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피해가 커지고 있는 기후 재난
세계 기상 재해 건수는 지난 50년간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은 앞으로 한층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총 20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3조 6000억 달러(약 4천221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재해는 65만 명이 숨진 가뭄이었으며, 다음으로 폭풍우(약 58만 명), 홍수(약 5만9천 명), 극한 기온(약 5만6천 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폭우, 허리케인, 토네이도, 산불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결과다. 기상이변이 초래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전세계의 이상기후 현상은 매년 그 정도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022년에는 기후 변화가 더욱 극심했다. 예일대 기후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7월 한 달 새 독일, 벨기에를 비롯한 서유럽 지역에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240명이 사망하고 최소 25억 달러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7월 평균기온이 20~25도 사이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됐던 영국 런던은 2022년 7월에 40도를 넘는 더위에 사상 처음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4단계 적색 경보를 발동하였다. 중국에서는 6월과 7월 홍수 피해 규모가 250억 달러에 달하고 325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도 7월 내내 이어진 몬순 홍수로 사망자 534명, 16억 달러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2022년 6월 중순부터 시작된 비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700여명이 숨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 레이크 타호까지 번진 산불 ‘칼도’, 그리스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 등으로 주민 전체가 대피하는 일도 발생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2022년에만 그리스 면적 가운데 11만 헥타르가 불에 탔다. 2008~2020년 연간 평균보다 5배 이상 많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극단적 기상현상이 이변이 아니라 이제 일상이 돼 가고 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대홍수 사태를 겪은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은 “불행하게도 기후변화로 이런 일을 정기적으로 겪어야 한다”고 우려했고, IPCC도 “위험한 기후변화를 피할 시간은 0년”이라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
2022년 10월에 유엔환경계획(UNEP)가 발간한 '2022년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를 보면 ‘The Closing Window – Climate crisis calls for rapid transformation of societies,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는 급격한 사회적 전환을 요구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과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제시된 기온상승 억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감축해야 할 배출량 사이의 차이(갭)를 언급하였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이 갱신한 약속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1%도 채 안 되는 분량을 줄이는 것으로, 파리협정에서 채택된 목표대로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려면 온실가스 감축분이 45%는 돼야 한다. UNEP는 세계 각국이 다짐한 기후변화 대응 수준대로라면 세기말까지 섭씨 2.4∼2.6도가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UNEP는 전력 공급, 산업, 수송, 건축 분야와 식량 및 금융 시스템을 기후 변화에 맞게 획기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경제를 개혁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설령 2030년까지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1.5도에 최대한 근사치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전력공급의 경우 재생 에너지로의 변화를 가속하되 재생 에너지로 옮겨가면서 실업 대책 및 직업교육 등을 수반한 '공정한 전환'과 보편적 에너지 접근을 위한 수단을 같이 강구해야 한다. 식량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초점이 되는 부문인 만큼 식량 공급망의 탈탄소화 등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 또 정부는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금을 개혁하고 민간 분야는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이며 개별 시민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식품을 소비해야 한다.

이처럼 점점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만을 해서는 더 이상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반세기 전 330ppm대였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0년대 400ppm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무섭도록 빠르게 기록을 갱신 중이다. 2021년 11월 415.9ppm, 최근엔 417.9ppm까지 올라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전세계가 일반적인 배출경로(SSP2-4.5)를 따라갈 때 금세기 말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ppm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메탄 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 값을 나타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온실가스 연보(No. 18)’에 따르면 2021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천908ppb(parts per billion)로 관측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값(2020년 대비 18ppb 증가)을 기록했다. 메탄의 지난 10년간 평균 증가율은 ‘9.2ppb/년’을 보였다. 이산화탄소는 수년~수백 년 동안 대기에 체류하지만 메탄은 대기 체류 기간이 9년 정도로 짧아서 감축이 이뤄진다면 현 세대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온실가스이다. 화석연료(전체 메탄 배출량의 20% 이상 차지) 등의 감축을 먼저 시작한다면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메탄 감축에도 효과적이다.
첨단 기술로 탄소 배출을 줄여라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다. 산불, 홍수, 허리케인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향한 글로벌 규제와 탄소배출권 가격 부담 등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탈탄소 경제를 빠르게 만들어가는 기업들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인간이 숨 쉬고, 먹고, 이동하고, 일하는 모든 활동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밝혀진 만큼,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는 지금 급격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테크(climate-tech)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기후테크는 친환경 기술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모든 기술을 지칭하며,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net zero emission) 달성을 목표로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온실가스 저감을 통해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기후변화 완화와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인 기후환경에 맞게 사회적 인식과 적응체제를 바꾸는 기후변화 적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기후테크에는 교통, 물류, 농업, 식량, 에너지, 전력 등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를 감축하거나 흡수하는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적응(adaption)' 기술로 나누어진다. 또한 기후 및 지구 데이터를 생성 및 분석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 적절한 회계처리와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등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활동도 수반된다.
'기후테크'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에너지 분야
쉽게 말해 청정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비즈니스다. IT를 기반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Smart)와 전력망(Grid)가 합쳐진 말로,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에너지 소비 및 전력 수요 관리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개발 회사들 또한 이에 해당한다.
(2)식품, 농업 분야
식량 분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이 중 농업 및 토지 사용 활동이 가장 큰 배출원이다. 경작, 소비, 폐기물 관리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음식물 낭비나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회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존의 축산업을 대신할 식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포함된다. 또한, 부족한 농장 및 농작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스마트팜 회사도 이에 해당한다.
(3)모빌리티 분야
기존의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차, 수소차, 전기자전거 등의 친환경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공유택시, 공유자전거 등 공유경제와 모빌리티를 결합하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힘쓰는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들도 예로 들 수 있다.
모빌리티와 운송 분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6.2%를 차지한다. 전기 운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배터리 비용 절감이 필요하고, 이에 실리콘 음극재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1시간 또는 밤새 충전하는 대신 10분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을 만큼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배터리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후테크로 자연재해를 사전에 막는다
2022년 여름, 서울의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경기, 강원, 충남 지역에서는 집중 호우로 엄청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런 집중호우는 매년 여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기후테크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를 미리 막을 수는 없을까?
자연 재해를 사전에 분석하고 예측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기후테크’를 개발하고 있는 원컨선(OneConcern)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원컨선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출신의 AI 분야 전문가 앤드류 응(Andrew Ng)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We’re working to make disasters less disastrous”를 미션으로, 쉽게 말해 재해 예측, 재해 평가, 손실 추정을 위한 AI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원컨선의 CEO인 아마드 와니(Ahmad Wani)는 2014년, 파키스탄과 인도의 접경지역인 카슈마르에서 발생한 홍수 속에서 7일 동안 고립됐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때부터 그는, 자연 재해에 대한 장기적인 복원력을 구축하는데 전념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 원컨선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원컨선은 4년 만에 재난 예측의 정확도를 15분 이내, 85%까지 올릴 수 있었다. 현재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인 미국과 지진과 쓰나미와 같은 고질적인 재해를 겪고 있는 나라인 일본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SOMPO holdings에서 도합 약 523억 원($45M) 투자를 받으며,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일본의 최소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지진 발생 횟수의 비율은 전세계의 18.5%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원컨선은 AI 기술과 머신러닝, 그리고 기후과학적 배경지식으로 재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은 AI 기술을 통해 자연재해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도시 인프라와 이전의 재해 데이터를 결합해 피해를 예측하고 보강이 필요한 곳에 예방 방법을 신속하게 알린다.
재난 지역은 원컨선이 보유하고 있는 재해 데이터를 통해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고, 원컨선으로부터 인명구호 혹은 대피소 건설 등 재해 위험으로부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원컨선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으로는 이전에 예측할 수 없던 재난 위험을 발견해, 빠르게 대피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종합 재해 방지 시스템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대비 (Preparedness)
과거 재해 시나리오를 분석해, 다가오는 자연재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데이터의 해상도, 그리고 역동성을 높일 수 있기에 가능했다. 고객이 건축 환경, 자연 환경 등 노출되어 있는 배경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2) 응답 (Response)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단계다. 확률적이고 역동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비상사태를 명확히 분석해 시기적절한 결정과 대응 계획을 도출할 수 있다.
3) 완화 (Mitigation)
원컨선은 보다 빠르게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했다. 고해상도, 그리고 역동적인 예측을 통해 취약한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조치를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피해 상황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한 주거 시설이 남아있는 지역을 파악해, 신속한 대피를 위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특히 재해가 발생하면 그 지역 일대가 마비돼 피해 지역을 빠르게 도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원컨선은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루트를 빠르게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역 인구 수와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호, 생필품을 필요로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원컨선은 미국의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어로직(CoreLogic)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보험, 재보험, 그리고 보험연계증권과 기상 재해와의 잠재적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그 피해를 추정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원컨선은 코어로직이 재난 발생과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유익한 데이터를 건네줄 수 있다.
코어로직은 원컨선에 지역적 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경제 데이터를 전해준다.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시나리오 모델링과 경제 데이터를 결합해, 위험 규모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완화하는데 서로 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로써 이들의 파트너십은 사람들의 경제 데이터와 재해 데이터를 결합해 위험 노출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복원 솔루션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컨선은 빌딩에 가해지는 충격을 예측한다거나 빌딩의 취약성과 회복성을 신속히 분석할 수 있는 툴을 발표했다. 이들이 건물의 손상 추정과 회복력을 위한 머신러닝 모델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홍수 재해의 경우 해안, 도시 등 다양한 지역을 기반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며,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모델링을 개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막대한 데이터를 보다 전략적으로 매핑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밀접해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교외지역과 인구와 건물의 밀집도가 높은 도시 모두 적확한 재난 해결 솔루션을 공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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