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1위의 힘을 자기 편에만 썼다”
구글이 유럽에서 또 한 번 거센 제동을 받는다. 독일 베를린지방법원이 가격비교 서비스 ‘아이데알로(idealo)’를 상대로 한 구글의 행위가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4억6천5백만 유로(약 수천억 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단순한 민사소송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검색 1위 사업자가 자기 서비스를 유리하게 노출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손해액까지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검색하면 늘 구글 서비스가 먼저 떴다”
아이데알로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유럽 대표 가격비교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이 사이트와 앱에서 수십만 개 상품 가격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고, 독일에서만 월 7,800만 회 이상 방문이 이뤄지는 서비스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사용자가 구글에서 “노트북 최저가”, “TV 가격비교” 같은 검색어를 치면 원래는 여러 가격비교 서비스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구글이 자기 서비스(Google Shopping)를 더 눈에 잘 띄게, 더 위쪽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아이데알로는 여기에 맞서 이렇게 주장해왔다.
“우리는 검색결과에서 의도적으로 밀려났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
이번에 베를린지방법원은 아이데알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15년 넘게 자사우대, 시장지배력 남용이다”
베를린지방법원은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인정했다.
구글은 검색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다.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가격비교 서비스(Google Shopping)를 검색결과 상단에 우선적으로 노출했다. 이로 인해 아이데알로는 오랜 기간 트래픽과 매출에서 큰 손해를 입었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단순한 “광고 전략”이나 “서비스 구성의 차이”로 보지 않고, “경쟁자를 배제한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본 셈이다.
아이데알로는 15년 넘게 이런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그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하며 4억6천5백만 유로 이상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아이데알로 공동창업자 알브레히트 폰 존탁은 이렇게 말한다.
“법원이 구글에 책임을 물은 점은 환영한다. 하지만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 시장남용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과 배상금을 내고도 남는 ‘돈 되는 위법 행위’가 될 뿐이다.”
즉, 이번 승소에도 불구하고 idealo는 ‘이 금액은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검색결과 한 줄이 한 기업의 10년을 바꾼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인다. “검색결과에서 자기 서비스 좀 위에 올리면 안 되나?”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① 검색 상단 = 고객의 눈, 돈, 데이터가 모이는 자리
사용자는 대체로 첫 화면, 상단 몇 개 결과만 클릭하는 경향이 강하다. 구글이 자기 서비스를 항상 위에 올리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구글 서비스를 먼저 쓰게 되고 아이데알로 같은 경쟁자는 처음부터 선택될 기회조차 줄어든다. 결국 이 차이가 트래픽(방문자 수), 매출, 데이터 축적에서 장기적으로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
② 데이터가 모이면, 더 좋은 서비스 → 더 많은 사용자 → 더 많은 데이터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구글 쇼핑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가격·상품·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며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다시 사용자와 거래가 더 많이 몰리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반대로 경쟁사는 “처음부터 출발선 너머에 서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유럽 경쟁당국과 법원은 이 사안을 단순한 UI 조정이 아니라 “시장구조를 바꾸는 행위”로 인식한다.
“사적 집행의 첫 본격 승소”
이번 사건은 유럽 디지털 규제의 큰 흐름 속에서 봐야 이해가 더 쉽다.
① EU는 이미 구글을 여러 번 제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과거에도 구글에 대해 검색에서의 자사우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의 경쟁사 앱 배제, 광고 시장에서의 지배력 남용 등을 이유로 수차례 막대한 벌금을 부과해왔다.
하지만 이 벌금은 “공공의 제재”에 가까웠다. 즉, 정부 vs 구글의 싸움이었다.
② 이번은 민간 기업이 “직접 손해배상”을 받아낸 첫 사례라는 점이 중요
아이데알로 소송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민간 기업(idealo)이 직접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그래, 네가 입은 손해는 최소 이 정도”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해줬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도 구글 때문에 피해 봤다”고 느끼는 다른 업체들이 실제로 소송에 나설 유인을 크게 키운다. 다시 말해, 이제 구글과 같은 빅테크는 규제당국의 벌금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 손해배상 청구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다. 간단히 정리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자기 플랫폼 안에서 자기 서비스를 다른 경쟁 서비스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취급하는 것”
을 뜻한다.
예를 들어, 검색 플랫폼이 자기 쇼핑 서비스를 상단에 앱스토어가 자기 앱을 추천 리스트 맨 위에 배달 플랫폼이 자기 계열 식당에 수수료 혜택과 노출을 더 주는 경우 모두 자사우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U는 최근 제정한 디지털시장법(DMA)에서 이런 자사우대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 “자사우대 금지” 원칙이 실제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다.
idealo는 왜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나
겉으로 보면 idealo는 큰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idealo는 여전히 “우리는 계속 싸우겠다”고 선언한다.
이 말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우려가 깔려 있다.
- 배상액이 실제 피해에 비해 너무 작을 수 있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트래픽 손실, 매출 기회 상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구글이 누린 이익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액은 “입구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 ‘위법을 저질러도, 벌금 내고도 남는 구조’라면 관행은 안 바뀐다
만약 시장남용으로 얻은 이익이 벌금과 배상금을 모두 내고도 여전히 크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비즈니스”가 되어버린다. idealo는 바로 이 점을 겨냥해 “시장남용이 결코 돈이 되는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예상해볼 수 있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각 항목은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며, 실제로 이렇게 전개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 유럽 내 후속 소송 증가 가능성
과거부터 구글의 자사우대를 문제 삼아온 다양한 서비스들이 idealo 판결을 참고해 추가 손해배상소송에 나설 수 있다. - DMA 집행의 현실적 압력 강화
규제당국 입장에서도 “실제 손해액이 법원에 의해 인정됐다”는 사례는 규제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향후 자사우대 점검이 더 엄격해질 수 있다. -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요구 확대
검색·추천·랭킹이 기업의 살고 죽음을 가르는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서비스가 위에 뜨는지”에 대한 법적·사회적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색창 뒤에서 벌어진 15년의 기울어진 운동장”
아이데알로 vs 구글 사건은 겉으로는 “배상액 4억6천5백만 유로”라는 숫자로 요약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경제의 권력 구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검색창은 우리가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검색결과 상단은 그 문을 통과하자마자 마주치는 첫 풍경이다. 그 풍경을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꾸미는가가 한 기업의 성패, 한 산업의 경쟁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처음으로 “그 풍경이 오랫동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공식 인정한 사건이다.
“자사우대를 막는 것”을 넘어, 우리는 “공정한 디지털 경쟁 환경”을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다음 10년의 인터넷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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