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목: 대학생의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리터러시가 학습도구로서의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자기효능감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저자: 문수지
doi: https://doi.org/10.5392/JKCA.2025.25.05.585
생성형 인공지능을 학습에 활용하려는 의도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도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정보를 찾고 평가하며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역량 때문일까. 문수지의 「대학생의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리터러시가 학습도구로서의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자기효능감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는 이 두 요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학생일수록 자기효능감과 생성형 AI 사용의도가 모두 높았다. 자기효능감 역시 사용의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자기효능감이 디지털 리터러시와 사용의도의 관계를 강화하거나 약화하지는 않았다. 자신감이 높든 낮든 디지털 리터러시는 일정하게 사용의도를 높였다. 생성형 AI를 학습도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리터러시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었다.

‘잘 쓴다’는 말 안에 섞여 있던 두 능력
이 연구의 흥미로운 지점은 생성형 AI를 ‘잘 사용한다’는 상태를 디지털 리터러시와 자기효능감으로 구분했다는 데 있다. 두 개념은 일상적인 언어에서는 자주 뒤섞인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은 자신감도 높고, 반대로 자신감 있는 학생은 AI를 잘 이해한다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연구에서 사용한 측정 문항을 살펴보면 두 능력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리터러시는 AI 도구로 학업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지, 학업 자료를 찾고 평가하는 방법을 아는지, AI를 이용해 학습을 향상할 수 있는지,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는지로 측정됐다. 여기에는 조작 능력뿐 아니라 정보의 평가, 학습 목적과의 연결, 보안과 관리에 관한 판단이 포함된다.
반면 자기효능감은 생성형 AI로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한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도구를 능숙하게 다룬다고 느끼는지를 묻는다. 객관적인 수행 능력이라기보다 ‘내가 이 도구를 다룰 수 있다’는 주관적 판단에 가깝다.
이 구분에 따르면 학생이 생성형 AI를 사용한다는 것은 두 층위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하나는 AI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 감각이다. 전자가 사용의 방향을 만든다면 후자는 사용을 시작하게 하는 추진력에 가깝다.
리터러시는 자신감을 높이고, 사용 선택에도 직접 관여한다
연구는 국내 4년제 대학생 255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효능감, 학습도구로서의 생성형 AI 사용의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디지털 리터러시는 자기효능감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표준화 경로계수는 .494였다. AI를 활용해 자료를 찾고 평가하며 학습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학생일수록 자신도 AI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사용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로계수는 .282로, 리터러시가 높은 학생일수록 공부를 위해 인공지능을 선택하고 사용할 계획도 높았다. 학생에게 AI 활용 역량이 있다는 것은 도구를 사용할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여러 학습도구 가운데 AI를 선택할 이유를 제공한다. 어떤 작업에 도움이 되는지, 결과를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지, 사용 과정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 때 AI는 막연한 신기술에서 구체적인 학습 수단으로 이동한다.
자기효능감이 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686으로 세 경로 가운데 가장 크게 나타났다. 생성형 AI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도구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고 느낄수록 학습에 AI를 사용하려는 의향이 강해진 것이다. 기술을 이해하더라도 실행 단계에서 자신감이 부족하면 사용을 망설일 수 있다. 반대로 몇 차례의 성공적인 사용 경험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형성되면 새로운 과제에서도 AI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자기효능감은 경쟁하는 요인이 아니다. 리터러시는 학생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면서 자기효능감도 높이고, 자기효능감은 실제 사용을 선택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대학의 AI 교육에서 지식 전달과 실습 경험을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단 능력만 가르치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기능 사용만 반복하면 자신감은 생겨도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약할 수 있다.

자신감이 낮아도 리터러시는 작동한다
연구자는 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에게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자기효능감의 조절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기효능감이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 모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사용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두 집단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위치를 다시 보게 한다. 리터러시는 자신감 있는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만 필요한 역량이 아니다.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느낌이 부족한 학생에게도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학생이 아직 AI 활용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자료를 찾고 평가하는 방법, 결과를 학습에 연결하는 방법,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AI를 학습도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자신감이 낮은 학생에게 먼저 자신감을 심어준 뒤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는 순차적 접근은 이 연구의 결과와 맞지 않는다. 리터러시 교육은 숙련자에게 제공되는 고급 단계가 아니라 사용 초기부터 다뤄져야 한다. 자신감은 사용의도를 강하게 높이지만, 리터러시가 작동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열쇠는 아니었다.
프롬프트 교육에서 판단 교육으로
이 연구가 대학의 생성형 AI 교육에 제시하는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프롬프트 작성법이나 기능 소개만으로는 논문이 정의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 학생이 AI로 답을 생성하는 데서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도구를 선택했는지,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다른 자료와 어떻게 비교했는지, 개인정보와 학습자료를 어떻게 관리했는지까지 다뤄야 한다.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교육 역시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실습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복잡한 과제를 맡기기보다 자료 검색, 요약 비교, 질문 수정, 오류 발견과 같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을 반복하면 학생은 자신이 AI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자신감의 상승이 곧 리터러시의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답을 빠르게 얻은 경험과 답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은 구분되어야 한다.
연구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한 번 습득하면 유지되는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축적되고 변화하는 과정으로 본다. 생성형 AI의 기능과 사용 환경이 계속 달라지는 상황에서는 특정 서비스의 사용법을 익히는 교육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한 학기의 특강보다 여러 과목과 학년에 걸쳐 정보 평가, 윤리적 판단, 보안, 도구 선택과 학습 성찰을 반복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