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누구의 것인가”… AHCC 시대, 저작권의 재정의가 시작됐다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27 07:00:00

현대원, AI-인간 공동창작(AHCC) 개념 제시… 창작 구조의 근본적 전환
결과 중심 권리 체계 한계 노출… ‘과정·의도·책임’ 중심 저작권 논의 부상

[메타X(MetaX)] 우리는 오랫동안 창작을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이해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AI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협력자(co-creator)로 기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이미 학계에서도 구조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현대원 교수(서강대학교 가상융합전문대학원 원장)는 저서 AI-X에서 인공지능을 “가상융합 세계를 함께 창조해가는 AI-인간 공동창작(AI-Human Co-Creation, AHCC)의 협력자이자 창작의 동반자”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개념 정의가 아니라, 창작의 주체와 구조가 개인 중심에서 협업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문제 제기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짜깁기’는 창작이 아니라고 배워왔다. 여러 정보를 단순히 결합한 결과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표절 논란의 대상이 된다.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결합을 넘어 새로운 구조와 해석이 더해진 창작성 있는 2차적 저작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미 이러한 창작의 구조를 수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재구성하며, 사용자 프롬프트를 통해 맥락과 관점을 반영하고,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은 인간의 창작 방식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이 지점에서 기존 정의는 한계에 직면한다. 창작성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인가, 아니면 특정한 구조적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된다.

AHCC 개념은 이 문제에 대해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창작은 더 이상 개별 창작자의 단독 행위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협업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작가-독자라는 수직적 구조는 인간과 AI가 함께 참여하는 수평적 공동창작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는 창작을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에 따라 저작권 체계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기존 저작권은 결과물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중심으로 판단되어 왔다. 그러나 AHCC 환경에서는 AI가 기존의 표현을 학습하고 인간이 그 결과를 선택·수정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결과만으로 창작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대신 창작 과정에서의 인간 개입 정도, 의도, 선택, 맥락 부여와 같은 요소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논쟁의 본질은 AI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창작의 주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창작 과정에서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가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있다. 이는 단순한 법적 논의를 넘어 창작과 소유의 개념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결국 AHCC 시대에서 창작은 더 이상 인간만의 특권이 아니다. AI는 이미 구조를 만들고 결과를 생성하며 창작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의 문제다.

앞으로 창작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선택하고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변화 속에서 저작권 역시 결과 중심의 보호 체계를 넘어, 과정과 의도, 그리고 책임을 중심으로 재정의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전환의 시작점에 서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