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브레이크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제도 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규정 정비에 나섰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6월 자율주행시스템(ADS)을 탑재한 차량에 맞춰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135호, ‘경량차 제동장치 기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 규정은 운전자가 발로 밟는 브레이크 페달과 손이나 발로 조작하는 주차브레이크를 전제로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에는 이런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NHTSA가 이번에 바꾸려는 것은 브레이크의 성능 기준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앞으로 미국에서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도 제도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다만 사람의 발 대신 전자신호와 차량 내부 제어장치가 브레이크를 작동하더라도, 차가 멈춰야 하는 거리와 제동 안전성은 기존 차량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차 규제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논의는 센서, 인공지능, 라이다, 카메라, 도로 인프라, 사고 책임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실제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를 기존의 사람 중심 안전기준으로 어떻게 검사하고 인증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람을 전제로 만든 브레이크 규정

FMVSS 135호는 승용차와 소형 트럭, 소형 버스의 브레이크 성능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현재 규정은 서비스 브레이크, 즉 차량을 달리다가 멈추게 하는 일반 브레이크가 발로 밟는 페달로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주차브레이크 역시 손이나 발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운전석 자체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에는 이런 요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자율주행 셔틀이나 로보택시처럼 처음부터 사람이 운전하지 않도록 설계된 차량은 운전대,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을 둘 필요가 없다. 탑승자는 운전자가 아니라 승객이다. 그런데도 기존 규정이 사람의 발과 손으로 조작하는 브레이크를 요구하면, 제조사는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페달과 레버를 억지로 넣어야 한다.

NHTSA는 이런 규정이 기술적 안전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차량 설계를 불필요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완전 자율주행차에서 브레이크 페달이 자율주행시스템을 직접 덮어쓰도록 설계될 경우, 승객의 실수나 고의적 조작이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택시처럼 운행되는 무인 자율주행차에서 승객이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브레이크 장치를 임의로 조작한다면, 차량은 예기치 않게 멈출 수 있다. 뒤따르던 차량과의 충돌이나 교통 흐름 방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NHTSA가 이번 개정안에서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에 사람용 브레이크 장치를 의무화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페달 대신 전자신호, 기준은 ‘정지거리’

그러나 NHTSA는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더라도 안전기준을 완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을 구분한다. 수동 운전장치가 있는 차량은 지금처럼 브레이크 페달과 주차브레이크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반면 수동 운전장치가 없는 차량은 차량 내부 시스템이 서비스 브레이크와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하도록 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를 누가 밟았느냐가 아니라, 차량이 얼마나 안전하게 멈추느냐다.

기존에는 정지거리를 ‘브레이크 페달에 힘을 가한 순간부터 차량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이동한 거리’로 정의했다. 하지만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에는 발로 힘을 가하는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NHTSA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경우 ‘전자 제동 명령이 서비스 브레이크 제어장치에 처음 전달된 순간부터 차량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의 거리’를 정지거리로 정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즉 사람의 발이 전자신호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100km/h에서 차량이 멈춰야 하는 거리 등 기존 성능 기준은 유지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냉간 제동 성능 시험에서 차량은 시속 100km에서 70m 이내에 정지해야 한다.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진 상황이나 ABS 고장, 유압 회로 이상, 전력 공급 문제 같은 고장 조건에서도 별도의 정지거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사람이 없으니 규제를 완화한다”는 접근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조작을 전제로 한 시험 방식을 전자제어 방식에 맞게 바꾸면서도,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멈춰야 하는 물리적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은 결국 인공지능이 얼마나 잘 판단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가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판단한 뒤, 실제 제동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중요하다.

‘운전석 경고등’도 승객 중심으로 바뀐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브레이크 경고등이다.

기존 차량은 브레이크 이상 경고등이 운전자 앞, 계기판에 표시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운전대와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운전자가 없다. 차량 안의 사람은 모두 승객이다.

NHTSA는 이에 따라 브레이크 경고등을 모든 지정 좌석의 탑승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차량 이상 정보를 오직 시스템만 알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브레이크 시스템 이상, 제동 성능 저하, 전력 문제 같은 정보는 승객의 안전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승객은 차량을 타기 전 운행을 시작할지, 운행 중 정차를 요청할지, 이상 상황을 신고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NHTSA는 자율주행차에서도 안전 관련 경고가 사람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본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사용자 경험이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안전 설계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를 없앤다고 해서 승객의 역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하던 조작은 줄어들 수 있지만, 승객은 시스템의 상태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화면, 음성 안내, 앱 알림은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안전장치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NHTSA도 차량 내 화면뿐 아니라 모바일 앱 알림, 차량 내부 경고, 기타 방식으로 승객에게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보완적 수단을 권고했다.

주차브레이크도 ‘마찰 방식’에서 벗어난다

주차브레이크 규정도 바뀔 전망이다.

기존 FMVSS 135호는 주차브레이크가 마찰 방식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바퀴나 브레이크 디스크에 물리적으로 힘을 가해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제동장치 고장 가능성이 지금보다 높았던 시절, 주차브레이크를 비상 브레이크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했던 흔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차량은 분리형 제동회로, 전자식 제동장치, 자동 긴급제동,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파워트레인 잠금장치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NHTSA는 주차브레이크가 꼭 마찰 방식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대신 차량이 주차된 뒤 움직이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능은 그대로 요구한다. 개정안은 주차브레이크가 전진과 후진 방향 모두에서 20% 경사면 위 차량을 5분 동안 정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성능 기준을 유지했다.

즉 주차브레이크의 형태는 자유롭게 하되, 차량이 밀려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결과 기준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대의 규제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거 규정은 특정 장치와 구조를 요구했다. 앞으로의 규정은 장치의 모양보다 안전 성능을 더 중시한다.

브레이크 페달이 꼭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서, 차량이 정해진 거리 안에 멈춰야 한다는 규정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의 진짜 시험은 ‘잘 멈추는가’가 아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모든 자율주행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NHTSA도 이를 분명히 했다. 이번 규정은 브레이크 시스템 자체가 충분한 제동 성능을 갖고 있는지를 다루는 것이다. 자율주행시스템이 특정 도로 상황에서 언제, 얼마나 강하게, 어떤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앞차의 급정지를 제때 감지하지 못하거나, 보행자를 늦게 인식하거나, 빗길에서 제동거리를 잘못 계산한다면 브레이크 장치가 아무리 성능 기준을 충족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NHTSA는 자율주행시스템의 실제 운행 성능에 대한 별도 안전기준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브레이크 규정은 차량이 “멈출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자율주행 안전기준은 차량이 “언제 멈춰야 하는가”를 다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둘은 분리할 수 없지만, 규제 체계상으로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은 결국 두 개의 질문으로 나뉜다.

첫째, 차량은 위험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가.

둘째, 위험을 판단한 뒤 실제로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가.

이번 NHTSA 개정안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제도적 답변이다.

‘운전자 없는 차’를 위한 규제의 시작

이번 규정 개정안은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단순히 AI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려면 센서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브레이크, 조향장치, 경고등, 좌석 배치, 충돌 안전성, 차량 문, 와이퍼, 성에 제거 장치, 타이어 정보 표시 등 수십 년간 운전자를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미국 NHTSA는 이미 변속기, 와이퍼, 성에 제거 장치, 타이어 정보 표시 등 기존 안전기준을 자율주행차에 맞게 손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브레이크 규정 개정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의 질문은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도 되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운전자가 없는 차에서 누가 안전을 보장하는가”다.

기존 차량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경고등을 보고, 주차브레이크를 채우고, 이상 상황에서 판단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에서는 이 역할이 AI와 차량 제어장치, 원격 운영 체계, 제조사 안전 설계, 규제기관의 성능 기준으로 나뉜다.

사람의 발이 빠진 자리에 전자신호가 들어오고, 운전자의 눈이 빠진 자리에 승객용 경고 시스템이 들어오며, 운전자의 판단이 빠진 자리에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들어온다.

NHTSA의 이번 개정안은 그 전환을 법과 규정의 언어로 옮긴 첫 단계 중 하나다.

페달이 없는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브레이크를 없애는 용기가 아니다. 사람이 밟지 않아도, 시스템이 더 정확하고 더 안전하게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