력 사용 가운데 약 65%를 시간 단위 무탄소전력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2024년의 66%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력 수요가 37% 증가한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은 일정한 성과다. 하지만 2030년까지 24시간 무탄소전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갈 길은 멀다.

구글이 운영하는 22개 주요 전력망 지역 가운데 9개 지역은 2025년 80% 이상의 무탄소전력 매칭을 달성했다. 반면 일부 지역은 10%대 또는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이 격차는 청정에너지 전환이 기업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력망마다 발전 구조가 다르고, 송전망 여건도 다르다. 어떤 지역은 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풍부하지만, 어떤 지역은 토지 부족과 높은 건설비, 정책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렵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구글이 반복해서 지목한 어려운 지역이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제조가 집중돼 있고, AI 인프라 수요도 커지고 있지만, 청정전력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구글이 24/7 무탄소전력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ESG 홍보 전략이 아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들어서면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다. 전력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신규 발전소와 송전선, 변전 설비를 추가로 지어야 한다. 이 비용이 지역 주민의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글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우리가 쓰는 전력 비용과 우리 성장으로 인해 필요한 인프라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전력 사용자와 전력회사가 장기 계약을 맺어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설비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이를 통해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자가 AI 데이터센터 성장의 비용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는 계약을 맺는다고 바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발전소 인허가와 송전망 연결, 부지 확보, 지역사회 협의, 장비 조달, 전력시장 규칙 정비까지 수년이 걸린다.

구글은 미국에서만 2000GW 이상의 무탄소전력 프로젝트가 송전망 연결 대기열에 쌓여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망 연결까지 4~5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빠르게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데이터센터를 무탄소전력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력망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는다.

이 시간차가 AI 시대 전력정책의 핵심 문제다.

구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과 지열, 수력, 배터리, 탄소포집 기술, 핵융합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아이오와주에서는 폐쇄된 듀안 아놀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이 발전소가 2029년 초 재가동되면 600MW 규모의 상시 무탄소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테네시주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 이후 50MW의 원전을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네바다주에서는 115MW 규모의 차세대 지열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 승인을 확보했다. 미국 PJM과 MISO 전력망 지역에서는 최대 3000MW의 수력발전 계약 틀도 마련했다.

핵융합도 장기 투자 대상이다. 구글은 2030년대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핵융합 발전소에서 200MW의 무탄소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투자는 구글이 ‘재생에너지 구매자’에서 ‘전력 시스템 투자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업이 태양광·풍력 발전량만 계약하면 됐다. 이제는 데이터센터의 실제 전력 수요와 지역 전력망의 상황을 고려해, 언제든 공급 가능한 무탄소전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 변화는 다른 빅테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단순한 전력 소비자가 아니다. 전력망과 발전소, 송전 인프라, 지역 전기요금,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산업 수요가 되고 있다.

구글의 24/7 무탄소전력 전략은 그래서 기술기업의 환경 목표이면서 동시에 전력 산업의 구조 변화 요구다.

AI 시대에 “100% 재생에너지”라는 말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전기는 언제 생산됐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전기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바로 그 지역에서 생산됐는가.”

구글은 그 질문에 답하려 하고 있다. 다만 그 답은 AI 모델이 아니라 전력망, 송전선, 원전, 배터리, 지역사회의 합의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