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우리는 왜 미디어 인물과 관계를 맺는가?”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24 09:00:00
‘가짜 관계’ 아닌 인간 본성의 확장… 파라소셜 인터랙션의 정상화 시도
애착·사회인지·비교 이론 통합… 미디어 관계 형성 메커니즘 구조화
[메타X(MetaX)] Giles(2002)는 파라소셜 인터랙션(PSI) 연구를 단순한 개념 정리 수준을 넘어, 이론적 통합과 미래 연구 방향 제시라는 목적 아래 재구성한 대표적 논문이다. 이 연구의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인간은 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미디어 인물과 관계를 형성하는가라는 문제다. Giles는 이를 단순한 미디어 효과로 보지 않고, 사회심리학적 관계 현상으로 재정의하려 한다.
기존 연구에서 PSI는 종종 ‘상호작용의 착각’ 혹은 비현실적 몰입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Giles는 이러한 관점을 비판하며, PSI를 인간의 정상적인 사회적 인지 과정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그는 PSI를 독립적 현상으로 보지 않고, 애착 이론, 사회적 인지 이론, 사회적 비교 이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이론 위에서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존재이며, 안정적인 관계가 부족할 경우 이를 대체할 대상을 찾는다. 이때 미디어 인물은 현실 관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애착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사회적 인지 이론은 인간이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고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전제한다. 이 과정은 실제 인간뿐 아니라 미디어 속 캐릭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비실재적 존재에도 ‘마음’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 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미디어 인물은 이러한 비교의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 위에서 Giles는 PSI 형성 과정을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반복 노출이다. 특정 인물을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낯섦은 줄어들고 친숙성이 증가한다. 여기에 캐릭터의 일관된 행동과 성격은 인지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이는 신뢰 형성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시청자가 캐릭터와 유사성을 인식할 경우 동일시는 더욱 강화되며, 매력성 요소는 관계 형성을 가속화한다. 결국 반복, 친숙성, 유사성, 매력성이 결합되며 파라소셜 관계가 형성된다.
Giles의 가장 중요한 주장은 PSI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실제 관계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경험이라는 점이다. 감정의 발생, 애착의 형성, 그리고 관계 상실 시의 정서적 반응까지 모두 실제 인간 관계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그는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 상호성이 존재하는 관계, 비상호적이지만 정서적 연결이 있는 PSI, 그리고 완전히 내적 상상 관계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Giles는 향후 연구를 위한 통합 모델을 제시한다. 개인의 특성(외로움, 사회적 불안), 미디어 요인(노출 빈도, 캐릭터 특성), 그리고 인지 과정(동일시, 감정이입)이 결합되어 PSI가 형성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애착과 행동 변화로 이어진다. 즉, PSI는 개인, 미디어, 인지라는 세 축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현상이다.
이 연구는 이후 이론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Giles가 관계 형성의 원인을 설명했다면, 이후 연구들은 그 관계가 어떻게 해석되고 작동하는지를 확장해 나갔다. 특히 파라커뮤니케이션 개념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하며, 관계를 의미 해석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학술적으로 이 논문의 가장 큰 기여는 PSI를 비정상적 현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 행동으로 정상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사회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프레임을 제시함으로써 연구의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동시에 개인차 변수와 실험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후속 연구 방향을 제안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PSI를 일반적 관계로 확장하면서 실제 관계와의 질적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또한 2002년이라는 시점의 한계로 인해 오늘날의 SNS, 라이브 스트리밍, AI 기반 상호작용과 같은 환경은 반영되지 않았다. 더불어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권력 구조나 경제적 관계 역시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iles의 논문은 현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강한 설명력을 갖는다. 유튜브와 라이브 스트리밍은 반복 노출과 친밀성을 극대화하며 PSI를 일상화했고, 인플루언서 경제는 이러한 관계를 수익 구조로 전환했다. 나아가 생성형 AI와의 상호작용은 PSI를 인간-기계 관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Giles(2002)는 인간이 미디어 인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허상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상의 실제 존재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