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에픽, 다시 붙은 이유… ‘27% 수수료’가 남긴 진짜 질문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4-23 11:00:00
[메타X(MetaX)] 플랫폼이 '열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Apple과 Epic Games의 갈등은 이 질문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외부 결제가 허용되었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았고, 수수료가 조정되었지만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갈등의 출발점은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애플의 앱스토어 구조가 독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동시에 개발자가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른바 '안티 스티어링(anti-steering)' 조항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이후 항소 과정을 거쳐 2023년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에서도 대부분 유지되었고, 핵심 변화는 분명했다. 애플은 앱 내에서 외부 결제 링크를 허용해야 하며, 개발자는 자사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자를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앱스토어 생태계가 일정 부분 개방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 종결되지 않았다. 판결 이후에도 그 해석과 이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고, 특히 수수료 구조를 중심으로 분쟁이 지속되어 왔다.
2026년 4월, 애플은 이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판단에 대해 다시 상급심 판단을 구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며, 사건은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쟁점이 된 것은 외부 결제를 허용한 이후에도 유지된 비용 구조였다. 애플은 인앱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외부 결제로 유도된 거래에 대해 약 27%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외부 결제 허용의 취지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한 것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이후 법원은 외부 결제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 구조에 대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그 결과 해당 수수료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다만 이를 단순히 ‘수수료 폐지’로 보기는 어렵다. 인앱결제 수수료 자체는 회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외부 결제 도입에 따른 별도의 비용과 조건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쟁점은 수수료의 존폐가 아니라, 외부 결제가 실질적인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애플은 앱스토어가 결제만이 아니라 유통·보안·접근을 포함한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정한 대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둘러싼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분쟁의 초점은 분명하게 이동했다. 과거에는 '외부 결제를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외부 결제에 수수료를 부과할 권리가 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쟁점의 변화, 수수료가 아니라 ‘구조’
초기의 갈등은 비교적 단순한 구도로 이해되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발생하는 디지털 결제에 대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에 대해 개발자들이 과도한 비용 구조라고 반발하는 형태였다. 이른바 '30% 수수료'는 오랜 기간 플랫폼 논쟁의 상징처럼 작동해 왔다.
하지만 외부 결제가 허용된 이후, 이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현재의 상황은 "수수료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에 가깝다. 애플이 한때 외부 결제에도 약 27%의 수수료를 부과했고, 법원이 이를 문제 삼아 해당 구조가 유지되기 어렵게 된 이후에도, 외부 결제 도입에 따른 별도의 비용과 조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선택지가 달라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양측의 입장도 이 지점에서 선명하게 갈린다. 애플은 앱스토어가 단순한 결제 창구가 아니라, 보안·결제 처리·유통·사용자 접근을 포함한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외부 결제를 이용하더라도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대가로 일정 수준의 수수료는 정당하다는 논리다.
반면 에픽은 이 구조가 선택권의 외형만 갖춘 채 실질적 경쟁은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외부 결제를 도입하려면 별도의 결제 시스템 구축과 운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플랫폼 수수료가 줄어든 만큼 다른 비용이 채워진다면, 개발자 입장에서 실질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선택지는 존재하지만, 경제적으로 선택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앱스토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애플에 제3자 앱스토어 허용을 요구했을 때도, 애플은 연간 100만 건을 초과하는 앱 설치에 대해 건당 €0.50의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비용 부담의 본질은 유지된 셈이다. 에픽의 주장은 결국 하나의 기업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플랫폼이 규제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구조적 지배력을 보존하는 패턴을 지적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어디까지 열릴 수 있는가
이 사건이 갖는 의미는 특정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선다. Apple과 Epic Games의 갈등은 앱스토어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을 어떻게 구성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앱스토어 모델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결제, 배포, 사용자 접근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한 구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기능이 아니라 그 결합 방식이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노출하고, 거래를 중개하며, 결제를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묶는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접근 경로와 결제 흐름이 동시에 관리되며, 그 결과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거래 전체를 설계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개별 요소를 부분적으로 개방하더라도, 전체 흐름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한 플랫폼의 영향력은 쉽게 약화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는 앱스토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바일 앱 마켓뿐 아니라 콘솔 게임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 일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주요 플랫폼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유통과 결제를 결합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플랫폼에서 발생한 변화가 다른 플랫폼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플랫폼은 열리면서 동시에 닫힌다. 선택은 가능해졌지만, 그 선택이 작동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플랫폼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지만 늘어났을 뿐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문은 열렸지만, 열쇠는 여전히 플랫폼이 쥐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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