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크래프톤의 아시아 지역 대항전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이 시작됐다.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에서 착안한 UGC 모드로 경쟁하는 이벤트로, 기존 프로 선수 중심의 대회와 달리 PUBG 파트너와 스트리머까지 지역 대표로 함께 참가했다. 중국·일본·한국·차이니즈 타이베이·태국·베트남 등 6개 지역에서 총 48명이 출전했으며, 경기는 17일과 19일, 20일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첫날부터 발생했다. 베트남 참가자 Himass와 TanVuu가 경기 도중 외부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논란의 중심에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흔히 ‘방플’이라고 부르는 행위가 있었다.
‘방플’은 다른 사람의 방송을 보면서 플레이하는 행위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주로 ‘스트림 스나이핑(Stream Sniping)’이라고 부른다. 상대의 실시간 방송을 직접 보거나 방송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전달받으면, 자신의 화면에서는 알 수 없는 상대의 위치나 이동 경로, 교전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위치 정보가 중요한 배틀그라운드에서는 경기의 공정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크래프톤은 두 참가자를 잔여 경기에서 제외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라면 두 참가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재하는 문제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논란은 두 참가자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사건에 대한 대응과 설명을 두고 문제가 이어졌고, 19일에는 한국 참가자 8명 전원이 남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크래프톤은 다음 날인 20일 예정됐던 마지막 경기를 취소했으며, 대회는 최종 순위도 확정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후 크래프톤은 21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틀 뒤인 23일에는 최종 조사 결과를 통해 Himass와 TanVuu가 경기 외부의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실제 판단과 전술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두 참가자의 게임 계정과 공식 e스포츠 대회 출전 자격에는 영구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핵과 다른 ‘방플’, 게임 밖 정보가 문제가 됐다
방플은 핵이나 불법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 핵이 프로그램을 변조하거나 게임 내부의 정보를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라면, 방플은 개인방송이나 실시간 채팅처럼 게임 밖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한다. 정상적인 방송과 채팅이 정보의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게임 프로그램의 보안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때문에 e스포츠에서는 방송에 일정 시간의 지연을 두거나 경기 중 채팅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동시에 어떤 정보를 외부 정보로 볼 것인지, 정보를 단순히 확인한 것과 실제 플레이에 활용한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위반했을 때 어느 수준의 제재를 적용할 것인지도 규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PUBG 아시아 스타즈는 프로 선수와 스트리머 등이 함께 참가하는 친선·교류 성격의 이벤트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방송 송출 지연도 의무화돼 있지 않았고, 게임 외부 정보 이용을 판단할 기준과 제재 수위도 사전에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러한 운영 방식을 외부 정보 이용에도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게임 밖에서 얻은 정보를 실제 플레이에 활용하는 것까지 허용한다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러한 빈틈은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기 중 외부 정보가 선수에게 전달될 가능성을 충분히 차단하기 어려웠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어디까지를 외부 정보 이용으로 볼 것인지, 혹은 실제 플레이에 활용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확인해야 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는 방플을 사전에 막는 문제와, 발생한 행위를 사후에 판단하는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후 두 참가자의 행위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대되었다.
선수 두 명의 문제는 왜 대회 전체로 확대됐나
최종 조사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베트남의 Himass와 TanVuu 두 선수였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두 참가자의 행위를 넘어 이를 판단하고 처리하는 대회 운영의 문제로 확대됐다.

먼저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챗플’과 ‘방플’이라는 두 표현이 함께 등장했다. 당시 ‘챗플’은 개인방송 채팅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전달받은 행위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인했느냐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플레이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를 취득하고 실제 경기에 활용했느냐에 있었다. 베트남의 두 참가자가 처음 인정한 것은 자신의 방송 채팅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이었지만, 당시 제기된 의혹에는 상대 방송 등을 이용한 방플 여부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조사에서는 외부에서 얻은 정보가 실제 판단과 전술에 활용된 사실까지 확인됐다. 결국 조사 단계에 따라 확인된 사실의 범위가 달라진 데다 ‘챗플’과 ‘방플’이라는 표현까지 함께 사용되면서, 사건의 성격을 둘러싼 설명도 복잡해졌다.
한국 참가자들의 집단 불참을 설명하는 방식도 논란이 됐다. 참가자들은 대회 운영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남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크래프톤은 이를 ‘참가 철회’라고 표현했다. ‘참가 철회’가 경기에서 빠졌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이콧’은 특정한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까지 포함한다.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표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건을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의 차이만으로 크래프톤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조사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식적으로 단정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논란의 초점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두 참가자가 외부 정보를 이용했는지가 문제였다면, 이후에는 운영사가 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부정행위의 책임이 선수에게서 크래프톤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선수의 부정행위와 이를 판단하고 처리해야 하는 운영사의 문제가 별개의 쟁점으로 함께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정성의 문제는 ‘판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크래프톤은 두 참가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고 영구 제재를 내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강한 조치다. 하지만 이 결론이 나오기 전에 한국 참가자 8명은 이미 남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대회도 마지막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중단됐다. 이 순서는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부정행위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려내는 것과, 조사와 판정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이 대회를 계속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선수가 규정을 위반하면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선수에게 있다. 운영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규정에 따라 판단한다. 하지만 그 판단의 기준이나 처리 과정에 대한 이견이 다른 참가자들의 경기 참여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문제는 개별 선수에 대한 제재만으로 끝나기 어려워진다.
경쟁 게임에서 공정성은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지고 있는지를 참가자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옳은 판정을 내리는 것과 그 판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대회 운영의 범위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운영은 정해진 시간에 경기를 시작하고, 규칙에 따라 진행해 결과를 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가능한 상황을 예상해 규정과 대응 절차를 준비하고,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실행하는 것까지 운영의 영역이다. 모든 상황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준비할 수 있다.
결국 대회의 재미를 만드는 것은 좋은 경기만이 아니다. 그 경기가 끝까지 경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승패에 의미가 생기고, 보는 사람도 그 경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흔들렸을 때 이를 얼마나 빠르고 명확하게 바로잡느냐는 경기 밖의 행정 문제가 아니라, 대회와 경쟁 자체를 성립시키는 조건이 된다.
좋은 운영은 대개 눈에 띄지 않는다. 선수들이 경쟁하고 관객이 그 승부에 집중할 수 있다면 운영은 뒤에 있어도 된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반대가 된다. 경기가 보여야 할 자리에 운영의 빈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경기가 끝난 뒤 운영이 더 오래 이야기된다면, 그 대회가 무엇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