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느끼는 존재감 vs 관계의 착각 vs 커뮤니케이션의 해석”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23 09:00:00
프레즌스·PSI·파라커뮤니케이션, 감각·관계·의미로 이어지는 계층적 인지 모델
AI 상호작용의 본질은 ‘실제’가 아니라 ‘지각된 경험’
[메타X(MetaX)]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인간은 하나의 단일한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의 인지를 동시에 경험한다.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 “그곳에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특정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것 같다”고 느끼며, 나아가 그 존재가 “나에게 말을 건다”고 해석한다. 이 세 가지 경험은 각각 프레즌스(Presence), 파라소셜 인터랙션(PSI), 파라커뮤니케이션(Paracommunication)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되며, 단순히 병렬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연결된 인지 과정이다.
프레즌스는 가장 기초적인 층위로, 사용자가 매개된 환경 속에서 실제로 그 공간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공간적 존재감에 기반한 감각적 몰입이며, VR이나 게임 환경에서 “내가 그 안에 있다”는 느낌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보다 환경 자체에 대한 몰입이 중심이 된다. 즉, 프레즌스는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를 재정의하는 경험이다.
이후 형성되는 것이 파라소셜 인터랙션이다. 이는 실제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대상과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방송인이나 유튜버, 혹은 가상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끼며 감정적 연결을 형성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상호작용 여부가 아니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PSI는 공간이 아닌 관계의 층위에서 작동하며, 인간이 ‘누구와 함께 있는가’를 구성하는 경험이다.
파라커뮤니케이션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인지 과정이다. 이는 미디어 대상의 행동이나 반응을 단순한 출력이 아니라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석하는 단계다. 사용자는 AI의 응답을 단순한 데이터 처리 결과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메시지로 받아들이며, 그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거나 소통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 단계에서 핵심은 ‘의미 부여’이며, 인간은 대상의 행동에 의도와 맥락을 투사한다.
이 세 개념은 독립적이면서도 계층적으로 연결된다. 먼저 프레즌스를 통해 환경에 대한 몰입이 형성되고, 그 위에서 PSI를 통해 특정 존재와의 관계가 만들어지며, 마지막으로 파라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관계가 의미 있는 소통으로 해석된다. 즉, 인간 경험은 “존재감 → 관계 착각 → 커뮤니케이션 해석”이라는 흐름으로 발전한다.
이 구조는 각 이론 간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프레즌스는 감각적 경험으로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반면, PSI는 정서적 경험으로서 “나는 누구와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파라커뮤니케이션은 인지적 경험으로서 “그 존재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해석한다. 결국 세 이론은 각각 공간, 관계, 의미라는 서로 다른 축을 중심으로 인간 경험을 설명한다.
이러한 통합 구조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공간적 몰입을 제공하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며, 응답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즉, AI는 프레즌스, PSI, 파라커뮤니케이션의 세 단계를 동시에 자극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관계적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공통점은 ‘지각된 경험’이다. 세 이론 모두 실제 여부보다 사용자가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실제로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상호작용한다고 느끼면 그것은 관계로 작동하며, 실제 의도가 없더라도 의도가 있다고 해석되면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식된다. 이는 인간이 기술을 경험하는 방식이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주관적 인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위험성을 내포한다. 특히 파라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 사용자는 AI의 응답에 감정과 의도를 투사하며, 기계에 ‘마음’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관계의 과잉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AI 윤리와 인간-기계 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세 개념 간의 경계는 완전히 명확하지 않으며, 특히 PSI와 파라커뮤니케이션은 실제 경험에서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파라커뮤니케이션은 개념적 정교화에 비해 실증적 검증이 부족하고, 최신 생성형 AI 환경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이론은 AI 시대 인간 경험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결국 이 세 가지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와 있는가, 그리고 그 존재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들이 동시에 충족되는 순간, 인간은 완전한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AI 시대 인간 경험의 핵심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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