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게임, 모바일에서 콘솔·PC로의 전환을 모색하다.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10-08 07:00:00
도쿄게임쇼 2025(TGS 2025)는 9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메세(Makuhari Messe)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총 772개 업체(국내 473개, 해외 299개)가 참가해 4,083개 부스를 운영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 면적을 기록했다. TGS는 전통적으로 비즈니스 데이(업계 관계자 전용)와 일반 관람일을 구분해 운영되며, 일본 내외의 게임사·개발자·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주요 게임쇼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대형 무대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행보는 단순한 전시 참가를 넘어 전략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과거 모바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던 한국 게임사들이 이번에는 콘솔·PC 기반의 대형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모바일 장르에서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른 가운데, AAA급 콘솔 타이틀과 멀티 플랫폼 전략은 한국 게임의 새로운 확장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게임이 모바일 강국이라는 단일 정체성을 넘어, 멀티 플랫폼과 글로벌 IP 경쟁력 확보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현장으로 평가된다.
펄어비스, 붉은사막의 일본 시연과 글로벌 전략 강화 펄어비스는 도쿄게임쇼 2025에서 차세대 액션 어드벤처 타이틀 '붉은사막(Crimson Desert)'을 현지 최초로 시연 공개했다. 이 작품은 자사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BlackSpace Engine)’을 활용해 개발 중이며, 스팀(PC), 맥(Mac),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S 등 멀티 플랫폼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붉은사막'은 원래 2021년 4분기 출시가 예상됐으나 완성도 문제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오랫동안 공개되지 못했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이후 새로운 대표 IP 부재에 시달린 상황에서, 이번 신작은 사실상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확정된 출시일(2026년 3월 19일)은 그만큼 회사의 실적 개선 기대와 맞물려 주목을 받는다.
이번 행사에서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으며, 약 100대의 시연대를 운영해 관람객에게 직접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 관람객은 두 시간 이상 대기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 관계자는 “도쿄게임쇼 이전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왔고, 이러한 노력이 부스 인파를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보는 펄어비스가 PC MMORPG '검은사막'으로 쌓은 기반을 넘어, 콘솔·PC를 아우르는 AAA급 글로벌 타이틀 제작사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오픈월드 시장 도전
넷마블은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를 출품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오픈월드 액션 RPG로 개발 중인 멀티 플랫폼 신작으로, 기존 모바일 수집형 RPG 중심 전략에서 한 단계 확장된 행보로 평가됐다.
현지 관람객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체험 버전을 플레이한 관람객들은 “개성 있는 캐릭터성”과 “시원한 액션감”을 만족 요소로 꼽았으며, 부스 디자인과 원작 팬을 겨냥한 오브젝트·패널 등 세부 연출이 “원작 팬과 덕심까지 사로잡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넷마블이 내세운 IP 기반 전략의 효과로 해석된다. 원작 인기 IP인 '일곱 개의 대죄'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기존 팬층의 흥미를 끌었고, 세부 디테일을 통해 팬덤의 기대치까지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일본 언론과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도 “일본 시장 취향에 맞춘 콘솔형 오픈월드 RPG 시도가 흥미롭다”는 평가가 나오며, 현지 시장 진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넷마블의 TGS 출품작들은 단순한 시연을 넘어 일본 현지 이용자와 팬덤 반응을 직접 확인한 기회가 되었고, 모바일 중심의 이미지를 넘어 콘솔·PC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컴투스, IP 융합형 전개와 현지화 전략
컴투스는 도쿄게임쇼 2025에서 TV 애니메이션/만화 ‘도원암귀(TOUGEN ANKI)’ 기반 신작 ‘도원암귀: Crimson Inferno’를 단독 부스로 공개했다. 현장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1분 분량의 시네마틱 티저와 핵심 비주얼을 선보였고, 성우 토크 등 팬 접점 이벤트를 병행해 관람객 유입을 확대했다. 부스는 IP 시그니처 컬러(레드/블랙)와 캐릭터 오브젝트를 전면 배치해 원작 충실도와 세계관 몰입감을 강조했으며, 현장에서는 시연 대기열이 형성되는 등 관심이 확인됐다.
출품작은 수집형 턴제 RPG로 개발 중이다. 일본 원작 만화(누적 발행부수 약 400만 부)와 2025년 여름 시작된 TV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게임으로 확장하는 IP 융합형 프로젝트로, PC(스팀)·모바일 크로스플랫폼을 전제로 정보 공개와 스팀 위시리스트 유도가 진행됐다. 현지 매체와 커뮤니티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며, “애니 톤을 살린 3D 연출”, “원작 팬층을 겨냥한 부스 디테일”, 턴제 RPG 장르와 인기 IP의 결합을 호평 포인트로 꼽았다. 행사 전후로는 공식 BI·브랜드 페이지 공개 및 PR 채널을 통해 TGS 최초 공개 계획을 사전에 알리며 관심을 선행 축적했다.
참고로 이 프로젝트는 큰 분류에서 “일본 원작 IP를 한국에서 게임화”한다는 점에서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유사한 케이스다. 다만 차이는 분명하다. 그랜드 크로스가 이미 성숙한 메가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턴제 가챠·라이브서비스 모델이라면, 도원암귀는 애니 방영과 맞물린 성장 단계 IP를 PC/모바일 동시 전개로 키우는 초기 확장 전략에 가깝다. 즉, 원작 밀착형 연출 + 크로스플랫폼 진입 + 팬덤 형성의 동시 추진이 이번 컴투스 사례의 핵심이며, 한국 게임사의 IP 다각 확장과 현지 선호 장르 결합을 통해 일본 시장 적합도를 높이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K-게임, 재정의의 전환점
도쿄게임쇼 2025에서 확인된 흐름은 분명하다. 행사는 9월 25–28일 치바현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렸고, 4,157개 부스와 1,136개 전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런 대형 무대에서 한국 게임사는 모바일 일변도에서 벗어나 콘솔·PC 중심의 멀티 플랫폼과 IP 확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2026년 3월 19일로 공식화하고(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스팀·맥 지원), 현장 체험과 함께 글로벌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전용 부스를 운영하며 현장 체험·팬 이벤트(자이언트 가챠 등)로 콘솔/PC 포함 멀티 플랫폼 전개를 강조했다. 공식 안내 사이트와 미디어 허브를 통해 부스 구성과 자료를 공개했다.
컴투스는 애니·만화 원작 '도원암귀: Crimson Inferno'를 수집형 턴제 RPG로 선보이며 PC(스팀)·모바일 크로스플랫폼 기반의 IP 융합형 전략을 제시했다.
인디 게임들 또한 KOCCA 주도의 'Korea Game Roadshow'와 공동관을 통해 복수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 퍼블리셔 접점을 넓혔다.
요컨대, 이번 TGS에서의 한국 진영은 플랫폼 포트폴리오의 재구성(모바일 → 콘솔·PC 동시 전개), 원작 IP와의 결합을 통한 글로벌 팬덤 확장, 현장 체험 중심의 마케팅 고도화라는 세 축이 맞물려 움직였다. 펄어비스의 AAA 콘솔 공략, 넷마블의 오픈월드·부스 체험 강화, 컴투스의 원작 밀착형 크로스플랫폼 전략, 그리고 인디의 해외 비즈니스 개척이 동시에 드러난 셈이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이동을 넘어 K-게임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한국 게임은 모바일 성공의 기억을 기반으로, 콘솔·PC 동시 전개와 IP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안 능력, 즉, 장르·연출·유통 방식 전반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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