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X(구 트위터)에 DSA 첫 제재…1억2천만 유로 과징금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09 11:00:00

“투명성 훼손·이용자 기만 행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을 이유로 1억2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결정은 DSA 시행 이후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첫 공식 제재로, EU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 집행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EU는 이번 제재 사유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블루 체크(verified) 표시의 기만적 운영 방식이다. X는 유료 구독만으로 누구나 블루 체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실제 계정의 신원을 의미 있게 검증하지 않았다. EU는 이 방식이 “검증된 계정”이라는 뉘앙스를 사용자에게 부여해 혼란을 초래하고, 사칭·사기 등 각종 위험에 노출시키는 기만적 디자인(deceptive design) 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문제는 광고 저장소(ad repository)의 투명성 부족이다. DSA는 플랫폼이 연구자와 시민사회가 광고 내용을 감시할 수 있도록 광고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EU 조사에 따르면 X의 광고 저장소는 검색 기능이 제한적이며, 광고 내용·주제·광고주 정보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사실상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EU는 이를 통해 “허위 광고, 정보 조작, 조직적 여론 조작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연구자 대상 공공 데이터 접근 차단이다. X는 서비스 약관을 통해 연구자의 웹 데이터 접근(스크래핑 등)을 금지하거나, 접근 승인 절차에 과도한 장벽을 두어 사실상 연구 활동을 막아왔다. EU는 이러한 조치가 DSA가 요구하는 “공공 감시와 위험 분석을 위한 연구자 접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선거 정보 왜곡, 허위 정보 확산, 온라인 혐오·폭력 조장의 위험을 감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중대한 위반으로 평가됐다.

EU는 위반 사항의 범위와 지속 기간, EU 이용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해 과징금 규모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X는 이제 60일 내 블루 체크 기만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 90일 내 광고 투명성과 연구자 데이터 접근 개선을 위한 종합 계획을 EU에 제출해야 한다. 계획이 제출되면 디지털서비스위원회가 검토하고, 이후 EU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X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EU는 추가적인 일일 벌금 부과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결정은 X가 이미 EU로부터 여러 건의 DSA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어진 결과다. EU는 2023년 말부터 X에 대해 불법 콘텐츠 확산 관리 미흡, 정보 조작 대응 부족, 투명성 의무 위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사 중이며, 이번 결정은 그중 세 가지 항목을 우선적으로 제재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가 DSA의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헨나 비르쿠넨 EU 부집행위원장은 “블루 체크를 이용한 사용자 기만, 광고 정보의 은폐, 연구자 접근 차단은 EU 온라인 환경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DSA는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온라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이며, 우리는 플랫폼의 책임 회피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다른 글로벌 플랫폼—메타, 구글, 틱톡 등—에게도 강력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EU가 X를 대상으로 매우 강도 높은 첫 제재를 집행함에 따라, 향후 정치 광고 투명성, 알고리즘 공개, 유료 인증 표시 검증, 연구자 접근 보장 등 플랫폼 운영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X가 이번 제재를 수용할지, 법적 대응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유럽 내 운영 방식 전면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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