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오전, 아파트 위층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유난히 한적했다.
차들은 드문드문 지나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어딘가 느슨해 보였다. 명절 특유의 들뜸보다는, 잠시 멈춘 도시의 숨결 같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창밖으로는 겨울의 끝자락이 매달린 바람이 흘렀다. 며칠 전만 해도 ‘이제 봄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아직 공기 속에는 차가운 결이 남아 있었다. 봄은 약속처럼 다가오지만, 완전히 오기 전까지는 늘 이렇게 망설인다.
오전 11시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을 들었다. 습관처럼, 아주 아무 생각 없이. 배달의민족 앱을 켰다. 그리고 검색했다.
수유리우동집. 잔치국수의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참치김밥의 고소함, 식욕을 깨우는 매콤한 비빔국수의 붉은 양념.
‘그래, 오늘은 이 조합으로 가자.’
메뉴를 하나씩 담았다.
잔치국수, 참치김밥, 비빔국수.
결제창을 열자, 화면 위에 또렷하게 적혀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배달팁 무료! 1,000원 할인”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괜히 안심이 됐다.
아, 오늘은 운이 좋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결제 총액을 보고 손이 멈췄다.
22,500원.
“…어?”
나는 화면을 다시 살폈다.
분명 ‘배달료 무료’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상하네… 내가 뭘 더 담았지?”
앱을 닫고 네이버에서 같은 가게를 찾았다.
같은 메뉴를 담았다.
18,500원.
4,000원 차이.
나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의 바람이 창틀을 가볍게 두드렸다.
봄이라기엔 아직 서늘한 바람이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장은 가끔 숫자를 숨긴다.
“배달비 무료라며…”
나는 중얼거렸다.
괜히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속였다는 감정보다는, 내가 스스로 속았다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오기가 생겼다.
혹시 내가 예민해진 걸까 싶어, 교촌치킨 허니콤보를 검색했다.
배달의민족 앱에는 2만5,000원.
교촌 자체 앱에는 2만3,000원.
“2,000원…?”
같은 치킨인데, 내가 어느 앱에서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게다가 매장마다 배달비도 제각각이었다.
그 순간, ‘배달료 무료’라는 문장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배달비는 무료라더니, 가격이 이미 상품 가격에 반영돼 있었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아무런 의심없이 배달의 민족앱에서
배달료 무료라는 단어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의민족,
배달앱 수수료 구조를
낱낱이 뜯어보겠다
그날 밤, 나는 배달앱의 수수료 구조를 하나씩 들춰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월 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배달 3사 체감도 조사’ 결과를 확인하게 됐다.
조사 결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찾은 단서.
배달앱 이용료가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 인상될 경우, 응답한 사장님들의 23.8%는 ‘매장·배달앱 음식값 모두 인상’, 17.3%는 ‘배달앱 음식값 인상(이중가격)’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식재료 변경(9.4%), 음식량 축소(5.4%)까지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로 볼 경우, 응답자의 55.9%가 음식값 상승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배달비를 고객에게 전가하겠다는 응답(8.0%)까지 포함하면, 결과적으로 63.9%가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배달료 무료’라는 문구 뒤에 음식값 인상이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물가는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참고로 배달앱 입점업체 인식 조사는 배달앱 일반 이용현황과 배달앱에 대한 만족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되었으며, 808개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대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감도 조사(12월) 결과는 수수료 적정성, 거래조건 등 만족도와 관련된 3개 분야 총 20개 설문에 대한 답변을 종합하여 산출했다고 중기벤처기업부 측은 설명했다.
그럼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는 얼마를 받고 있는 것일까'다.
여기에도 단서가 있었다. 응답자 중 82.9%가 '배달의민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꼽았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중개수수료는 8.2% 수준으로 파악된다. 개별 상품에 따라 5~7% 구간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매장 가격 1만8,500원이 배민앱에서는 2만2,500원으로 판매된다면 약 21.6%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이 차액이 전부 수수료는 아닐 수 있다. 중개수수료, 배달비, 결제수수료, 광고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교촌 허니콤보 2만3,000원이 배민앱에서 2만5,000원이 되는 경우는 약 8.7% 인상으로, 평균 중개수수료 수준과 유사하다.
입점업체들이 생각하는 ‘적정’ 중개수수료는 평균 4.5%, 적정 배달비는 약 2,300원으로 조사됐다. 현행 수수료와 배달비에 대해 상당수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배달의민족 수익 구조는 단순 중개수수료에 그치지 않는다. 설문 응답자 808명 중 광고·판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440명(54.5%)을 제외한 368명(45.5%)은 월 평균 10만7,000원의 판촉비를 지불하고 있었다. 광고 노출 경쟁 또한 비용 구조의 한 축이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배달의민족 거래액은 2015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누적 153조원을 넘어섰다. 그간 한 번이라도 입점한 외식업주는 약 120만 명에 이른다. 2025년 2월에는 정부 및 입점업주단체와 함께 상생요금제(수수료 2~7.8%)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편 수수료 2% 이하를 내세운 공공배달앱 ‘땡겨요’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배달앱 주요 3사 등록 배달업체 현황’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의 배달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배달음식점의 수는 2021년 말 기준 배달의민족 31만 5,572개소, 요기요 18만 2,965개소, 쿠팡이츠 16만 7,827개소로 총 66만 6,364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배달의민족의 최근 매출이 궁금해졌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석)에 따르면, 2024년 매출이 전년 3조4,155억 원 대비 26% 늘어나며 4조 3,22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4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외주용역비 등 영업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6998억원) 대비 8.4% 감소했다고 배민 측은 설명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수수료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구조이고,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체감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서 자영업자는 매번 계산기를 두드린다.
'값을 올릴 것인가, 양을 줄일 것인가, 재료를 바꿀 것인가.'
어느 선택이든 누군가는 불만을 품는다.
가격을 올리면 ‘비싸졌다’는 평가가 따르고,
양을 줄이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붙고,
재료를 바꾸면 ‘맛이 변했다’는 리뷰가 달린다.
플랫폼은 편리함을 제공하며 시장을 키웠고, 소비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그 성장의 비용은
결국 자영업자의 마진과 소비자의 지갑 사이에서 조정된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다.
“비싸다”는 체감은 결과일 뿐이다.
이제는 묻고 따져야 한다.
중개수수료는 얼마인가,
광고비는 얼마나 더해지는가,
배달비는 누구의 부담인가.
숫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구조를 바꿀 수도 없다.
플랫폼 경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구조를 직시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상생'이란 논의는 시작된다.
입점 매장 덕분에 거래가 발생하고,
그 위에서 플랫폼 기업은 수익을 만든다.
그런데 입점업체가 체감한 상생협력 점수의 평균은 49.1점에 그쳤다.
요기요 49.5점, 쿠팡이츠 49.4점, 배달의민족 48.4점. 세 곳 모두 50점을 넘지 못했다.
대기업 평균 73.47점과 비교하면, 이 숫자는 더욱 적나라해진다. ‘상생’이라는 단어와 ‘체감’이라는 단어 사이에 놓인 간극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수수료 적정성 점수였다. 38.2점.
38.2점...
그 숫자를 보는 순간, 결제창에 찍혀 있던 2만2,500원이 떠올랐다.
가격은 숫자로 보이고, 부담은 체감으로 남는다.
이렇게 하나씩 들여다보고 나니, 비로소 구조가 보였다.
배달료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단지 다른 이름으로, 다른 항목으로, 숨어 있었던 것이다.
배달의민족 플랫폼은 선택이 아니다.
많은 자영업자에게
이미 ‘생존 통로’가 되었다
입점업체들은 월 매출의 36%를 배달앱에 의존하고 있다.
주문 건수의 34.6% 역시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다.
평균 이용 기간은 45.1개월.
이 숫자들은 말해준다.
이미 이 관계는 단순한 입점 계약이 아니라, 구조라는 것을.
그런데 그 생존의 통로에서
입점업체가 체감하는 ‘적정’ 중개수수료는 평균 4.5%.
적정 배달비는 최대 2,300원.
현실은 다르다.
입점업체의 자체 라이더 이용 비율은 90.9%.
이 경우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평균 배달비는 3,333원.
지역 배달업체 이용 시 평균 2,808원보다 높다.
전반적인 이용 만족도는 63.2%.
편리함, 접근성, 주문 안정성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배달앱 중개수수료와 배달비에 대한 만족도는 28.3%에 그친다.
나는 그 숫자들을 한참 들여다봤다.
63.2%의 편리함 위에,
28.3%의 불만이 겹쳐져 있었다.
어쩌면 내가 결제창에서 느꼈던 4,000원의 이질감은 수수료 적정성 38.2점과 맞닿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배달료 0원이라며…”
나는 다시 혼잣말을 했다.
배달료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항목 속으로, 다른 이름으로 흡수되었을 뿐이다.
사장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월 매출의 36%를 의존하는 구조라면 그들은 떠날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가격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수수료는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
O2O는 원래 편리함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편리함은 ‘통행료’가 되었다.
밤 9시 50분.
학원을 마친 아들을 마중 나갔다.
“배고파.”
아들의 짧은 한마디에 우리는 집 앞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새로 단장한 세븐일레븐.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곳은 잘 들르지 않는 가게였다. 매장 관리도 어수선했고, 상품 구성도 근처 GS25보다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졌다.
그런데 지난해 말 리모델링을 한 뒤,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동선은 정돈됐고, 할인 상품은 한눈에 보이게 배치됐다. 진열은 깔끔했고, 계산대 앞은 활기가 돌았다.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듯한 안정감까지 느껴졌다.
지금 우리 집 앞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아들의 ‘최애’ 편의점이 됐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사람들의 취향도 바뀐다.
한때 O2O(Online to Offline)는 혁신이었다. 전화 주문을 대체했고, 전단지를 밀어냈으며, 배달 풍경을 통째로 바꿨다. 그 흐름이 지금의 배달의민족을 만들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했다.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또 다른 플랫폼이 지금의 질서를 다시 흔들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제 O2O의 종말일까. 아니면 내가 이제야 가격표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스마트폰을 켰다.
익숙했던 아이콘.
지난 수년간 우리 가족의 저녁을 책임졌고,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 댁까지
마음 대신 음식을 전해주던 그 이름.
솔직히 나는 그동안 쿠팡이츠도, 요기요도 거의 쓰지 않았다. 어차피 가격과 혜택은 비슷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은 자연스럽게 내 일상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오늘, 숫자들을 들여다본 뒤, 나는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누군가 나를 속였다는 분노라기보다, 내가 너무 쉽게 편리함에 기대어 있었다는 자각에 가까웠다.
“그래도… 편했는데.”
화면을 길게 눌렀다. 아이콘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배달의민족이여, 안녕.”
작게 중얼거리며 삭제 버튼을 눌렀다.
삭제...
아이콘이 사라졌다. 편리함과의 이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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