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없는 게임 경험, Xsolla Metasites가 던진 질문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9-08 11:00:00

Xsolla, ‘Metasites’ 발표
게임 유통의 미래는 ‘즉시 접속 경험’

지난 8월, 글로벌 게임 커머스 기업 Xsolla가 새로운 플랫폼 ‘Metasites’를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게임 유통 툴이 아니라, Unreal Engine 기반 크리에이터를 위한 브라우저형 3D 멀티플레이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운로드나 설치 없이, URL 클릭만으로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아바타로 소통하고, 게임 데모를 체험하며,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과 메타버스 논의가 한풀 꺾인 시점에서 Metasites가 다시 부상한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 유통·체험의 패러다임이 ‘설치된 상품’에서 ‘즉시 접속 가능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https://xsolla.com/blog/how-xsolla-metasite-empowers-unreal-creators

Xsolla의 Metasites는?

Metasites는 Xsolla가 Unreal Engine 크리에이터를 위해 개발한 브라우저 기반 3D 멀티플레이어 플랫폼으로, 별도의 설치 없이 URL만으로 즉시 접속 가능한 가상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게임 유통 플랫폼이 가지는 가장 큰 장벽인 “설치와 실행”을 제거한 것이다. 사용자는 다운로드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개발자는 복잡한 배포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강력한 멀티플레이어 지원이다. Xsolla는 Metasites가 최대 1만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단순 접속 인원 확대를 넘어, 음성 채팅과 텍스트 채팅,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아바타 시스템을 제공해 사용자가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콘서트, 전시, 팬 이벤트 등 대규모 디지털 모임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https://xsolla.com/metasites

Metasites는 또한 커머스 기능을 플랫폼에 기본 내장하고 있다. Xsolla가 전 세계 200여 국가, 700여 개 이상의 결제 수단을 지원하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는 플랫폼 안에서 바로 아이템 판매, 구독 모델, 게임 키 배포, 심지어 가상 굿즈 판매까지 실행할 수 있다. 즉, Metasites는 단순한 경험 공간을 넘어 즉시 수익화 가능한 무대를 제공한다.

나아가 기술적으로도, Metasites는 Unreal Engine 최적화라는 특징을 갖는다. 기존에는 멀티플레이어 3D 세계를 웹 환경에서 구현하려면 상당한 서버 인프라와 엔지니어링 자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Metasites는 이러한 복잡성을 줄여, 크리에이터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세팅만으로 실시간 3D 세계를 배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대규모 퍼블리셔뿐 아니라 소규모 인디 개발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활용 사례를 가정해보면, 인디 개발자는 완성 전 단계의 게임 데모를 링크 하나로 전 세계에 배포할 수 있고, 대형 퍼블리셔는 신작 공개 전용 가상 전시관을 열어 팬들이 동시에 접속해 데모를 즐기고 한정판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 역시 오프라인 부스 없이도 가상 이벤트나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어, 마케팅 비용 절감과 글로벌 확산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Metasites는 다목적 플랫폼이다. 인디 개발자에게는 글로벌 진출을 돕는 무대가 되고, 퍼블리셔에게는 팬덤 관리와 마케팅 툴이 되며, 브랜드에게는 가상 전시회와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게임”을 넘어, 소셜·상업·문화적 활동이 동시에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허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놀이터 vs 무대

Metasites를 이해하는 데 가장 흥미로운 비교 대상은 Roblox다. 두 플랫폼은 모두 “사용자가 즉시 접속해 3D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무대”라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지향점은 크게 다르다.

먼저 개발 관점에서, Roblox는 자체 제작 툴인 Roblox Studio를 통해 비교적 쉬운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누구나 간단히 게임을 만들고 커뮤니티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B2C(일반 사용자 중심) 성격이 강하다. 반면 Metasites는 Unreal Engine 기반으로, 더 높은 그래픽 품질과 전문적 개발 환경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접근 장벽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인디부터 대형 퍼블리셔까지 프로페셔널 제작자에게 적합하다.

로블록스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페이지: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roblox.client

접속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Roblox는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및 설치가 필요하고 모바일·PC·콘솔 등 다양한 기기를 지원한다. 반면 Metasites는 브라우저 즉시 실행 방식을 채택해 설치 없이도 링크 하나로 접근 가능하다. 예컨대, 어떤 퍼블리셔가 신작 티저를 Metasites에 올리면, 플레이어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 웹 브라우저로 접속해 바로 체험할 수 있다.

수익화 모델은 더 큰 차이를 보여준다. Roblox는 Robux라는 독자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생태계 안에서 경제를 형성한다. 반대로 Metasites는 Xsolla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현실 화폐, 게임 키, 구독 모델 등 다양한 수익화를 지원한다. 이는 특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퍼블리셔와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구조다.

사용자 층 역시 다르다. Roblox는 월간 2억 명 이상이 접속하는 세계 최대의 UGC(User Generated Content) 플랫폼으로, 핵심 이용자는 10대 청소년과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들이다. Metasites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목표 이용층이 개발자·퍼블리셔·브랜드라는 점에서 B2B 지향성이 뚜렷하다.

결국 Roblox는 “사용자가 놀고 만드는 디지털 놀이터”, Metasites는 “개발자와 브랜드가 체험을 연출하고 수익화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커뮤니티의 자생적 창작과 놀이에 초점을 맞추고, 후자는 전문 제작자가 설계한 경험을 다수의 유저가 동시에 체험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인 셈이다.


Epic Games와의 연결고리

Metasites는 Unreal Engine 크리에이터를 위한 브라우저 기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Epic Games의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Unreal Engine은 이미 AAA 대작 게임부터 인디 프로젝트, 영화·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업계 표준 툴이다. Metasites는 이러한 엔진으로 제작된 결과물을 별도의 설치 없이 웹 환경에서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Epic이 강조해온 “크리에이터 친화 생태계”를 확장하는 보완재로 기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Epic Games Store와의 차별성이다. Epic Games Store는 Steam과 유사한 다운로드·설치형 디지털 스토어로, 주로 게임 판매와 유통을 담당한다. 반면 Metasites는 스토어가 아니라 체험과 이벤트 중심의 무대다. 개발자가 만든 데모, 퍼블리셔가 기획한 팬 이벤트, 브랜드가 열고자 하는 가상 전시 등을 즉시 접속 가능한 체험형 콘텐츠로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Epic Games가 Xsolla와 협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Unreal Engine 의 생태계 확장이다. Epic은 이미 언리얼 엔진 라이선스를 무료로 개방하고, 수익은 스토어·퍼블리셔 협력에서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Metasites는 언리얼로 제작된 콘텐츠를 더 쉽게 웹으로 확장시켜, Epic 엔진 생태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Xsolla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 활용이다. Xsolla는 200여 개국, 700여 개 이상의 로컬 결제 수단을 지원하는 강력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 Epic은 자체 결제 시스템도 있지만, 신흥 시장(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특화된 결제 접근성에서는 Xsolla와의 협업이 유리하다.                                   세 번째는 브랜드와 퍼블리셔의 외부 진출 통로 확보이다. Epic Games Store는 어디까지나 게임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오늘날 게임사는 단순 판매를 넘어 팬덤 관리, 글로벌 이벤트, 크로스미디어 마케팅을 원한다. Metasites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즉시 접속형 이벤트 플랫폼이 된다.

예컨대, 향후 어떤 퍼블리셔가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신작을 공개할 때, Epic Games Store에서 게임을 예약 판매하는 동시에 Metasites를 통해 브라우저 기반 체험판을 제공하고, 팬 이벤트까지 연계한다면, 이는 유통과 체험, 팬덤 관리가 하나로 연결되는 복합적 에코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


놀이터+무대, 플랫폼의 미래

Roblox가 지난 10여 년간 보여준 것은 “커뮤니티 놀이터”로서의 메타버스였다. 누구나 쉽게 창작하고, 수많은 사용자가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거대한 디지털 광장이 바로 Roblox의 강점이었다. 이 모델은 10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게임 소비 문화를 형성했고, 가상 콘서트나 브랜드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장으로도 확장되었다.

https://xsolla.com/metasites

반면 Metasites가 제시하는 것은 “전문적 무대”로서의 실험적 유통 모델이다. Roblox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Metasites는 개발자·퍼블리셔·브랜드라는 전문 제작자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게임 소비의 패러다임이 “소유(구매 후 설치)”에서 “참여(즉시 접속 경험)”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포착된다. Google의 Stadia(비록 실패했지만)와 Nvidia의 GeForce Now는 설치 없는 클라우드 게이밍을 시도했다. Fortnite는 Fortnite Creative를 통해 단순 게임이 아닌 창작·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Roblox는 가상 콘서트를 통해 음악·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교차 지점을 넓혔다.

Metasites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 방향성은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 출시를 넘어선다. 설치라는 벽을 허물고, 언리얼 엔진이 그린 고품질 세계를 ‘즉시성’과 ‘수익화’라는 키워드로 연결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질문은 명확하다. 플레이어는 내일, 게임을 소유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인가, 아니면 링크 하나로 접속해 경험을 소비할 것인가?

Metasites는 그 갈림길에서 던져진 하나의 예고편이자, Roblox 이후 게임-메타버스 플랫폼이 향할 다음 장(章)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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