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국의 기술 인재 빼돌리려 해.’ 중국의 SMIC 맹비난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4-01 12:41:16
인재 유출을 둘러싼 외교·산업 갈등으로...
대만 당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를 향해 대만의 첨단 기술 인재를 조직적으로 빼가려 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대만 법무부 조사국은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SMIC를 포함한 중국계 기술 기업 11곳이 ‘위장 회사’를 앞세워 대만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불법 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사모아(Samoa)에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대만 현지에 채용 사무소를 설치하고,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인 신주(Hsinchu) 인근에서 고급 기술 인재를 은밀히 스카우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주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본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기술 유출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법무부 조사국은 이달 초 해당 혐의와 관련해 총 34곳의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90명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는 등 대규모 수사를 벌였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20년 이후 중국발 기술 인재 유출 시도와 관련한 수사만 100건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사국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대만 인재를 빼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그중에서도 가장 조직적이고 대담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SMIC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당국은 관련 기업 및 관계자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에 들어갔으며, 2020년 개정된 국가안전법을 적용해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인재 확보를 둘러싼 ‘스파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도 중국의 기술 인재 스카우트 시도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이번 대응은 유사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 중요한 정책적 선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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