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격은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

해커가 공격할 기업을 선정하고, 시스템을 조사하고, 취약한 계정을 찾아내고, 침입에 성공한 뒤 내부 권한을 확보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과정을 숙련된 공격자가 수행했다. 공격 대상에 따라 수일 또는 수주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험하며, 확보한 권한을 바탕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인공지능(AI)은 이 과정을 바꾸고 있다.

공격자가 목표를 정하면 AI 에이전트가 시스템을 탐색하고, 인증을 시도하고, 추가 공격 경로를 조사한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사람이 잠들거나 휴식하는 동안에도 공격은 계속된다.

2026년 10월 21일 Microsoft가 공개한 보안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국가 연계 사이버공격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줬다.

Microsoft 보안 연구팀은 중국 국가와 연계된 것으로 평가하는 공격조직 Storm-0940이 AI 기반 침투테스트 프레임워크 'ARTEX'를 이용해 전 세계 수백 개 조직을 대상으로 공격을 자동화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격에서는 최초 공격 대상으로 선정한 시점부터 클라우드의 높은 권한을 확보하기까지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 ConnectWise의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를 둘러싼 공급망 침해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공격 규모와 속도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했다.

Microsoft가 관찰한 관련 공격에는 15만 1,000건 이상의 로그인 실패 기록이 포함됐다. 인증 시도는 순간적으로 분당 2,900건에 달했다.

ConnectWise의 애플리케이션 인증정보가 침해된 이후에는 2,250개 이상의 고객 테넌트를 대상으로 접근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숫자가 곧 2,250개 기업의 침해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Microsoft는 대다수 공격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고객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이를 외부로 유출했는지도 사례별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침해에 성공한 기업의 숫자만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공격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신뢰해 온 외부 애플리케이션의 권한을 공격 확산의 통로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Storm-0940은 누구인가

Microsoft가 Storm-0940이라고 부르는 조직은 2021년부터 활동해 온 중국 국가 연계 사이버위협 행위자다.

Microsoft의 위협 인텔리전스 분류에서 'Storm'은 관찰 중인 공격조직에 부여하는 임시 성격의 명칭이다. 해당 조직은 다른 주요 보안기업에서 널리 통용되는 별칭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Microsoft에 따르면 이 조직은 여러 산업의 정보를 탈취하는 활동을 수행해 왔다.

주요 공격 방법은 인터넷에 노출된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 악용과 비밀번호 스프레이(Password Spraying)다.

비밀번호 스프레이는 소수의 흔한 비밀번호를 다수 계정에 반복적으로 시험하는 방식이다. 한 계정에 수많은 비밀번호를 집중적으로 입력하는 전통적인 무차별 대입 공격과 달리, 계정 잠금 정책을 피하면서 넓은 범위의 인증을 시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Storm-0940은 과거에도 계정이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를 확보한 뒤 다른 시스템으로 접근을 확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기존 OAuth 애플리케이션에 추가 자격증명을 등록해 지속적인 접근권을 유지하는 방식이 관찰됐다.

OAuth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도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특정 서비스 접근을 허용하는 기술 체계다.

Microsoft 365와 연동되는 여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역시 이러한 구조를 사용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외부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가 침해되면 그 애플리케이션에 부여된 권한이 공격자의 통로가 될 수 있다.

Storm-0940은 이러한 공격 방식을 AI로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Microsoft는 최소 2026년 9월부터 ARTEX를 이용한 공격 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상 업종은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자동차, 화학, 에너지, 금융, 정부, 법률, 제조, 미디어, 군사,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기업, 싱크탱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광범위했다.

이는 특정 업종에 한정된 공격이 아니라,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연결 구조를 광범위하게 탐색하는 활동이었다.

ARTEX는 무엇인가…AI 모델이 아니라 공격을 지휘하는 시스템

이번 사건에 사용된 ARTEX는 독립적인 대규모 언어모델이 아니다.

여러 AI 모델을 연결해 침투테스트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다.

Go 언어로 작성된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에 Next.js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결합된 구조다.

특정 AI 모델 하나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언어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핵심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공격 절차를 나눠 수행한다는 점이다.

대상 시스템을 조사하고, 접근 가능한 자산을 파악하고, 취약점이나 인증 경로를 분석한다.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작업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자산과 취약점은 연결 관계를 갖는 그래프 형태로 누적된다.

한 단계에서 얻은 결과가 다음 단계의 판단 자료가 되는 구조다.

원래 침투테스트는 보안 전문가가 조직의 허가를 받아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평가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공격자는 같은 자동화 기술을 무단 침입에 악용할 수 있다.

ARTEX가 보여주는 이중적 성격이 여기에 있다.

방어적 목적으로 개발된 보안 자동화 기술도 실제 사용 주체와 권한에 따라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

Microsoft는 ARTEX가 정찰부터 데이터 유출 단계까지 여러 공격 절차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사람이 매 단계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레임워크가 그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사실과 이번 공격에서 모든 기능이 실행됐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핵심 활동은 광범위한 스캔과 정찰, 인증 시도, 침해된 OAuth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고객 환경 접근, 일부 환경의 권한 변경과 지속성 확보 시도다.

또한 Microsoft는 ARTEX가 한국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된 공격에도 사용됐다는 공개 보도를 언급했다.

이는 AI 기반 침투 도구의 악용이 특정 국가나 하나의 공격조직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당 2,900건 인증 시도, 공격의 속도가 달라졌다

Microsoft가 공개한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공격의 규모와 속도다.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Storm-0940의 인프라에서는 Microsoft 365와 Exchange Online을 겨냥한 자동화 인증 공격이 관찰됐다.

대상은 8개 조직에 속한 계정 327개였다.

Microsoft가 기록한 로그인 실패는 15만 1,000건을 넘었다.

특히 10월 11일에는 하루 동안 11만 1,000건 이상의 실패가 집중됐다.

최대 공격 속도는 분당 2,900건이었다.

48개 계정에서는 각각 1,000건이 넘는 실패 기록이 관찰됐다.

전체 활동 가운데 계정 잠금 응답의 비중은 약 98%였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실이 있다.

Microsoft는 이 비밀번호 스프레이 활동에서 성공적인 인증이나 토큰 발급, Microsoft Graph 호출, 디렉터리 변경을 관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15만 1,000건 이상의 기록은 성공적인 해킹 횟수가 아니라 실패한 인증 시도의 규모다.

그럼에도 의미는 크다.

AI와 자동화 도구를 이용하면 공격자는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대상을 시험할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인증 자동화 자체가 AI 등장 이후 새롭게 생긴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스크립트와 봇도 오랫동안 비슷한 작업을 수행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AI의 추가적인 역할은 단순히 로그인 요청을 많이 보내는 것만이 아니다.

여러 공격 경로를 탐색하고, 얻은 정보를 해석하며,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을 하나의 프레임워크에서 연결한다는 점이다.

인간 공격자가 개별 도구를 실행하고 결과를 검토해야 했던 과정의 일부를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공격자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대상과 작업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Microsoft는 일부 공격에서 최초 대상 선정부터 높은 클라우드 권한 확보까지 3시간 미만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는 방어자에게 주어진 대응시간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ConnectWise에서는 무엇이 침해됐나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ConnectWise가 있다.

ConnectWise는 IT 관리와 원격 운영, 백업 등 기업과 IT 서비스 제공업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비스는 과거 SkyKick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됐던 Cloud Backup이다.

이 서비스는 Microsoft 365 환경의 데이터를 백업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객의 클라우드 계정과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ConnectWise의 애플리케이션에는 일정한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문제는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가 공격자에게 넘어갔다는 점이다.

ConnectWise는 10월 16일 보안 권고문을 발표하면서 Cloud Backup 관련 애플리케이션 자격증명에 대한 무단 접근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Microsoft는 이번 공급망 침해가 Storm-0940의 활동과 연관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공격자는 침해된 ConnectWise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를 사용해 고객사의 Microsoft 365 환경에 접근을 시도했다.

기존에 ConnectWise 애플리케이션을 신뢰하고 접근 권한을 부여했던 고객 환경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전통적인 해킹과 다른 부분이 나타난다.

공격자가 고객사의 직원 계정을 직접 탈취하지 않더라도, 이미 고객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승인된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용자 로그인 과정이 없어도 애플리케이션 자체의 신원으로 인증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이를 애플리케이션 전용 인증 또는 서비스 주체(Service Principal) 인증이라고 부른다.

기업이 이미 신뢰한 애플리케이션이 공격 경로로 바뀐 것이다.

2,250개 테넌트 접근 시도가 의미하는 것

Microsoft에 따르면 Storm-0940은 ConnectWise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를 확보한 이후 ARTEX를 활용해 2,250개 이상의 고객 테넌트에 접근을 시도했다.

테넌트(Tenant)는 Microsoft 365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조직별 사용자와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권한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관리 영역이다.

따라서 테넌트 2,250개는 동일한 수의 최종 기업이 모두 침해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격 시도가 도달한 고객 클라우드 환경의 범위를 보여주는 수치다.

Microsoft는 일부 고객 환경에서 실제 인증 이후의 활동도 확인했다.

공격자는 Microsoft Graph를 통해 조직 내 리소스와 권한 정보를 조사했다.

Microsoft Graph는 Microsoft 365의 사용자와 그룹, 메일, 파일, 애플리케이션 및 각종 조직 데이터를 API로 관리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다.

정상적인 애플리케이션은 Microsoft Graph를 이용해 허용된 업무를 자동화한다.

그러나 공격자가 높은 권한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의 인증정보를 확보하면 같은 인터페이스를 악용할 수 있다.

Microsoft는 일부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자격증명 변경과 권한 확대 시도, 사용자와 그룹, 높은 권한의 역할에 관한 변경 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은 공격자가 일시적으로 접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 접근권을 유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특히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자격증명을 추가하면 원래 침해된 인증정보를 교체하더라도 다른 경로로 접근을 계속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사고 대응 과정에서 기존 인증정보만 폐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에 추가된 인증정보와 권한 변경, 새롭게 만들어진 서비스 주체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Microsoft는 침해된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거나 인증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고객 데이터 유출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데이터 접근 여부와 유출 여부는 각 고객 환경의 기록을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

공급망 공격은 왜 AI와 결합할 때 더 위험해지나

공급망 공격은 최종 공격 대상을 직접 침해하는 대신 그 대상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공급업체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사용한다.

백업 솔루션과 보안 프로그램, 고객관리 시스템, 협업 도구, 인사관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일정한 접근권을 부여해야 한다.

백업 서비스라면 고객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업무 자동화 서비스라면 사용자와 파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한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업체의 자격증명이 침해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하나의 공급업체를 공격해 여러 고객 환경으로 접근할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자는 각 기업의 방어체계를 처음부터 돌파할 필요가 없다.

이미 허가된 연결과 권한을 악용할 수 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 공격의 확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수많은 고객 환경 가운데 어떤 곳에서 인증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접근에 성공한 환경을 조사하며, 다음 작업을 자동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공격자가 한 번에 몇 개의 환경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면, AI 에이전트는 여러 대상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공격 대상이 많아질수록 자동화의 경제적 효과는 커진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공급망 침해 자체가 AI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Microsoft의 분석은 Storm-0940이 ARTEX를 이용해 여러 공격 활동을 가속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onnectWise의 인증정보가 최초에 어떤 구체적인 경로로 침해됐는지는 별도의 조사 사안이다.

AI가 모든 침해 단계를 독립적으로 수행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왜 보안 경보가 울려도 공격을 막기 어려울까

대규모 인증 시도는 보안시스템에서 탐지될 수 있다.

분당 수천 건의 로그인 요청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업무 패턴과 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실제로 Microsoft가 공개한 이번 기록에는 상당한 양의 인증 실패와 계정 잠금 기록이 포함됐다.

이러한 활동은 보안 관제 시스템이 탐지할 수 있는 신호다.

그런데 탐지와 대응은 다르다.

경보가 발생하면 보안 담당자는 해당 활동이 실제 공격인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계정과 애플리케이션이 영향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정상적인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차단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한편 공격자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을 수 있다.

Microsoft가 일부 사례에서 관찰한 3시간 미만의 권한 확보는 이러한 시간 차이를 보여준다.

공격자가 초기 탐색과 인증, 후속 작업을 빠르게 연결하면 보안 담당자가 경보를 분류하고 대응하는 동안 공격이 확장될 수 있다.

특히 공급망 침해에서는 대응이 더욱 복잡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백업 서비스와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면 일부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연결을 유지하면 공격자가 악용할 가능성이 남는다.

보안 담당자는 서비스 연속성과 침해 확산 방지 사이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AI 기반 공격의 확산은 보안 관제에도 새로운 요구를 만든다.

공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증정보와 권한 변경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자동화된 대응 절차를 적용할 필요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 자동화 역시 무조건적인 대응이 정답은 아니다.

잘못된 탐지에 따라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하면 또 다른 운영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대응을 허용할 것인지 사전에 정의하는 일이다.

공격자는 사람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의 신원으로 들어왔다

이번 사건이 기업 보안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로그인했는가'다.

전통적인 기업 보안은 사람의 계정을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호하고, 다중요소 인증을 적용하며, 이상한 장소에서 로그인하면 경보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사람만 인증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자동화 시스템도 자체 인증정보를 사용해 다른 서비스에 접근한다.

Microsoft 365와 연결된 외부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매번 로그인하지 않아도 부여된 권한 범위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업무 자동화의 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바로 그 신뢰 구조가 공격의 통로가 됐다.

침해된 애플리케이션의 자격증명을 사용하면 공격자는 정상적인 사용자 로그인을 거치지 않고 클라우드 환경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중요소 인증이 사람 계정을 보호하고 있더라도 별도로 허가된 애플리케이션 인증 경로까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은 사람의 계정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신원도 중요한 보안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데이터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불필요하게 높은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오래된 연결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외부 공급업체가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높은 권한을 부여할 때는 그 위험을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계정 보안의 대상이 직원에서 소프트웨어와 AI 에이전트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onnectWise는 어떻게 대응했나

ConnectWise는 10월 16일 Cloud Backup 관련 보안 사고를 공개한 뒤 영향을 받은 애플리케이션 연결을 차단하고 서비스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10월 17일에는 관련 애플리케이션 신원을 비활성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회사는 Cloud Backup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해당 서비스와 연결된 SaaS Security와 Cloud Management도 예방 차원에서 중단했다.

이는 추가적인 무단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정상 이용자에게는 서비스 중단이라는 부담을 만들었다.

특히 백업 서비스의 경우 사고 상황에서 데이터 복구 기능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회사는 외부 보안 전문업체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계정과 인증정보를 재설정하며, 영향을 받은 환경을 단계적으로 복구하기 시작했다.

10월 24일 공지에서는 복구 환경에 대한 검증과 인증서 교체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0월 26일부터 기존 백업을 이용한 복구 기능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이는 보안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ConnectWise는 기존 백업 아카이브가 암호화된 상태로 분리·보존돼 있으며, 당시까지 해당 아카이브의 침해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급업체의 애플리케이션 인증정보가 침해됐다는 사실과 백업 데이터 자체가 탈취됐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공급망 보안 문제가 실제 고객의 업무 연속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부 서비스의 연결을 끊는 것이 보안상 필요하더라도, 그 서비스에 의존하던 기업은 백업과 복구, 보안 관제 등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Microsoft는 ConnectWise와 관련된 기업에 영향을 받은 애플리케이션 연결을 공식 복구 안내가 나올 때까지 비활성화된 상태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현재 설치돼 있는지뿐 아니라 과거에 설치되거나 권한을 부여받은 기록까지 조사하도록 권고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클라우드 환경에 서비스 주체나 권한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 이름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Microsoft는 실제 애플리케이션 식별자를 기준으로 연결 여부와 권한을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침해 흔적을 조사할 때는 서비스 주체의 로그인 기록과 Microsoft Graph 활동, 애플리케이션 인증정보 변경, 권한 추가, 새로운 서비스 주체 생성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인증정보나 높은 권한이 추가됐다면 정상적인 관리 작업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격자가 기존 자격증명이 폐기된 뒤에도 다른 경로로 접근을 유지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사고 대응을 위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즉시 삭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Microsoft는 조사 기록과 설정 정보를 보존한 뒤 적절한 대응 절차를 따르도록 권고했다.

증거를 남겨야 실제로 어떤 권한이 사용됐고 어떤 변경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고는 AI 기반 공격이 기존 보안 원칙을 무효화했다기보다 기존 원칙을 더 빠르고 철저하게 적용해야 할 필요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소 권한 부여와 인증정보 관리, 감사 기록 보존, 이상 활동 탐지, 사고 복구 체계는 여전히 핵심이다.

달라진 것은 공격자가 이 체계의 빈틈을 탐색하고 악용하는 속도다.

AI는 사이버공격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가

이번 사건을 AI가 사람 없이 모든 해킹을 수행한 사례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Storm-0940은 이미 공격 경험과 인프라를 가진 조직이었다.

비밀번호 스프레이와 외부 애플리케이션 악용, 클라우드 권한 확보는 모두 기존에 알려진 공격 방식이다.

ARTEX는 이러한 수법을 자동화하고 확장하는 데 사용됐다.

다시 말해 공격 방법의 근본 원리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격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동,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대상의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숙련된 공격자가 직접 수행해야 했던 정찰과 분석의 일부를 AI가 맡을 수 있다.

한 번 발견한 공격 경로를 여러 환경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작업을 병렬로 수행하면서 공격의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사이버공격의 경제성을 바꿀 수 있다.

공격자 입장에서 단위 대상에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면 더 넓은 범위의 대상을 시험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방어자는 수많은 경보 가운데 실제 위험한 활동을 빠르게 구분해야 한다.

AI 기반 공격의 중요한 변화는 해킹이 갑자기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가능했던 공격을 더 빠르고 넓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사이버보안의 경쟁은 인간과 AI의 속도 차이로 확대된다

기업의 보안 운영 체계는 오랫동안 인간 전문가의 분석과 판단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보안 솔루션은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경보를 생성한다.

보안 담당자는 해당 경보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차단과 복구 조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공격 절차를 빠르게 연결하면 경보를 분석하는 동안 새로운 공격 단계가 진행될 수 있다.

Microsoft가 이번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문제다.

대규모 자동화 공격은 많은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탐지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탐지 이후 방어자가 대응할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AI 기반 방어 자동화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방어 시스템 역시 충분한 통제와 검증이 필요하다.

권한 변경이나 외부 접근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잘못 작동하면 기업의 정상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다.

결국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AI가 사용되는 환경에서는 더 빠른 의사결정뿐 아니라 정확한 권한 관리와 안전한 자동화가 함께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보안 솔루션의 성능 경쟁이 아니다.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외부 애플리케이션, 계정과 권한, 업무 연속성까지 연결된 운영 체계를 얼마나 안전하게 설계하는가의 문제다.

진짜 위험은 AI보다 이미 허용해 둔 권한에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AI가 얼마나 정교한 공격을 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ConnectWise 애플리케이션이 고객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미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격자는 새로운 권한을 처음부터 얻는 대신 기존에 허용된 권한을 활용할 수 있었다.

AI 에이전트는 그 권한을 이용하는 과정을 빠르게 만들었다.

이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고려해야 할 문제다.

기업은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더 많은 시스템을 연결한다.

외부 SaaS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AI 에이전트에 업무 도구를 연결하며, 애플리케이션이 다른 시스템을 대신 조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연결은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하나의 자격증명이나 애플리케이션 신원이 침해될 때 영향을 받는 범위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보안은 개별 서비스가 안전한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비스 사이에 어떤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는지, 누가 어떤 권한으로 다른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 권한이 침해되면 어디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기업이 외부 공급업체에 부여한 권한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처음 서비스를 도입할 때 필요했던 높은 권한이 지금도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연결과 오래된 자격증명은 정리해야 한다.

중요한 업무 시스템에 접근하는 애플리케이션에는 최소한의 권한만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권고돼 온 기본적인 보안 원칙이다.

그러나 공격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속도와 범위는 더욱 커질 수 있다.

AI가 해킹을 자동화하는 시대, 기업은 무엇을 바꿔야 하나

Microsoft의 보고서는 사이버보안 산업이 마주한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 국가 연계 공격조직은 ARTEX를 이용해 대규모 공격을 자동화했다.

수천 개의 클라우드 환경을 대상으로 접근을 시도했고, 일부에서는 높은 권한을 확보했다.

공격의 상당 부분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침해된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사의 클라우드 환경으로 접근이 확대됐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리고 일부 환경에서는 정찰과 인증정보 변경, 권한 확대 또는 지속성 확보와 관련된 후속 활동이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AI가 새로운 공격 기법을 발명해야만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존재하는 취약점과 과도한 권한, 잘못 관리된 자격증명만으로도 충분히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AI는 그 위험을 더 빠르게 찾아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에게 강력한 업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권한이 잘못 사용될 때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가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할수록 기업은 사람의 계정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의 권한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는 모든 신뢰 관계를 보안의 관점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Microsoft의 이번 보고서는 AI를 이용한 사이버공격이 이미 현실의 공급망 보안 문제와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중국 해커가 얼마나 뛰어난 AI를 사용했는가가 아니다.

기업은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맡기고 있는가.

그 권한이 탈취됐을 때 얼마나 빨리 공격을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공급업체 하나가 침해되더라도 고객의 시스템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가.

공격자는 AI를 이용해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방어자는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공격이 확산될 수 있는 권한과 신뢰의 경계를 줄여야 한다.

AI 시대 사이버보안의 핵심은 해커보다 빠른 AI를 보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공격하더라도 한 번의 침해가 수천 개 고객 환경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다.

Storm-0940과 ARTEX 사건은 그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