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MZ의 명품 지갑을 여는 인플루언서는?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5-28 09:00:00

인플루언서의 전문성은 MZ세대에게는 오히려 ‘덜 중요’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정서적 설득 구조’

[메타X(MetaX)]기존 마케팅의 정석은 제품의 뛰어난 품질과 기능적 가치를 정보원(전문가)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신뢰를 쌓으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백종우·장석준(2025)의 연구는 이러한 고전적 메커니즘이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핵심 소비층인 MZ세대에게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명품 가치를 인식하고 실제 구매까지 마친 MZ세대 소비자 492명의 설문 데이터를 구조방정식 모델(SEM)로 실증 분석했다 . 조사 대상의 73%가 여성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30대(65.4%)와 20대(29.1%)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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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의 특성이 명품브랜드 소비에 미치는 영향 연구: MZ세대를 중심으로

백종우, 장석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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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구성개념의 구조방적식 모

인플루언서의 ‘전문성’이 힘을 잃은 이유
 인플루언서의 전문성은 MZ세대들의 자기만족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기각됐다.
인플루언서가 제품에 대한 박학다식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MZ세대의 기능적 제품가치 인식에는 미미하게나마 기여할지언정 (beta = .113), 감성적 영역인 ‘자기만족’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M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다뤄온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인 것이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인플루언서에게 지식의 전달이나 정보의 의존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인플루언서가 가진 정서적 특성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매력성 (beta = .500), 진정성 (beta = .334), 신뢰성 (beta = .149)
이 세 가지 요인은 자기만족에 강력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플루언서의 세련된 이미지나 스타일을 뜻하는 '매력성'이 자기만족을 형성하는 가장 압도적인 변수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인플루언서의 전문적 지식을 학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매력에 자신을 투영해 정서적 쾌락과 만족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제품가치와 브랜드 신뢰의 연결고리 단절
흥미로운 점은 제품가치보다 자기만족의 힘이 더 결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비 이론과 달리, MZ세대가 명품의 품질, 소장가치, 독특성 등을 높게 평가하는 것(제품가치)과 해당 브랜드를 심리적으로 믿는 것(브랜드 신뢰)은 별개의 문제로 분석됐다. 이들은 명품의 고품질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갈 뿐, 제품 자체의 스펙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브랜드에 친밀감이나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 신뢰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자기만족 (beta = .671)으로 밝혀졌다. 명품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스스로 얻는 기쁨, 만족감, 자신감 등의 주관적 사후 평가가 충족될 때 비로소 브랜드에 대한 공고한 신뢰가 형성된다. 즉, 객관적인 제품의 우수성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심리적 보상이 브랜드 관계 구축의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구매를 움직이는 것은 신뢰보다 충성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브랜드신뢰가 구매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브랜드신뢰→구매의도 경로는 표준화계수 .005로 기각되었다. 반면 브랜드충성→구매의도는 표준화계수 .582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브랜드신뢰는 브랜드충성에는 강하게 영향을 주지만, 구매의도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즉, 신뢰는 구매의 직접 버튼이 아니라 충성을 만드는 기반에 가깝다.
이 결과는 명품 소비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명품은 소비자가 “믿을 만하다”고 느낀다고 곧바로 사는 상품이 아니다. 가격이 높고, 상징성이 강하며,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의도는 신뢰보다 충성의 단계에서 더 강하게 생긴다.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계속 선택하고 싶고, 자신의 취향 체계 안에 넣고 싶고, 다음에도 그 브랜드를 사고 싶다는 정서적 고착이 생길 때 구매의도가 강해진다.
이 점에서 명품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일회성 신뢰 확보가 아니라 반복적 감정 관계 형성이다. 브랜드가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는 메시지를 넘어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내가 좋아하는 세계”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제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캠페인보다,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반복 경험을 설계하는 캠페인이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정서적 설득 구조’
 MZ세대 명품 소비에서 인플루언서는 제품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보다, 신뢰성·진정성·매력성을 통해 명품의 감정적 가치를 구성하는 존재에 가깝다. 논문도 명품 브랜드 기업이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식 전달보다 신뢰성, 진정성, 매력성 같은 정서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서적 특성’이 얕은 이미지 관리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뢰성은 이 사람이 소개하는 브랜드가 믿을 만하다는 감각이고, 진정성은 이 추천이 광고 문구가 아니라 실제 취향과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는 인식이다. 매력성은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보여주는 스타일, 태도, 라이프스타일, 분위기가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정도다. 명품 소비에서 이 세 요소는 제품의 기능보다 더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르게 말하면, MZ세대에게 명품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 제품이 좋다”를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 제품을 선택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소비자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의 스펙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놓일 수 있는 자기 이미지의 가능성을 미리 체험한다. 명품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플루언서는 브랜드의 의미를 일상 장면 속에 번역해주는 매개자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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