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가 아닌 ‘기본의 안전’을 설계한 플랫폼 윤리의 전환점
2025년 4월 8일, 글로벌 플랫폼 기업 Meta는 청소년 사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Instagram을 기점으로 Facebook과 Messenger 등 자사 주요 플랫폼 전반에 걸쳐 청소년 전용 보호 기능을 기본 설정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Instagram에서는 만 16세 미만(일부 국가는 18세 미만) 사용자 계정에 대해 아래 두 가지 제한 기능이 자동 적용된다.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에 ‘기본 제한’ 적용
먼저 Instagram에서는 만 16세 미만(일부 국가는 18세 미만) 사용자 계정에 대해 두 가지 새로운 제한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 라이브 방송 금지: 해당 연령대의 청소년은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 부적절 이미지 자동 흐림 + 보호자 승인: 다이렉트 메시지(DM) 내 부적절한 이미지는 자동으로 흐리게 처리되며, 해당 기능을 해제하려면 부모 혹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사용자가 직접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보호 기능이 항상 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보호 기능, Facebook과 Messenger로 확장 예정
Meta는 이 같은 청소년 보호 기능을 Instagram에 국한하지 않고, Facebook과 Messenger에도 동일한 정책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사 플랫폼 전반에서 일관된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보호자의 관여를 플랫폼 전반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Meta는 이러한 설계 철학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함께 공개했다.
Meta가 여론조사기관 Ipsos에 의뢰해 미국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3~15세 사용자 중 97%가 보호 기능을 비활성화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보호자 중 94%가 해당 기능이 자녀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이 자율적으로 설정을 변경하지 않고도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5%는 해당 기능을 통해 자녀가 인스타그램에서 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쉬워졌다고 평가했으며, 청소년 계정이 제공하는 각종 기본 보호 기능들에 대해 90% 이상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기술 설계에서 ‘디폴트의 윤리’로
Meta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능 제한이 아니라, 기본값(default setting)이라는 설계 원칙을 통해 청소년 보호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재배치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선택하기 전부터 안전한 환경이 ‘기본값’으로 설계돼 기능 해제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증(보호자의 동의)을 요구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 설계는 특히 청소년 사용자처럼 디지털 리터러시가 완전하지 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할 때 자율성보다 보호 우선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유효한 접근 방식이다.
Meta는 최근 몇 년간 EU,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아동·청소년 보호 관련 규제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둘러싼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 콘텐츠 중독 유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회사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혔다.
이번 조치는 플랫폼의 책임성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규제 대응을 제품 설계 단계로 흡수한 일종의 ‘사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by Design)’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Meta는 보호자 참여를 디지털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단순한 자녀 계정 모니터링이 아닌, 플랫폼 상에서 직접적으로 부모가 기능 설정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가족 단위의 디지털 권리와 책임을 조율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이 단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가정의 규범과 사회의 보호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설계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즉, ‘선택의 자유’보다는 ‘기본의 안전’을 우선시한 결정이다.
이 조치는 청소년 사용자에게 기능 제한이 아닌 기본값으로 주어진 ‘보호’ 환경을 강조한다. 이는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한 기존 디지털 플랫폼 설계와는 궤를 달리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설계가 사용자 주체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본의 윤리(Default Ethics)’가 더 설득력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제약이 아닌, 사용자 행동 패턴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유효성과 설계적 영향력을 함께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사회적 환경의 설계자로서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Meta의 접근은 의미가 크다. 청소년 사용자 보호가 단속과 규제의 대상이 아닌, 플랫폼 UX 자체에 내장되는 흐름은 앞으로 모든 글로벌 플랫폼에 요구될 새로운 기본값(New Default)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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