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IDIA, 개방형 AI 생태계를 묶는 '네모트론 연합(Nemotron Coalition)' 발표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3-23 11:00:00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 본격화
모델 경쟁에서 생태계 경쟁으로의 이동

[메타X(MetaX)] 2026년 3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엔비디아는 ‘NVIDIA Nemotron Coalition’을 공식 발표했다. 창립 멤버는 Black Forest Labs, Cursor, LangChain, Mistral AI, Perplexity, Reflection AI, Sarvam, Thinking Machines Lab 등 8개 AI 연구·개발 주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연합의 첫 번째 이니셔티브는 엔비디아와 Mistral AI가 공동 개발하는 기반 모델이며, 이 모델은 NVIDIA DGX Cloud에서 학습돼 오픈 생태계에 공유되고, 향후 NVIDIA Nemotron 4 모델 패밀리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Nemotron Coalition' 공개 관련 공식글; https://nvidianews.nvidia.com/news/nvidia-launches-nemotron-coalition-of-leading-global-ai-labs-to-advance-open-frontier-models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발표에서 “오픈 모델은 혁신의 생명줄이자 AI 혁명에 대한 전 세계적 참여의 엔진”이라고 말했다. Mistral AI의 공동창업자 겸 CEO 아르튀르 멘슈(Arthur Mensch) 역시 “오픈 프런티어 모델은 AI가 진정한 플랫폼이 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두 발언은 이번 발표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엔비디아와 파트너들이 강조한 것은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 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기반의 확대였다.

겉으로 보면 이번 발표는 또 하나의 AI 연합 출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새 모델 하나의 출시가 아니라, 다양한 오픈 모델과 개발 주체를 엔비디아 중심의 협력 구조로 묶어내려는 생태계 전략에 있다.


Nemotron Coalition
엔비디아는 이번 연합을 통해 6개 오픈 모델 패밀리를 하나의 구도로 묶었다. 언어·추론(Nemotron), 월드·비전(Cosmos), 범용 로보틱스(Isaac GR00T), 자율주행(Alpaymayo), 바이오·화학(BioNeMo), 기후·날씨(Earth-2)다. 각각이 독립적인 산업 영역을 커버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를 별개의 제품군이 아니라 공통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모델 패밀리 집합으로 설계했다.

8개 창립 멤버는 각자의 전문성을 분담한다. Mistral AI는 효율적이고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모델 개발을, Black Forest Labs는 이미지·영상·행동 예측을 포함한 멀티모달 생성을, Cursor는 코드 에디터 실사용 환경에서 수집한 성능 평가 데이터를, LangChain은 에이전트 역량과 장기 추론 프레임워크를, Perplexity는 대규모 실시간 배포 최적화를, Sarvam은 다국어·지역화 AI를 담당한다. Reflection AI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오픈 시스템 개발에 집중한다.(Thinking Machines Lab의 구체적 역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연합 출범과 함께 이미 나온 모델도 있다. GTC 직전 주에 공개된 'Nemotron 3 Super'는 1,200억 파라미터 규모지만 실제 작동 시 120억 파라미터만 활성화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전체 파라미터를 항상 구동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에, 대형 모델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연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복잡한 에이전틱 AI 시스템을 현실적인 비용으로 구동하려는 기업 수요를 겨냥한 설계다.

Nemotron 3 Super; https://blogs.nvidia.com/blog/nemotron-3-super-agentic-ai/

기존 AI 발표가 "더 큰 모델, 더 높은 성능"의 단위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번 발표는 다르다. 특정 모델의 벤치마크 우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산업용 AI 기반을 하나의 협력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쟁의 단위를 개별 모델에서 플랫폼과 생태계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다.


엔비디아가 노리는 '인프라 의존성'의 설계
엔비디아의 목표는 GPU를 더 많이 파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2026년 2월 발표한 회계연도 2026년 실적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2,15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고,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1,937억 달러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엔비디아의 중심축이 이미 전통적인 칩 판매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가 오픈 모델 생태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픈 모델이 확산될수록 이를 학습하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컴퓨트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수요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오픈 모델 생태계는 엔비디아에게 개방성의 선언인 동시에, 인프라 수요를 넓히는 구조적 장치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의 오픈 모델 전략은 소버린 AI 수요와도 맞물려 있다. 소버린 AI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특정 사업자의 폐쇄형 API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규제와 보안, 산업 환경에 맞춰 AI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려는 흐름을 뜻한다. 실제로 Oracle과 엔비디아는 2024년부터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자국 내 보안 환경에서 AI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도록 소버린 AI 솔루션 협력을 확대해왔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델의 개방성보다, 그 개방성이 작동하는 실행 환경이다. 엔비디아는 DGX Cloud, NVIDIA AI Enterprise, NIM 마이크로서비스 같은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계층을 통해 모델의 학습, 배포, 추론, 운영 전반을 자사 플랫폼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 특히 NIM은 최신 AI 모델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워크스테이션, 엣지 등 다양한 NVIDIA 가속 인프라에서 빠르게 배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추론 마이크로서비스다. 개발자용 설명에서는 RTX AI PC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행도 강조된다.

엔비디아의 기업용 AI 개발·배포·운영 소프트웨어 플랫폼 'NVIDIA AI Enterprise'; https://www.nvidia.com/en-us/data-center/products/ai-enterprise/

결국 오픈 모델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학습하고 운영하고 최적화하는 환경은 엔비디아의 인프라 스택에 점점 더 결속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엔비디아의 개방형 전략은 단순한 공개나 공유의 선언이라기보다, 개방성을 매개로 자사 인프라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구조로 읽힌다. 다시 말해 모델은 열려 있어도, 그 모델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운영 체계는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셈이다.


이상적 선언이자 실용적 전략, '오픈'
폐쇄형 초거대 모델은 여전히 강력하다.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 보안, 통제권의 문제 때문에 한계도 분명하다. 외부 API 기반 모델을 도입하는 기업은 서비스 사업자가 정한 요금 체계와 정책 변화에 그대로 영향을 받고, 모델 내부를 직접 통제하거나 자사 환경에 맞게 깊이 있게 조정하기도 어렵다. 민감한 데이터의 처리와 보안 규제가 중요한 산업일수록 이런 제약은 더 크게 작용한다. 반면 오픈 모델은 기업과 기관이 모델을 직접 조정하고, 자사 인프라와 데이터 환경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선택지가 된다. 이 때문에 오픈 모델은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의 운영 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한 기업들의 메시지도 이 지점을 향한다. Reflection AI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미샤 라스킨(Misha Laskin)은 공식 발표에서, AI의 기반 지능이 소수 기업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오픈 모델을 단순한 개발 방식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폐쇄형 API 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인도계 다국어 AI 기업 Sarvam의 참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영어 중심의 범용 폐쇄형 모델만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언어와 지역 수요를, 개방형 모델 생태계를 통해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오픈 모델이 늘어날수록 중요한 것은 모델의 존재 자체보다, 그것을 실제로 학습하고 배포하고 추론하는 실행 환경이 된다. 엔비디아는 DGX Cloud, NVIDIA AI Enterprise, NVIDIA NIM 마이크로서비스 같은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계층을 통해 그 실행 환경을 자사 플랫폼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NIM은 최신 AI 모델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워크스테이션, 엣지, 그리고 개발자 환경에서는 RTX AI PC까지 포함한 NVIDIA 가속 인프라 위에서 빠르게 배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추론 마이크로서비스다. 다시 말해 모델이 오픈이든 아니든, 실제 운영 단계에서 엔비디아 스택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여기서 “오픈”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하나는 소수 사업자의 폐쇄형 AI 질서에 맞서는 개방성의 선언이다. 다른 하나는, 그 개방형 모델들이 널리 쓰일수록 이를 떠받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실용적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오픈소스와 플랫폼 결속은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델이 열릴수록, 그 모델을 가장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네모트론 연합이 의미하는 것도 결국 여기에 가깝다. 개방형 모델의 확대가 곧 탈플랫폼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넓은 플랫폼 지배력의 새로운 형식이 될 수도 있다.


경쟁의 단위가 바뀌고 있다
언어모델 하나만으로는 앞으로의 AI 생태계를 장악하기 어렵다. 엔비디아가 GTC 2026에서 제시한 방향도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NVIDIA, GTC Keynote 2026; https://www.nvidia.com/gtc/keynote/

공식 자료에 따르면 네모트론 연합은 NVIDIA Nemotron, NVIDIA Cosmos, NVIDIA Isaac GR00T, NVIDIA Alpaymayo, NVIDIA BioNeMo, NVIDIA Earth-2 등 6개 프런티어 모델 패밀리를 축으로 오픈 모델 생태계를 확장하는 구상이다. 범위는 텍스트와 추론에 머물지 않고, 비전, 로보틱스, 자율주행, 생물·화학, 날씨·기후까지 이어진다. 이는 엔비디아가 AI를 개별 시장의 집합이 아니라, 공통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별 모델 체계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구도에서 중요한 것은 모델의 숫자가 아니라 연결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단일 범용 모델 하나로 모든 시장을 덮으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산업 영역에 맞는 모델 패밀리를 공통의 컴퓨트와 툴체인, 운영 환경 위에 얹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쟁의 초점이 “누가 더 강한 모델 하나를 갖고 있는가”에서 “누가 더 많은 산업용 모델을 하나의 운영 질서 안에 연결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네모트론 연합은 바로 그 변화된 경쟁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이런 협력 구도가 곧바로 완전한 이해 일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 발표 상의 창립 멤버는 8개 회사이고, 참여 기업마다 상업적 목표와 기술적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장기적으로 하나의 협력 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특히 오픈 모델의 방향성과 사업화 전략 사이의 긴장은 앞으로 이 연합이 실제로 시험받을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신호는 분명하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모델 성능 그 자체에서, 모델을 둘러싼 운영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하나의 범용 모델만을 일괄적으로 쓰기보다, 산업과 업무에 따라 다른 모델 패밀리를 조합해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핵심은 모델의 이름이 아니라, 그 모델들을 누가 연결하고, 배포하고, 최적화하고, 운영 환경에 안착시키는가가 된다. 네모트론 연합은 엔비디아가 바로 그 연결 권한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생태계 주도권을 향한 엔비디아의 포지셔닝
Nemotron Coalition의 의미는 새로운 AI 모델 하나가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엔비디아가 언어·추론, 비전, 로보틱스, 자율주행, 바이오, 기후를 포괄하는 오픈 모델 패밀리를 8개 창립 파트너와 함께 하나의 협력 구도로 묶으려 했다는 점이다. 이는 AI 경쟁이 더 이상 개별 모델 단위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 단위의 주도권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모델 영향력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는 인프라, 툴체인, 그리고 연결 권한이다. 모델이 늘어날수록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맞게 학습하고 배포하고 최적화하는 환경의 중요성도 커진다. 네모트론 연합은 바로 그 환경을 엔비디아 중심으로 조직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발표는 제품 공개라기보다, 오픈 AI 시대의 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엔비디아의 포지셔닝에 가깝다.

모델을 공개하는 기업은 많아질 수 있지만, 그 모델들이 작동하는 생태계의 규칙을 설계하는 자리는 결코 많지 않다.

엔비디아는 지금 그 자리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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