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한 ‘Technology Prosperity Deal’ 체결의 진짜 의미

X 기자

metax@metax.kr | 2025-11-03 11:00:00

AI, 양자, 6G, 우주, 핵융합까지… ‘기술 동맹의 시대’ 공식 개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백악관은 10월 29일 일본·한국과 각각 ‘기술번영협정(Technology Prosperity Deal, 이하 TPD)’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 영국과의 TPD에 이은 두 번째·세 번째 양자협정으로, AI·양자·바이오·6G·우주·핵융합 등 첨단 기술 전 분야를 포괄하는 ‘테크노블록(Techno-Bloc)’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경제 동맹을 넘어 기술 동맹으로”

TPD는 단순한 과학기술 협력협정이 아니다. 이는 미 행정부가 ‘경제·안보·기술’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정학적 경쟁을 기술 표준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전략적 틀이다.

백악관은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독자적인 과학기술 생태계와 미국의 혁신 인프라를 연결해, 규제와 표준을 정렬(alignment)하고 연구개발(R&D)을 가속하며 국가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정은 두 축으로 나뉜다.

미·일 TPD: 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우주, 6G, 핵융합에 집중 미·한 TPD: AI, 6G, 우주, 양자기술, 바이오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 규제 완화 및 교육

트럼프 행정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마이클 크라치오스(Michael Kratsios) 국장은 “미국은 기술 리더십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일본·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국과의 양자 협력은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미·일 협정의 핵심: ‘AI 수출동맹’과 ‘핵융합 파트너십’

미·일 TPD는 사실상 AI와 양자기술의 ‘표준 블록화’를 선언한 것이다. 양국은 AI 수출을 공동 조율(coordinated exports) 하며, ‘미국 AI 표준혁신센터’와 ‘일본 AI 안전연구소(AI Safety Institute Japan)’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측정과 표준(metrology and standards) 영역에서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AI 윤리·안전 규범을 사실상 ‘미·일 표준’으로 설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한 협정은 우주·6G·핵융합이라는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일본을 ‘핵심 동맹국(critical ally)’으로 명시했다.

우주: 일본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 참여를 확대하고, 달 탐사와 민간 우주산업을 공동 추진. 6G: “보안과 신뢰가 보장된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문구로 중국식 6G 주도권 견제를 명시. 핵융합: 일본의 JT-60SA 토카막(tokamak) 시설을 기반으로, 상업용 핵융합로 개발에 미국이 참여.

즉, 일본은 미국의 ‘우주-핵융합 축’ 동맹으로 자리 잡았다.

미·한 협정의 핵심: ‘AI-표준 연합’과 ‘디지털 산업 규제 완화’

한국과의 TPD는 보다 산업 실무 중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과기정통부 배경훈 장관과 협정서에 서명하며, AI·6G·우주 분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AI 수출·표준 협력:
‘미국 AI 표준혁신센터’와 ‘한국 AI 안전연구소(Korea AI Safety Institute)’ 간 협력체계 구축.
AI 안전성·윤리·측정 표준을 공동 개발해, 국제 AI 규제 논의에서 ‘미·한 주도권’을 확보. 디지털 산업 규제 완화:
기술기업 및 데이터 플랫폼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 호스팅 아키텍처(data hosting architecture) 규제 장벽 제거.
이는 클라우드·AI 기업이 국경 간 데이터 흐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공급망·보안 협력:
바이오테크·의약품 공급망의 복원력(resilience) 강화,
양자기술 보호 및 연구보안(research security) 체계 정비. AI 인재양성 프로그램:
멜라니아 트럼프가 주도하는 ‘Fostering the Future Together’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참여.
아동·청소년 대상 AI 교육 협력으로 “디지털 시대의 미래세대 육성”을 명시.

즉, 한국은 미국의 ‘AI-표준-교육 축’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식 기술 동맹”의 세 가지 전략 코드

① ‘기술번영협정(TPD)’ = 기술판 안보조약
TPD는 NATO식 군사동맹이 아닌, 기술표준·데이터·R&D 동맹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동맹 간 기술 동조화(tech synchronization)’를 추진하며, 중국 중심의 기술블록을 견제한다. 특히 AI 수출규제, 반도체 장비통제, 양자암호기술 보호 등에서 일본·한국을 전방기지로 삼는다.

② 표준화 전쟁의 전면화
‘측정과 표준(metrology and standards)’ 협력이 명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개발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 국제 기준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AI 윤리·안전 기준, 6G 주파수 배분, 양자암호 알고리즘 등은 모두 국가 간 ‘표준 패권’의 문제로 직결된다.

③ AI-교육 동맹의 확장
TPD에 포함된 ‘AI 교육 협력’은 기술 주권의 사회적 확장을 뜻한다. 이는 기술·산업뿐 아니라 문화·교육·세대 전환까지 포괄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미국은 동맹국의 교육체계를 AI 친화적으로 전환하려 한다.

“AI 블록화 시대”의 도래

이번 협정은 ‘AI 세계화(Global AI)’가 끝나고 ‘AI 블록화(Bloc-AI)’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다. 미국은 TPD를 통해 기술 파트너를 ‘동맹국 중심’으로 한정하고, 중국·러시아 등 비동맹권 국가와는 데이터·표준·수출을 차단한다. 이는 과거 냉전의 핵무기 경쟁이 ‘AI·양자 경쟁’으로 옮겨간 형태다.

한편, 일본과 한국은 기술동맹의 수혜자이자 시험대가 된다. 각국은 미국 중심의 기술표준 체계 안에서 독자적 산업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TPD 시대’의 세 가지 시나리오

AI 표준의 양극화: 미·TPD 진영(미·영·일·한) vs 중·러 진영으로 국제 기술표준이 양분화될 가능성.
국가안보의 기술화: ‘과학기술’이 외교·안보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으며, 기술동맹이 실질적 안보조약의 역할을 수행.
AI 인재 전쟁의 가속화: 미국 주도의 AI 교육 네트워크(Fostering the Future)가 글로벌 인재공급망을 장악할 가능성.
 
이번 미·일·한 TPD 체결은 단순한 협정이 아니라, “기술이 외교를 대체하고, 데이터가 국경을 정의하는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AI와 양자, 6G, 우주, 핵융합은 이제 국가 간 신뢰의 언어이며, ‘기술번영협정’은 그 언어를 통일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 문법이다.

과거 냉전이 핵을 중심으로 했다면, 21세기의 냉전은 AI를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문장이, 바로 이 ‘Technology Prosperity Deal’에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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