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K-Pop의 세계관과 확장하는 서사의 가능성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3-04 09:00:44

팬덤은 세계관의 소비자가 아니라 세계관의 공동 소유자
그 세계관이 기업에 의해 강제적으로 재편될 때 팬덤은 저항한다.
결국 성공적인 세계관은 정교한 설계보다 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망상의 놀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메타X(MetaX)]K-Pop 세계관은 단순히 잘 짜여진 상업적 '콘텐츠'를 넘어, 기획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덤이라는 세 축 사이의 끊임없는 장력 속에서 구축되는 관계적 구조다. 논문은  정본(Canon)과 팬덤의 해석이 충돌하고 교차하며 권력 관계가 드러나는 역동적인 장(場)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K-Pop의 서사는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주체 사이의 긴장과 진동 속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K-Pop의 세계관과 확장하는 서사의 가능, 김민선, 2024



서사의 도서관: 정본의 권위를 전복하는 아콘틱(Archontic) 텍스트

K-Pop 세계관의 본질은 하나의 거대한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서로 참조하고 증식하며 우위를 점하지 않는 텍스트들의 집합체인 '서사의 도서관'에 가깝다. 이는 팬픽을 정의할 때 사용되는 '아콘틱 텍스트'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원본의 위계에 종속되지 않고 무한히 확장되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에스파의 사례에서 기획사가 음반 발매와 스토리 무비 공개 사이에 의도적인 시차를 두는 지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시차 동안 팬덤은 주체적으로 해석을 증식시키고 합의된 서사를 만들어내며, 기획사가 제시하는 정본은 이러한 팬덤의 해석적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세계관의 충돌: 자산으로서의 서사와 팬덤의 방어 기제

그림.하이브 웹소설 <착호>예시사진과 하이브 보이콧.


BTS의 BU(BTS Universe)와 하이브의 웹콘텐츠 「착호」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은 단순한 콘텐츠 품질의 문제를 넘어, '공유된 세계관'의 소유권을 둘러싼 권력의 충돌을 보여준다. 팬들에게 세계관은 오랜 시간 아티스트와 함께 쌓아온 공동의 가치이자 정체성인데, 기업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이를 상업적으로 재기획하여 강압적으로 주입하려 할 때 팬덤은 이를 '세계관 침탈'로 인식하고 저항한다. 흥미로운 점은 팬덤이 제기한 '단월드 연관설'과 같은 음모론적 서사조차도, 거대 자본의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 팬덤이 자신들의 향유 방식을 역설적으로 이용해 만들어낸 강력한 '대항 서사'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크 문의 역설적 성공: 식상함이 열어준 망상의 자유

그림. 엔하이픈과 앤팀의 판타지웹툰 <다크문>

「착호」가 지나친 독창성으로 인해 팬덤의 기존 서사와 충돌했다면, 엔하이픈과 앤팀의 「다크문」 시리즈는 오히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익숙하고 식상한 데이터베이스적 설정을 차용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대중적 문법은 팬들이 자신의 망상을 투영하여 2차 창작을 하고 캐릭터를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공백'을 제공한다. 여기서 팬덤은 과거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오타쿠'라는 정체성을 전면화하고 전유하며, 기획사가 던져준 서사 안에서 자유롭게 유희하는 '평화로운 공존'의 상태에 도달한다. 결국 성공적인 세계관은 정교한 설계보다 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망상의 놀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변이하고 연결되는 서사들의 민주적 공존
K-Pop 세계관은 정본과 변종 사이의 엄격한 위계를 거부하며, 수많은 해석과 전유의 텍스트들이 가로지르는 공간이다. 그것은 팬덤의 결속을 다지는 장인 동시에 자본의 논리와 소비의 욕망이 진동하는 치열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 '서사의 도서관' 안에서 모든 텍스트는 끊임없이 변이하고 연결되며, K-Pop이 지닌 새로운 서사적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켜 나간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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