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넘어, 안경으로 가려는 저커버그의 도전

광화문덕

metax@metax.kr | 2025-09-23 09:00:00

스마트폰이 피처폰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아니면 여전히 주머니 속 필수품으로 남을까?

마크 저커버그가 또 한 번 거대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가상현실도, 메타버스도 아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정조준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기를 내세우며 포스트-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9월 18일,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무대에서 저커버그는 새로운 하드웨어 비전을 공개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손목에 착용하는 뉴럴 밴드가 그것이다. 그는 이 제품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현존감을 회복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서로의 얼굴 대신 화면만 바라보는 현실을 비판하며, 안경이 그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의 배경에는 분명한 계산이 깔려 있다.

애플과 구글이 장악한 앱스토어 체제를 벗어나 메타만의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메타의 신형 스마트 글래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뉴럴 밴드다. 이 장치는 sEMG(표면 근전도) 기술을 이용해 손목에서 손가락의 미세한 전기 신호를 읽어낸다. 사용자는 허공에 글씨를 쓰듯 손을 움직이면 문자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나는 분당 30단어까지 입력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시연을 직접 보여줬다. 이는 스마트폰 평균 속도인 분당 36단어에 근접한 수치다.

리얼리티 랩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은 21단어였지만, 실제 사용자 경험이 쌓이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스마트폰 못지않은 속도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 방식의 강점은 명확하다. 공공장소에서 음성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작은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도 없다. 조용히 손목과 손가락만 움직여도 문자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스마트 글래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이 발전하면 단순 입력을 넘어 다양한 제스처 기반 인터페이스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이 곧 대중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배터리 지속 시간, 기기의 무게, 발열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우려가 크다. 구글 글래스가 실패했던 근본 원인은 바로 이 사회적 거부감이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순간, 제품은 혁신이 아니라 위협으로 인식된다. 메타 역시 이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경제적 부담도 막대하다.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는 2020년 이후 누적 7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졌고, 이번 발표는 그간의 막대한 연구개발 자금이 향한 목적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성공한다면 메타는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주체로 올라설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메타버스에 이어 또 하나의 대규모 적자로 기록될 것이다.

저커버그는 이번 신제품을 단순한 기술 혁신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은 눈에 띄지 않고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안경이야말로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기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사람들을 스마트폰 중독과 과도한 스크린 타임으로 내몬 장본인 역시 메타의 앱들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여전히 ‘시간을 빼앗는 플랫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메타가 이제 와서 ‘현존감을 되찾아주겠다’고 주장하는 건 자기모순처럼 들린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다.

은행 업무, 교통카드, 쇼핑, 업무 관리 등 수많은 기능이 스마트폰 하나에 통합돼 있다. 스마트 글래스가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배터리 효율, 사용자 경험에서 스마트폰을 압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대체보다는 ‘보완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초기 수용층은 Z세대와 기술 얼리어답터일 것이며, 대중 확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저항도 만만치 않다.

공공장소에서의 착용 예절, 법적 규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시장 확산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개인정보 보호와 AI 윤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메타가 이 장벽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열쇠다.

스마트폰이 언젠가 피처폰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아니면 여전히 주머니 속 필수품으로 남을까?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스마트폰 이후의 세계를 향해 거대한 내기를 걸었다는 점이다.

애플은 Vision Pro로 프리미엄 MR 시장을 공략하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와 AR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메타는 그 사이에서 “더 가볍고 대중적인 기기”라는 전략을 택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아직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가 더 이상 공상 과학의 환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현실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대적 증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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