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아… 미중 디지털 냉전의 상징적 분기점
청소년 플랫폼 생태계, 글로벌 기술 질서에 미치는 파장 커져
2024년 8월, 미국 하원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에 대해 TikTok의 미국 사업을 270일 이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퇴출을 명령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외국의 적대자에 의해 통제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Protecting Americans from Foreign Adversary Controlled Applications Act)'으로 명명됐으며, TikTok이 미국 앱스토어 및 인터넷 서비스에서 차단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5년 1월 17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이 법안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바이트댄스는 오는 4월 5일까지 TikTok의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후통첩에 직면하게 됐다.
미중 디지털 냉전의 실체화
이번 법안은 단순한 앱 금지 조치가 아니다. 이는 기술 주권과 국가 안보, 데이터 통제권을 둘러싼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의 상징적 장면이다. 미국은 TikTok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TikTok은 단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미국 내 약 1억 7천만 명이 사용하는 영향력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뉴스를 TikTok에서 접하고, 시사 이슈를 토론하며, 창작 활동과 소비를 동시에 수행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플랫폼이 중국 정부의 간접 통제 하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번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행정명령과 달리, 이번에는 의회의 입법으로 강제 매각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이다. 법적 효력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플랫폼 규제 정책에 분기점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TikTok을 둘러싼 미국의 강경 조치는 단순한 플랫폼 규제를 넘어, 미중 간 디지털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 무기화되는 시대, 이번 법안은 디지털 냉전의 한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TikTok은 단지 중국산 소셜미디어가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알고리즘,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 그리고 청소년 문화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신세대 디지털 플랫폼의 대표 아이콘이다. 특히 콘텐츠 소비를 넘어 사회적 여론 형성과 정치적 행동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진화한 TikTok은, 미국 입장에서는 ‘기술 주권’을 위협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에는 TikTok이 축적하고 있는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깊은 경계심이 깔려 있다. TikTok은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 관심사, 검색 이력, 위치 정보, 얼굴 인식 데이터까지 정밀하게 수집하며, 이를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가 중국 본사 혹은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미국 내에서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미 당국은 중국발 알고리즘이 미국 사회에 여론 조작이나 정보전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넘어서, 선거, 시위, 정책 이슈 등 민주주의 핵심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가리켜 “데이터가 무기이고, 알고리즘이 전술이 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TikTok은 그 디지털 냉전의 상징적 전장이 되고 있다.
자유인가, 통제인가
이번 TikTok 강제 매각 법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앱 하나의 존속 여부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국가가 국민의 정보 소비 경로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다. 다시 말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술 문제이기 이전에 ‘자유 대 통제’라는 정치적 가치의 충돌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TikTok을 향한 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TikTok이 중국 정부와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치적 선전이나 여론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TikTok은 단순한 소셜 플랫폼을 넘어, Z세대와 알파세대가 사회 이슈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고, 창작 활동을 펼치는 주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이 조치는 창작자와 중소 비즈니스 사용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개인과 브랜드가 TikTok을 통해 홍보, 소통, 판매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TikTok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생계의 일부다.
이처럼 한쪽은 디지털 주권과 사용자 보호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자 권리를 옹호하면서, 미국 사회 내에서도 이 법안이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충돌하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TikTok을 둘러싼 이번 결정은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싸움은 특정 국가나 기업의 문제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시민 권리와 국가 권한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역사적 순간일지 모른다.
플랫폼이 곧 전략 자산
TikTok은 더 이상 단순한 숏폼 영상 앱이 아니다. 그것은 차세대 플랫폼 기술의 총합체이자,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강제 매각 법안은 이 플랫폼이 가진 기술적, 사회적 파급력을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직시한 조치로 해석된다.
TikTok의 핵심 경쟁력은 핵심은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AI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TikTok의 성공을 이끈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패턴, 클릭 반응, 체류 시간, 좋아요 및 공유 행동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몰입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흐름을 자동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고도의 행동 데이터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이 된다.
미국 정부는 바로 이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통제권이 중국 본사에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 구조와 소유권의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사회 내 여론 형성과 정보 접근의 주도권을 외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TikTok은 미국 청소년 세대의 문화 소비, 정보 탐색, 사회적 입장 형성에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Z세대 사용자들은 뉴스보다 TikTok에서 시사를 접하고, 검색 엔진보다 TikTok에서 궁금한 내용을 검색한다는 조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TikTok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앱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여론 형성 기반이자 집단 사고의 흐름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플랫폼을 ‘안보 자산화’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의 탄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와 작동 방식 자체가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며, 이에 대한 통제를 놓고 국가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매각이 성사된다면, 핵심 기술 이전과 데이터 주권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데이터를 자국 기업이 보관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 이전은 가능한가 등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이트댄스가 매각을 거부할 경우, TikTok은 미국 내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 있다.
교육·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TikTok은 오락을 넘어 정보 습득과 학습의 주요 채널로 부상했다. 짧은 영상으로 시사, 과학, 외국어 등을 학습하는 트렌드는 이미 교육계 전반에 스며들고 있으며, 일부 교사들은 TikTok 콘텐츠를 수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과학 실험, 수능 개념 요약, 시사 해설 영상 등을 TikTok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일부 교사들은 교육용 숏폼 콘텐츠를 수업 자료로 활용하거나 과제로 제시하기도 한다.
플랫폼 퇴출은 청소년의 학습 습관, 정보 탐색 경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차원의 숏폼 콘텐츠 활용 가이드라인과 플랫폼 중립적 학습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튜브 Shorts, 인스타그램 Reels, 국내 에듀테크 서비스 등 대체 채널의 교육적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중립적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 비교
이번 미국의 TikTok 규제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TikTok을 겨냥한 각국의 정책은 정치·안보·산업 전략이 얽힌 복합적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조치를 단행한 국가는 인도다. 인도 정부는 2020년 6월, 중국과의 국경 충돌 이후 국가 안보를 이유로 TikTok을 포함한 59개 중국 앱을 전면 금지했다. 해당 조치는 단순한 일시적 차단이 아니라, 정보기술법(Information Technology Act) 제69A조를 근거로 한 영구적인 플랫폼 퇴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도 TikTok은 인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없으며, Moj, Josh, Chingari 등 인도산 숏폼 플랫폼들이 대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보다 규범 중심적이고 절차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TikTok을 포함한 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을 규제하고 있으며, 알고리즘 투명성, 아동 보호 의무, 광고 타깃팅 제한 등 세부 조항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금지보다는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한 강력한 제어를 통해 플랫폼의 공공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공공기관 단위에서 선별적 통제에 나섰다. 세 국가는 공무원의 업무용 기기에서 TikTok 설치와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발령한 바 있으며, 일반 국민의 이용은 차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보보안과 공공 데이터 보호를 목적으로 한 최소 규제 모델로 분류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빅테크의 산업 전략과 안보 프레임을 결합한 규제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메타, 구글, 애플 등 자국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TikTok의 폭발적 성장과 젊은층 영향력을 기술 주권 측면에서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재까지 TikTok에 대한 공식적인 금지 조치를 내린 바는 없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 알고리즘 불투명성, 가짜뉴스 유통 등과 관련된 우려는 교육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입법화된 강경 조치가 향후 한국 내 플랫폼 규제 논의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국의 대응은 국가별 정치적 긴장도, 기술 주권에 대한 인식, 그리고 플랫폼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TikTok은 그 중심에 서 있다.
팔릴 것인가, 퇴출될 것인가
미국 의회가 강제 매각 시한은 단순한 데드라인이 아니라, TikTok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미국 안에 머물 수 있는가'를 가르는 생존의 경계선이다.
만약 모회사 ByteDance가 TikTok의 미국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 과정은 단순한 지분 이동을 넘어서는 복잡한 기술적·정치적 협상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쟁점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알고리즘 통제권이다. TikTok의 경쟁력 핵심은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을 가능케 하는 AI 기반 알고리즘인데, 이를 미국 기업에 이전하거나 분리하는 것은 ByteDance 입장에서는 기술 주권을 넘기는 일에 가깝다.
둘째는 데이터 소유권과 저장 위치 문제다.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기업이 소유하고 미국 영토 내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경우, 중국 정부의 법적 제약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향후 서비스 유지의 연속성 문제다. 브랜드는 유지하되 기술과 운영은 분리되는 모델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법적·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ByteDance가 매각을 거부하거나 협상 실패로 철수하게 될 경우, 미국 시장은 곧바로 TikTok 공백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 틈을 노리고 이미 경쟁 플랫폼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타의 인스타그램 Reels, 구글의 유튜브 Shorts, 스냅챗의 Spotlight 등은 모두 숏폼 시장을 겨냥한 대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TikTok 유저들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창작자 보상 프로그램 확대, UI 개선, 광고 수익 배분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지 자국 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 전체에 ‘디지털 규제의 기준선’을 제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크다.
이미 유럽연합(EU), 인도,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플랫폼 규제 및 외국 기술 통제 모델을 검토하고 있어, ‘포스트 TikTok 시대’의 글로벌 질서 재편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TikTok이 미국에 ‘팔릴 것인가’, 아니면 ‘쫓겨날 것인가’는 하나의 앱의 운명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기술, 데이터, 사용자 주권의 미래를 좌우하는 질문이 되고 있다.
디지털 냉전, 디지털 패권을 재정의하는 순간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는 기술, 데이터, 여론 형성 구조에 대한 통제권이 어느 국가에 있는가를 둘러싼 전 지구적 경쟁이다. TikTok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앱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질서의 전조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TikTok은 미국에 '팔릴 것인가', 아니면 '쫓겨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전반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