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美의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정부가 주도하는 '유기적 AI 기술 생태계' 구축중인 中
경쟁이 아닌 ‘AI 특허’로 말하는 시대, 기술이 아니라 '지도'를 보면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AI 경쟁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들은 단순한 모델 성능보다, 지적재산권 확보와 기술 선점을 중심으로 경쟁의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격변기, 겉으로 보이는 경쟁은 모델 성능과 데모 영상이지만, 진짜 전선은 특허에 있다. 특허는 기업과 국가가 어떤 기술을 선점하고 보호하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특히 한국, 미국, 중국은 글로벌 AI 특허 경쟁에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각국의 투자 방향성과 산업 전략은 특허 데이터를 통해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한·미·중의 AI 특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5월 15일 공개된 IFI CLAIMS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4개월 간 전 세계 AI 특허 중 28%가 생성형 AI 분야에 몰리며, 기술을 선점하려는 국가별·기업별 전략이 특허 지도 위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AI 특허 전쟁의 주도권, 누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나
글로벌 AI 특허 출원 현황을 보면, 미국, 중국, 한국이 확연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화웨이, 저장대, 차이나모바일, 국영 전력기업인 SGCC, 텐센트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특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 차원의 AI 전략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민간 기업의 기술 경쟁을 넘어, 정부 주도하에 연구기관·대학·국영 기업이 유기적으로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증거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기업 중심이 아닌, 대학과 공공기관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상용화 이전의 기초 연구 단계에서부터 국가적 개입이 활발하며, 장기적 자립형 AI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 전략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를 단기 성과 중심의 시장 경쟁이 아닌, 미래 인프라로 인식하는 관점이 반영된 구조라 볼 수 있다.
미국, '서비스형 AI' 중심 생성형·멀티모달에 집중
미국은 생성형 AI 특허의 절대 강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3개의 글로벌 기업이 생성형 언어 모델, 음성·비디오 생성, 멀티모달 처리, AI 에이전트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반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구글: AI특허 1위, 멀티모달·텍스트·추론 특허에 강한 집중
구글은 약 1,900건 이상의 AI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DeepMind, Google Research, Google Cloud AI 등의 연구 조직은 텍스트 생성, 강화학습 기반 추론, 멀티모달 정보 처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Gemini 시리즈와 Bard는 이를 상업화한 대표적인 성과다. 특허 포트폴리오 역시 언어 모델의 구조, 토큰 최적화, 학습 효율화, 추론 안정성 등 기반 기술에 집중되어 있어, AI 기술의 본질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특허 6위, 에이전트형 AI와 생산성 도구의 특허화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간접적으로 GPT 계열 기술을 자산화하고 있으며, 자사 기반의 AI Agent, 음성 비서, Office Copilot 등에서 UX·워크플로우 중심의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AI의 결합에서 뚜렷한 전략을 이어가는 중이다.
IBM: AI특허 10위, 기업형 AI 및 헬스케어, 정부용 AI 특허에서 존재감 유지. IBM은 특허 전선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 강자다. 특히 기업용 AI, 헬스케어 AI, 법률 및 정부 기관을 위한 AI 시스템 개발에 오랜 시간 투자해왔으며, 이와 관련된 특허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특허 전략으로 본 미국의 AI 경쟁 구도
미국의 AI 특허 전략은 단순히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차원을 넘어서, AI를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표준화 + 사용자 경험 중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SaaS 강국으로서의 정체성과 맞물리며, AI를 구독 가능한 ‘기술 인터페이스’로 재정의하는 흐름과 직결된다. 미국 기업들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모델 내부 알고리즘, UI 연결 구조, 사용자 상호작용 흐름, 클라우드 연동성에까지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은, AI 기술을 단일 기능이 아닌 ‘플랫폼 산업의 핵심 구성요소’로 보고 있다는 전략적 사고를 보여준다.
중국, 국가가 주도하는 'AI 인프라'와 '산업 AI' 중심의 광역 투자 중국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생성형 AI 플랫폼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AI 특허 출원 수만 놓고 보면 세계 최상위권을 지키는 조용한 강자다.
특허 전략의 범위 또한 협소한 서비스형 AI를 넘어서, 국가 산업 전반에 걸친 광역적이고 실용 중심의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웨이: AI특허 3위, 산업 기반을 떠받치는 ‘AI 인프라 건축가’
화웨이는 통신 장비, 엣지 컴퓨팅, AI 칩(Ascend), 클라우드 인프라, 스마트 제조 등 하드웨어-플랫폼-시스템 통합형 AI 기술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AI 연산 최적화 기술, 네트워크 지능화, 경량화된 엣지 AI 처리 기술 등에 집중하면서, AI 기술을 산업현장 전반에 이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생성형 AI 중심의 미국과는 다른, "AI는 도구가 아니라 기반 구조"라는 전략적 철학에 가깝다.
저장대·차이나모바일·SGCC: AI특허 4·5·7위, 공공 주도형 기술 확보의 삼각 축
중국 저장대학교(ZJU)는 AI 기반 영상 인식, 로보틱스, 스마트 교통 등 고급 기술 연구에서 활발한 특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산학 연계 모델을 통해 기술 이전 속도도 빠른 편이다.
국영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5G 기반 스마트시티 솔루션, 인공지능 네트워크 최적화 분야에서,
국가전력망공사(SGCC)는 AI 기반 에너지 수요예측, 자율 배전 시스템, 전력안전 관리 시스템 등 전력 산업 특화 AI 특허를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텐센트: AI특허 9위, 소비형 AI의 상업적 확장자
텐센트는 게임, 음성 합성, 이미지 생성, 사용자 대화형 챗봇 등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AI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AI 윤리·사용자 데이터 보호 등 플랫폼 운영과 관련된 법적·윤리적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용화 수준을 넘어, 중국 내 AI 기반 콘텐츠 서비스 생태계의 질적 고도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 전략의 반영: ‘민간-공공-학계’ 3축의 특허 선점 구조
중국의 AI 특허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민간 대기업뿐 아니라 국영기관과 대학이 고르게 상위권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 기술이 특정 기업의 수익 도구를 넘어, 국가 산업의 구조적 기반으로서 전략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정부는 AI 기술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 연구자금, 특허 우선심사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AI 기술 내재화’와 ‘특허 자립도 강화’를 동시 추진 중이다. 이러한 다층적인 특허 구조는 중국이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보다, 장기적인 기술 주권과 산업적 영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디바이스 중심 AI'에서 플랫폼 전략으로 진화 중
한국은 글로벌 AI 특허 경쟁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는 특허 출원 수 기준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AI 기술에 대한 투자와 실행력이 강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중심의 AI 응용 기술, 즉 ‘기기에 탑재된 AI’가 주력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플랫폼 기반 생성형 AI 강국과는 결이 다른 경로를 걸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미국 내 AI 특허 출원에서도 4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한국이 하드웨어 기반의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전략적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기술력을 넘어, 글로벌 특허 지형 안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플랫폼·생성형·엣지 AI까지 확장 가능한 전환 지점을 마련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AI 특허 2위, 하드웨어 기반 기술력에서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 중
글로벌 특허 출원 수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AI 분야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특허들은 주로 모바일 디바이스, 이미지 센서, 음성 인식, 온디바이스 AI, NPU 기반 반도체 설계 등 하드웨어 중심의 응용 기술에 집중돼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기기 내 AI 처리와 사용자 경험 최적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온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들어 삼성은 AI 반도체 고도화, 스마트홈 연동, 엣지AI 처리, UI/UX 자동화 등으로 특허 영역을 확장하며, 생성형 AI 플랫폼과의 연결성을 고려한 기술 포지셔닝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기 탑재용 AI를 넘어, AI가 작동하는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서의 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LG전자·네이버·카카오: 순위권 밖, 생성형 AI 생태계 진입의 초입
LG전자는 가전 중심의 AI 스마트홈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 탑재되는 대화형 AI, 이미지 분석 기술에서 일부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HyperCLOVA, CLOVA-X 등 한국어 기반 LLM 개발에 선도적으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 중심의 기술 고도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는 음성 비서, 사용자 감정 인식, 챗봇 기술 중심으로 특허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엔 AI 엔터테인먼트(예: 음악 생성, 영상 요약) 쪽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글로벌 AI 플랫폼 경쟁, 특히 범용 LLM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서는 아직 제한적인 입지에 머물고 있다.
한국 AI 전략의 현주소: 과도기와 전환기의 경계에서
한국은 ‘AI를 잘 만드는 기술력’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자국형 AI 플랫폼 구축, 글로벌 확장 전략, 오픈소스 생태계 주도권 확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도기를 통과 중이다. 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자산화’하거나 ‘시장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전략적 연계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점차 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AI 전략이 하드웨어 중심 산업정책에서 플랫폼-데이터 기반 생태계 중심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AI 경쟁, 이제는 특허와 생태계의 싸움이다
AI 기술의 주도권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먼저 만든다’는 속도 싸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먼저 보호하고, 제도화하고, 산업에 정착시키는가의 싸움이다.
미국은 생성형 AI와 서비스 생태계를 선점하며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특허 전략으로 AI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으며, 한국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플랫폼 전환을 꾀하며 교차점에 서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지, 어떻게 보호하고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AI는 코드로 만들어지지만, 국가와 기업의 미래는 특허와 생태계 위에 세워진다. 기술이 전쟁이라면, 특허는 그 전장의 지도다.
바라건대, 그 전장의 지도 위에 한국의 이름이 더 뚜렷하게 새겨지길 바란다.
단지 기술을 갖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의 흐름을 그리는 나라로 나아가길 바란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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