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메타버스 플랫폼 Roblox가 지금 거센 역풍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게임을 넘어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명성을 얻으며 성장해 왔지만, 최근 잇따라 제기되는 소송과 사회적 비판은 그 화려한 성장 신화를 뒤흔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어린이 보호와 안전 문제, 과금 중심의 수익 구조, 방대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관리 부실이다. 플랫폼 안에서 벌어진 아동 성범죄 사건과 무분별한 소비 유도 방식은 단순한 게임 내 문제가 아니라, 미성년자를 주요 이용자로 삼는 거대 기업의 책임과 직결된다.
이제 Roblox는 단순한 오락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가 지켜보는 공적 무대 위에 서 있다. 아이들의 창의와 상상력을 키운다고 홍보해 온 그 놀이터가, 과연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지, 아니면 상업적 덫에 불과한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법정 공방 최근 몇 달 사이 Roblox를 겨냥한 법적 공방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루이지애나 주 검찰의 소송이다. 주 법무장관은 Roblox가 아동 성범죄자(child predators)의 접근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특정 게임 내 경험(예: Escape to Epstein Island, Public Bathroom Simulator Vibe)에서 노골적인 성적 암시와 유해 콘텐츠가 발견되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와 동시에 학부모와 법무법인들이 제기한 집단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뉴저지·텍사스 등 여러 주에서 아동이 Roblox에서 가상화폐 Robux를 이용해 도박 유사 구조(loot box, 랜덤 보상 아이템 등)에 노출되었고, 성적 유혹과 금전적 피해를 동시에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Discord와 연계된 사건도 불거졌다. 일부 피해 아동이 Roblox에서 알게 된 이용자를 통해 Discord로 이동해 grooming(온라인 유인)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며, Roblox와 다른 플랫폼 간의 안전망 연계 부재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사건들이 공개되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불안 심리가 커졌다. 경제 및 금융 전문 매체 MarketWatch에 따르면 “아동 안전 조치 미비에 대한 비판이 투자자 신뢰를 흔들고 있으며,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Roblox는 현재 다수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본격적인 재판과 합의 협상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소송에서 제기되는 비판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아동 안전이다. Roblox는 어린이 중심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성적 착취나 온라인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The Guardian 등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Roblox에서 활동하는 아동들이 “심각하고 깊이 우려스러운 위험(deeply disturbing risks)”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상업화 모델 이슈이다. Roblox의 핵심 수익 구조는 Robux 과금과 랜덤 보상 아이템인데, 이는 아이들을 “소비자화(consuming children)”시키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은 “Roblox의 결제 구조가 사실상 아동 도박과 유사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세 번째 쟁점은 콘텐츠 관리의 한계이다. 매일 수백만 건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가 생성되는 Roblox 특성상,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걸러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과학·정보기술 학회인 ACM의 논문 역시 “Roblox의 콘텐츠 모더레이션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며, 아동 보호와 수익 추구 사이에서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쟁점은 규제 환경의 변화이다. 미국 여러 주와 유럽연합은 아동 온라인 안전(Child Online Safety)과 데이터 보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압박 속에서 Roblox 같은 플랫폼은 더 이상 “창작의 자유”만 내세우기 어렵다. 루이지애나 주 소송은 이러한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Roblox는 다양한 안전 장치를 내세우며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회사는 먼저 AI 기반 모더레이션을 강조한다. “매일 수십억 건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25개 언어로 실시간 분석한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기계학습·스팸 탐지·자동 침입 차단 기술을 적용해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모 제어 기능(Parental Controls)도 확대했다. 보호자가 자녀 계정을 연결해 친구 목록을 확인하거나, 일일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지출 한도를 설정하는 대시보드 기능을 제공한다. 일정 금액 이상이 결제되면 알림을 보내주는 옵션도 도입됐다. 이와 더불어 Roblox는 연령 기반 커뮤니케이션 제한을 강화했다고 밝힌다. 13세 미만 아동 계정에는 더 엄격한 채팅 필터링을 적용하고, 부모가 직접 채팅 기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 “대부분의 경험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한다.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AI 필터링은 은어나 암호화된 대화, 외부 플랫폼(예: Discord)으로 이어지는 grooming 행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부모 제어 기능 역시 이미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작동하는 사후적 조치라는 비판이 따른다. 더구나 Roblox가 주장하는 “대다수 콘텐츠는 안전하다”는 말은 구체적인 통계와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부족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Roblox의 대응은 “노력은 하고 있으나 책임을 본질적으로 회피한다”는 인상을 남기며, 학부모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확보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왜 지금 이슈가 집중되는가
Roblox에 대한 논란이 지금 이토록 집중되는 이유는 단순히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성장이 먼저 배경에 있다. 코로나19 시기,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되자 Roblox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2020~2022년 사이 이용자 수와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플랫폼은 “성장”에서 “책임”으로 논의의 초점이 바뀌었다. 이제는 단순히 흥행 게임사가 아니라, 아동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다뤄지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된 규모는 개별 사건의 파장을 훨씬 크게 키운다. 과거라면 특정 지역의 피해 사례로 묻혔을 일이, 이제는 전 세계 언론과 학계가 주목하는 국제적 이슈가 되었다. 루이지애나 주의 소송이나, 호주 연구진이 제기한 “아동 도박 유사 구조” 비판은 단일 사건임에도 글로벌 담론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더해, 아동 보호와 온라인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결정적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연령 인증(age verification), 아동 온라인 안전법(Child Online Safety Act) 등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호주 등도 규제 움직임을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홍보 문구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기업에 더 엄격한 도덕적·법적 기준을 요구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흐름은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프라이버시 규제 흐름이 게임·메타버스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Roblox 같은 기업은 단순한 ‘게임 개발사’가 아닌 규제 대상 플랫폼으로 새롭게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Roblox 논란의 함의는 특정 기업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Roblox는 더 이상, 그저 “큰 게임사”로 부르긴 어렵다. 플랫폼 내에서 아이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아이템을 사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구조는 Roblox를 “어린이 중심 메타버스 기업”으로 규정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다. MarketWatch가 지적했듯, 아동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주가 변동성도 확대된다. Roblox가 단기 수익을 지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부모와 사회 관점에서는 아이들의 디지털 소비 문화가 우려 대상이 된다. 가상화폐 Robux와 무작위 보상 구조는 부모 세대에게 “아이들이 도박성 구조에 노출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실제로 학부모 단체가 집단 소송에 나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정책과 산업 관점에서는 메타버스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Roblox가 아동 안전과 상업화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곧 메타버스 전체가 동일한 규제 잣대를 적용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콘텐츠 제작자, 스타트업, 글로벌 플랫폼 모두가 앞으로 더 강한 규제·책임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Roblox 논란은 플랫폼 시대에 아동과 사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며,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공적 책임의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산업 전체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상업적 덫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Roblox를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아이들의 일상 속 시간을 점유하고, 사회적 습관을 형성하는 거대한 플랫폼은 단순한 놀이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이 플랫폼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이를 규율해야 할까.
안전하지 않은 콘텐츠, 유혹적인 과금 구조, 불완전한 모더레이션은 모두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이윤과 보호”라는 가치 사이에서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드러내는 지표다. 그리고 Roblox가 보여주는 갈등은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메타버스와 디지털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질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상업적 덫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사회는 기업을 어떻게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Roblox의 오늘은 곧 디지털 세대 전체가 직면할 내일의 경고가 될 것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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