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무엇이 챗봇을 쓰게 하는가? : 직원과 고객의 관점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2-11 11:00:52
<문화산업 맥락에서 전자상거래 챗봇의 비공식적 언어 스타일이 이용자의 지속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이가호· 이종현, 2025>
[메타X(MetaX)]오늘날 대화형 AI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기업 내부 도입 과정에서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에 대한 불신이나 직업 대체에 대한 위협 등 직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 연구는 기존의 고객 지원용 챗봇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직원의 업무 효율과 성과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내부 지향적(Internally facing)' 관점에 주목한다. 챗봇을 단순한 질의응답 도구로 보지 않고,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업 지식 지원자(Enterprise Knowledge Assistants)'이자 협업의 주체로 재정의한다는 점이 이 논문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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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AI 챗봇 특성이 직원들의 AI 챗봇 지속이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사회기술시스템 이론과 기술수용모델(TAM)을 중심으로, 홍세민·김하연·이상우, 2025. |
조직 내 사회적 상징 자본으로서의 '평판 개선'
이 논문이 가진 차별점은 '평판 개선(Reputation Enhancement)'이라는 변인을 기업용 AI 챗봇의 핵심 특성으로 독립시킨 데 있다. 이는 AI 챗봇 사용이 개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사회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은 챗봇을 능숙하게 활용함으로써 동료나 상사에게 '최신 기술에 밝고 전문성 있는 인재'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인식한다. 즉, "AI를 잘 쓰는 사람"이 곧 유능한 인재로 평가받는 조직 내 상징 자본으로 기능하며, 이러한 평판 관리 동기가 인지된 유용성을 높여 지속적인 이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창의적 파트너이자 '심리적 완충 지대'로서의 AI
'아이디어 도출(Idea Generation)' 기능에 대한 해석 역시 흥미롭다. 챗봇은 단순한 정보 검색 기능을 넘어 브레인스토밍의 파트너로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창의적 결과물을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이디어 도출의 진정한 가치가 '창의성의 양'이 아니라 '평가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심리적 기제에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인간 동료 앞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비판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공유를 주저하지만, 비인격적 대상인 AI 앞에서는 평가 불안을 느끼지 않고 더 자유롭게 혁신적인 제안을 던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 챗봇은 비판받지 않는 '안전한 타자'이자 심리적 완충 장치로서 직원의 업무 몰입도와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친절함보다는 결과물: 상호작용성과 유용성 사이의 간극
연구의 실무적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은 챗봇의 '상호작용성'과 '유용성'의 관계를 규명한 지점이다. 분석 결과, 챗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인 상호작용성은 사용자가 챗봇을 '쓰기 편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만, 정작 업무에 '유익하다'는 확신을 주는 데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직장인들에게 챗봇의 지나친 친절함은 오히려 불필요하고 장황한 응답으로 치부되어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기대하는 최우선 가치는 감성적 교류가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 성과 개선이며, 따라서 챗봇의 인간다움보다는 업무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일 동료로서의 신뢰성'이 유용성 인식의 핵심이 된다.
기술 수용의 필터, 'AI 자기효능감'과 미래의 역할
마지막으로 논문은 기술의 객관적 성능만큼이나 사용자의 주관적 믿음인 'AI 자기효능감'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스스로 AI 활용 능력이 높다고 믿는 직원은 동일한 챗봇을 사용하더라도 정보의 품질을 더 높게 평가하고, 아이디어 도출이나 평판 개선 효과를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뛰어난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큼이나 직원의 심리적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용 AI 챗봇은 더 이상 업무 자동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조직 내에서 개인의 이미지와 역할, 그리고 역량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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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맥락에서 전자상거래 챗봇의 비공식적 언어 스타일이 이용자의 지속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이가호· 이종현, 2025 |
기존의 많은 연구가 챗봇이 얼마나 인간을 닮았는지(의인화) 혹은 얼마나 문제를 잘 해결하는지(기능성)와 같은 성능 지표에 집중할 때, 본 연구는 '어떻게 말하느냐'라는 언어 스타일 자체를 경험 설계의 핵심 요인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연구는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챗봇의 '비공식적 언어 스타일'이 사용자의 심리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주어 서비스를 지속하게 만드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공식적 언어 스타일
비공식적 언어 스타일은 일반적이고 친숙하며 캐주얼한 구어적 특징을 의미한다. 챗봇이 "이 상품이 요즘 대세예용!"과 같은 친근한 말투나 유머러스한 응답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이를 딱딱한 기계의 출력이 아니라 인간적인 소통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언어 전략은 사용자의 이해도와 수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능이나 정확성 같은 도구적 가치보다 '따뜻함'과 '친근함'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우선시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비공식적 언어는 사용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내에서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일으키고 서비스를 이탈하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준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은 관계 형성을 위한 감정의 관문
본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챗봇과 사용자 사이의 매개체로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가 미디어 속 인물을 마치 실제 대면하는 사람처럼 대하며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공식적 언어가 사용자에게 전달되면, 사용자는 챗봇을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아닌 하나의 '미디어 인물'로 인식하며 일대일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이 가상의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야만 비로소 따뜻함, 감정적 유대, 호감도라는 강력한 긍정적 감정들이 동시에 촉발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챗봇을 단순히 편리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이다.
감정적 유대와 지속사용의도는 설득이 아닌 관계의 부산물
연구는 따뜻함, 감정적 유대, 호감도라는 세 가지 변수를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분석함으로써 미묘한 통찰을 제공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세 요소 모두 지속사용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감정적 유대'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말투가 귀엽거나 친절하다는 수준의 '호감'을 넘어, 사용자와 챗봇 사이에 정서적 연결고리가 형성되어야만 장기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모티콘 몇 개나 단순한 친절함만으로는 진정한 '관계'의 단계에 진입할 수 없으며, 사용자가 정서적으로 연결되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강력한 고객 충성도가 확보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초기 수용을 넘어선 '지속성'의 비결과 실무적 시사점
챗봇이 이미 일상화된 현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어떻게 처음 사용하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계속 쓰게 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 과제다. 본 연구는 지속사용의도가 기술적 설득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부산물임을 입증함으로써 플랫폼 운영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챗봇은 인건비 절감 수단을 넘어 고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창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비공식적 언어 설계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챗봇을 계속 쓰게 만드는 진정한 힘은 고도화된 알고리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빚어내는 인간적인 관계의 감각에서 나온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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