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첨단기술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GPU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학습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AI의 기술적 역량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발전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의 수준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생성형 AI의 발전 과정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전문적인 문서를 작성하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는 AI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최근 AI는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수행하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며 일련의 과업을 실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AI 정책이 직면한 첫 번째 어려움은 기술 발전의 속도와 정책 결정의 속도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격차이다. 전통적인 정책은 대체로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목표를 설정한 뒤 구체적인 정책수단과 실행 일정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AI의 경우 정책을 설계하는 동안에도 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화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을 전제로 만든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는 이미 새로운 모델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새로운 위험과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AI 정책을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에 따른 로드맵과 전략으로 만드는 일을 어렵게 한다. 5년 또는 10년 후의 기술 수준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인력정책, 교육정책, 산업정책, 규제정책과 국가전략을 설계할 수 있지만 AI에서는 그 전제 자체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불확실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 불확실성(social uncertainty)​이다. AI가 노동을 얼마나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인지, 기업의 생산성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것인지, 기존 직업과 새로운 직업의 구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교육에서는 인간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와 문화 영역에서는 인간과 AI의 창작 경계가 변화하고 있으며, 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AI가 새로운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민주주의에서도 AI가 여론 형성,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허위정보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AI가 경제와 노동, 교육, 문화, 미디어와 민주주의, 나아가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에 이르기까지 사회 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를 사회적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AI 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이러한 기술적·사회적 불확실성 위에 지정학적 불확실성(geopolitical uncertainty)​까지 중첩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국가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AI를 둘러싼 경쟁 역시 기업 간 기술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중을 중심으로 AI 기술과 인프라, 공급망과 글로벌 규범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 국가와 경제권이 AI를 바라보는 관점과 정책적 이해관계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혁신과 산업경쟁력을 위해 AI 개발과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권과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강한 규제와 책임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에 국가안보와 기술주권의 문제가 결합하면서 AI 정책은 산업과 규제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전략적 선택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AI 시대의 정책적 어려움은 기술적·사회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서로 중첩되어 작동한다는 데 있다.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그 기술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국가와 국제사회는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술의 발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을 전망하기 어렵고, 그 영향에 대한 국가와 국제사회의 대응 역시 불확실해진다. 동시에 국가의 정책과 글로벌 경쟁구조는 다시 AI 기술의 개발과 확산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판단과 대응은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는 현재의 문제에 대응하고 미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이러한 정책적 결정은 다시 기술과 시장, 사회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AI 정책의 중요한 과제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하나의 고정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과 질서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AI 대전환은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패러다임은 사회와 경제, 제도와 정책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사고와 질서의 틀을 의미한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과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과 원칙, 제도와 정책의 틀 전체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 인간과 노동의 관계, 창작과 저작의 개념, 정보와 지식의 생산방식, 기업과 시장의 경쟁구조, 국가 경쟁력의 원천, 나아가 인간의 역할 자체에 대한 기존의 전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에 대한 접근을 혁신하고, 검색엔진이 정보의 발견을 혁신했으며, 소셜미디어가 정보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변화시켰다면, 생성형 AI는 정보와 지식의 생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전틱 AI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주어진 목표를 바탕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필요한 도구를 활용하며 과업을 실행하는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AI 대전환의 본질은 보다 강력한 컴퓨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이 정보를 만들고, 지식을 축적하고, 노동하고, 창작하고, 판단하며,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기술의 발전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정책이 기다릴 수도 없으며, 반대로 현재의 기술 수준만을 전제로 미래를 고정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혁신을 촉진하면서 위험에 대응해야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공익을 보호해야 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과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AI 정책의 핵심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지 않다. 불확실한 AI 대전환의 시대에 어떠한 정책적 방향과 원칙을 가지고 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