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gamescom 2026 Opening Night Live에서 유비소프트가 'Tom Clancy's Rainbow Six Tactics'를 공개했다. 이 게임은 최대 네 명의 대원을 지휘해 전장을 풀어가는 싱글플레이 턴제 전술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적의 위치와 지형을 살피고 차례대로 명령을 내린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조준하고 총을 쏘는 기존 Rainbow Six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며, 출시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끈 이유는 여기에 있다. Rainbow Six는 1998년 첫 작품 이후 약 30년 동안 현실적인 대테러 작전과 분대 전술을 앞세운 전술 슈터 시리즈로 알려져 왔다. 플레이어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 총기를 조작하는 방식이 오랫동안 시리즈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아온 만큼, 이번에는 아예 전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차례대로 움직이는 턴제 게임으로 바뀐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시리즈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변화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1998년 출시된 첫 Rainbow Six에서 플레이어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총격전만이 아니었다. 임무에 들어가기 전 지도를 펼쳐 어떤 대원을 투입할지 정하고, 팀을 나눈 뒤 각 팀이 어디로 이동할지 미리 설계해야 했다. 한쪽은 정문으로 보내고 다른 쪽은 뒤쪽 출입구에서 대기시키는 식으로 작전을 짠 다음, 여러 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할 때는 하나의 신호로 진입 시점을 맞출 수도 있었다.
이때 사용한 것이 고코드(go-code)다. 각 팀이 지정된 위치에 도착한 뒤 대기하고 있다가, 플레이어가 신호를 내리면 동시에 다음 행동을 시작하는 장치다. 영화 속 특수부대가 서로 위치를 잡은 뒤 무전으로 “진입” 신호를 받고 한꺼번에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보면 Tactics는 Rainbow Six가 전혀 해본 적 없는 장르에 갑자기 들어가는 작품이라기보다, 한때 시리즈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작전을 미리 설계하는 플레이’를 다시 꺼내 든 작품에 가깝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하나다. Rainbow Six는 왜 오랫동안 뒤로 밀어두었던 이 방식을 지금 다시 가져오려는 것일까.
계획이 실행보다 길었던 게임
1998년 8월 21일 Red Storm Entertainment가 출시한 첫 Tom Clancy's Rainbow Six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1인칭 슈팅과 작전 계획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게임에 가까웠다. 직접 한 명의 대원을 조종해 총을 쏠 수도 있었지만, 임무에 들어가기 전 준비가 그만큼 중요했다.
PC판 캠페인은 16개 미션으로 구성됐고,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능력과 특성을 가진 20명의 전문 대원 가운데 임무에 맞는 인원을 골라야 했다.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8명이었으며, 이들을 최대 네 개의 화력조로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여덟 명을 데려가더라도 두 개의 큰 팀으로 움직일지, 여러 개의 작은 팀으로 나눌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정보도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인질이나 적의 위치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짜야 했다. 대원과 팀 구성이 끝나면 지도 위에 이동 경로를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멈출지와 어떤 속도로 움직일지를 정했다.
여러 팀의 진입 시점을 맞출 때 사용한 것이 고코드(go-code)였다. 예를 들어 한 팀은 정문으로, 다른 팀은 뒤쪽 출입구로 이동시킨 뒤 같은 고코드를 걸어둘 수 있었다. 양쪽이 모두 준비되면 플레이어가 신호를 내리고, 두 팀은 동시에 다음 행동을 시작한다. 여러 명을 직접 하나씩 조작하지 않고도 하나의 작전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였다.
이런 구조는 Rogue Spear(1999)와 Raven Shield(2003)에서도 이어졌다. 브리핑을 확인하고 대원을 편성한 뒤 이동 경로까지 정하는 과정이 실제 전투와 분리돼 있었고, 계획이 충분히 잘 짜였다면 플레이어가 직접 전투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작전이 실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가능했다.
초기 Rainbow Six에서 중요한 것은 총격 자체보다 그전에 내린 결정들이었다. 누구를 데려갈지, 어디로 보낼지, 언제 움직이게 할지를 먼저 정하고, 전투는 그 선택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런 방식은 한동안 시리즈의 특징으로 남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계획 시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PC와 콘솔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먼저 나타났다. PC에서 출시된 Raven Shield는 기존처럼 임무 전에 대원을 편성하고 이동 경로를 짜는 계획 단계를 유지했다. 반면 콘솔용 Rainbow Six 3는 구조를 크게 단순화했다. 플레이어는 분대장 딩 차베스를 직접 조종하면서 세 명의 AI 대원에게 현장에서 명령을 내렸고, 여러 팀의 동선을 지도 위에서 미리 설계하는 대신 문 앞이나 교전 직전에 이동과 진입을 지시하는 방식이 중심이 됐다.
다만 이때까지는 시리즈 전체가 방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PC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계획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뚜렷한 변화는 Lockdown(2005)에서 나타난다. PC판에서도 기존의 계획 화면이 사라졌고, 장비를 고른 뒤 바로 임무에 들어가 현장에서 분대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중심이 됐다.
이어 Rainbow Six: Vegas(2006)는 이런 변화를 하나의 새로운 형태로 정착시켰다. 임무 전에 긴 동선을 짜는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현장을 이동하면서 상황에 맞춰 판단했다. 문 앞에서 팀의 진입 방식을 정하고, 적의 위치에 따라 공격적으로 밀어붙일지 조용히 접근할지를 선택하는 식이다. 피격 뒤 엄폐해 잠시 기다리면 회복되는 방식도 도입돼 전투의 흐름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전술적 판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판단이 이루어지는 시점이었다. 초기작에서는 많은 결정을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내려야 했다면, Vegas에서는 그 결정을 전투 중에 계속 갱신하게 됐다.
이 변화는 접근성을 높였고, Vegas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대신 플레이어가 임무 전에 오랫동안 지도를 들여다보며 작전을 짜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Rainbow Six는 이 시기부터 계획을 버렸다기보다, 계획의 시간을 줄이고 판단의 무대를 전투 현장으로 옮긴 셈이었다. 그리고 Vegas 2(2008) 이후에는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중심에 둔 Rainbow Six의 계보도 오랫동안 끊긴다.
계획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2000년대 후반 이후 Rainbow Six는 한동안 다음 방향을 찾는 시간을 보냈다. 개발 중이던 Rainbow 6: Patriots가 취소됐고, 유비소프트는 새 콘솔 세대에 맞춰 시리즈를 다시 설계했다.
그 결과가 바로, 2015년에 출시된 Rainbow Six Siege다. Siege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5대5 멀티플레이를 중심에 두었다. 공격팀과 수비팀이 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위치와 장비, 진입 경로를 읽으며 맞서는 구조였다. 한 사람이 여러 팀의 움직임을 미리 정하던 초기작과 달리, 각 플레이어가 하나의 대원을 맡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응하는 방식이 중심이 됐다.
그렇다고 계획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공격팀은 드론으로 목표 위치와 수비팀의 배치를 확인하고, 수비팀은 벽을 보강하거나 장비를 설치한다. 전투가 시작된 뒤에도 카메라와 드론, 오퍼레이터의 능력을 이용해 정보를 모으고,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진입 경로나 역할을 계속 바꾼다.

초기 Rainbow Six에서 계획은 한 사람이 임무 전에 완성하는 것이었다. 반면 Siege에서는 다섯 명이 제한된 시간 안에 정보를 나누고, 상대의 선택까지 고려하면서 계속 수정한다. 계획이 사라졌다기보다 누가, 언제, 어떻게 계획하는지가 달라진 것이다.
이 변화는 시리즈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 Siege는 장기간 서비스되며 Rainbow Six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고,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오퍼레이터와 벽을 부수거나 새로운 진입로를 만드는 환경 파괴 시스템도 시리즈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대신 초기작에서 가능했던 플레이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혼자 지도를 펼쳐 여러 대원의 움직임을 미리 짜고, 그 계획이 실제 작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방식이다. Siege는 계획을 없앤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발전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작전 전체를 설계하는 경험은 오랫동안 Rainbow Six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같은 오퍼레이터, 다른 게임
2022년 1월 출시된 Rainbow Six Extraction은 Siege의 스핀오프로, 최대 3명이 협동해 외계 생명체인 Archæan과 싸우는 PvE 게임이었다. 오퍼레이터마다 고유 능력이 있었고, 드론으로 주변을 정찰했으며, 파괴 가능한 환경과 팀 단위 협동도 그대로 이어졌다.
차이는 상대를 보면 분명해진다. Siege에서는 상대 팀 역시 끊임없이 판단하고 움직인다. 공격팀이 특정 진입로를 선택하면 수비팀은 그 경로를 막거나 위치를 바꾸고, 어떤 오퍼레이터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같은 능력이라도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Extraction은 Siege의 주요 요소를 상당 부분 옮겨온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요소들이 작동하는 방식은 달라졌는데, 그중 가장 큰 차이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AI라는 점이었다.

Extraction에서도 적의 종류와 배치에 따라 전략은 필요하다. 다만 상대가 플레이어의 선택을 읽고 다시 대응하는 PvP의 심리전은 줄어들고, 그 대신 주어진 상황을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오퍼레이터의 능력 역시 상대의 판단을 흔드는 수단이라기보다, 정찰과 전투, 임무 수행을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도구로 작동했다.
이 차이는 Rainbow Six에서 무엇이 플레이 경험을 만드는지 생각하게 한다. 캐릭터와 장비, 드론, 환경 파괴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도, 그것이 놓이는 구조가 달라지면 플레이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traction의 엇갈린 평가를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작품은 같은 오퍼레이터와 같은 시스템도 어떤 규칙과 관계 안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오래된 문법을 다시 조합하다
이 흐름 위에서 보면 Rainbow Six Tactics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겉으로는 XCOM 계열의 턴제 전술 게임처럼 보이지만, 공개된 시스템을 하나씩 살펴보면 초기 Rainbow Six와 Siege에서 가져온 요소들이 함께 섞여 있다.
플레이어는 15명의 오퍼레이터 가운데 최대 네 명을 골라 분대를 구성하고, 인질 구출과 폭탄 해체, 표적 제거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는 드론으로 적의 위치와 지형을 살피고, 파괴 가능한 벽이나 구조물을 이용해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 수 있다. 임무 사이에는 HQ를 관리하고 대원을 훈련시키며 장비와 상태를 정비한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Breach Planning이다. 여러 오퍼레이터의 행동을 미리 지정한 뒤 한 번에 실행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대원들이 동시에 돌입하도록 만드는 기능이다.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여러 팀의 움직임을 미리 맞춰두고 하나의 신호로 실행하던 초기작의 고코드와 닮은 부분이 있다.

초기 Rainbow Six에서 했던 대원 선발과 동선 설계는 오퍼레이터 편성과 턴제 지휘로 바뀌었고, 초기작에서 정보를 검토하고 동선을 짰다면, Tactics에서는 드론과 정찰 도구로 현장을 파악한 뒤 환경 파괴를 이용해 새로운 시야와 진입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Siege가 만든 오퍼레이터와 파괴 시스템이 더해졌다.
중요한 점은 Tactics가 단순히 과거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원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초기작의 계획 구조를 그대로 되살리는 대신, Siege 이후 익숙해진 오퍼레이터와 환경 파괴를 그 위에 다시 얹고 있다. 오래된 Rainbow Six의 플레이 방식과 최근 시리즈의 자산을 한 구조 안에서 다시 묶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장르 변화는 단순한 변신이라기보다 재조합에 가깝다. FPS였던 게임을 턴제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뒤로 밀려 있던 계획 중심의 플레이를 지금의 Rainbow Six가 가진 시스템과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시, '계획하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물론 Tactics가 초기 Rainbow Six의 감각을 되살렸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게임은 2027년 출시 예정이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개된 시스템과 개발진의 설명뿐이다. 턴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나 브리치 기능이 있다는 것만으로 과거의 플레이 경험까지 돌아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건은 이 시스템들이 실제 플레이에서 얼마나 많은 판단을 요구하느냐다. 드론 정찰이 적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주는 절차에 그친다면, 그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답이다. 제한된 정보 위에서 진입 경로와 대원 구성을 고민하게 만들 때에야 1998년의 부정확한 첩보 브리핑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된다. 브리치도 마찬가지다. 동시 돌입이 잘 만든 연출에 머무느냐, 누구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순서로 움직일지가 임무의 결과를 바꾸느냐. 전자라면 Tactics는 Siege의 오퍼레이터를 턴제 판 위에 옮겨놓은 작품이고, 후자라면 이 시리즈가 오래전 내려놓은 플레이 방식을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다시 이어가는 작품이 된다.
다만 복원의 충실도가 시험대인 것은 아니다. 유저도, 게임을 즐기는 환경도, 플레이어가 속도와 편의에 기대하는 수준도 1998년과 같지 않다. 임무 전에 긴 계획 화면을 붙들게 하던 구조를 밀어냈던 압력은 컨트롤러의 버튼 수만이 아니었다. 그때의 '계획하는 재미'를 지금의 유저도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더 어려운 문제다.
돌이켜보면 Rainbow Six는 같은 이름 아래에서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판단을 계속 바꿔왔다. 초기작에서는 임무에 들어가기 전에 작전을 짰고, Vegas에 이르는 동안 판단은 전투 중으로 옮겨갔으며, Siege에서는 여러 플레이어가 정보를 나누며 상대의 선택에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Tactics는 그 흐름에서 다시 한 사람이 분대 전체를 내려다보고, 움직이기 전에 먼저 생각하도록 만들려 한다.
1998년의 Rainbow Six가 플레이어에게 묻던 것은 단순했다. 누구를 데려갈 것인가, 어디로 보낼 것인가, 언제 움직이게 할 것인가.
2027년의 Tactics가 그 질문을 다시 중요하게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지금의 플레이어가 붙들 만한 것으로 만들어낸다면, 돌아온 것은 장르도 시스템도 아니다. Rainbow Six의 계획하는 재미가 돌아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