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보며 마음이 움직인 다음, 그것이 AI가 만든 광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감정은 달라질까?
생성형 AI가 만든 영상은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과 진정성까지 재현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특히 광고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등장인물에게 공감하고 이야기에 몰입하며, 그 감정을 브랜드에 연결하도록 설계된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영상 광고도 사람의 시선을 붙잡고 감정을 움직일 수 있을까? 2026년 7월 학술지 『Psychology & Marketing』에 온라인 게재된 연구는 이 질문을 EEG 뇌파 측정, 시선추적, 감정 척도와 심층인터뷰를 결합해 살펴봤다.
연구 결과는 단순한 인간 대 AI의 승부로 정리되지 않는다. AI 광고도 예상보다 강한 정서적 반응을 끌어냈고, 직접 광고를 본 일부 참여자는 AI의 감정 표현 능력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실험이다. 따라서 AI 광고가 인간 광고를 대체하거나 능가했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왜 ‘감정’을 측정했을까?
AI 광고에 관한 평가는 주로 설문을 통해 이뤄져 왔다. 문제는 사람들이 말로 표현하는 평가와 영상을 보는 순간의 실제 반응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AI 영상에는 감정이 없다”고 답하면서도 특정 장면에서는 시선을 집중하거나 강한 생리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영상에 몰입했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브랜드 이름과 서비스는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중처리이론과 알고리즘 회피 이론을 결합했다. 이중처리이론은 사람이 메시지를 직관적이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로와, 내용을 의식적으로 분석하는 경로를 구분한다. 알고리즘 회피는 사람이 창의성이나 공감이 필요한 영역에서 알고리즘이 만든 결과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연구진이 처음 예상한 방향은 분명했다. AI 광고는 감정보다 분석적 사고를 더 많이 일으키고, AI가 제작했다는 사실은 정서적 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같은 이야기로 AI 광고와 인간 광고를 만들다
연구에는 18세부터 34세까지의 국제 대학생 20명이 참여했다. 남성은 9명, 여성은 11명이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을 AI 광고 집단과 인간 제작 광고 집단으로 나눠 각 집단에 한 편의 광고를 보여줬다. 논문에 제시된 자료를 보면 두 집단은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나 경험이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을 줄이기 위해 ‘TruePath Career Services’라는 가상의 취업 지원 브랜드도 만들었다. 광고는 사회적 압력에 맞추려던 네 명의 인물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열정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AI 광고와 인간 광고에는 동일한 대본과 음악, 슬로건, 서사 구조가 사용됐다. AI 영상은 Hailuo AI Video Generator로 생성했다. 인간 제작 버전에서는 대학 연극 배우들이 AI 버전에 등장한 장면을 다시 연기했다. 두 영상 모두 VN Video Editor로 편집됐으며, 음성 작업에는 Audacity가 사용됐다.
두 영상의 내용을 최대한 유사하게 맞춤으로써 제작 방식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려는 설계였다. 다만 인간 광고가 먼저 존재하고 이를 AI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인간 배우들이 AI 생성 장면을 재연했다는 점은 결과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한다.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공개했다
연구 설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제작 주체를 공개한 시점이다.
참여자들은 영상을 볼 때 그것이 AI 광고인지 인간 제작 광고인지 알지 못했다. 연구진은 시청이 끝난 뒤 진행한 반구조화 인터뷰에서 광고의 제작 방식을 공개했다. ‘AI 광고’라는 표시 자체가 초기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영상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과 출처를 알게 된 뒤의 평가를 구분하려는 목적이었다.
영상 시청 중에는 EEG를 이용해 주의, 몰입, 흥분, 관심, 이완과 스트레스 관련 지표를 기록했다. 시선추적 장비로는 인물의 얼굴과 이야기의 주요 행동 등 사전에 설정한 관심영역에 시선이 얼마나 머무는지 살펴봤다.
시청 전후의 감정 변화는 PANAS-SF 척도로 측정했다. 이후 인터뷰 자료를 질적으로 분석해 참여자가 느낀 감정, 광고 메시지의 이해, AI에 대한 태도와 브랜드 인식을 조사했다. 인터뷰 코딩에는 독립된 코더가 참여했으며, 코더 간 일치도를 나타내는 Krippendorff’s alpha는 0.761이었다.
AI 광고도 예상보다 강한 감정 반응을 끌어냈다
연구진의 첫 번째 예상은 AI 광고가 감정보다 분석적 사고를 더 많이 유발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 가정을 지지하지 않았다.
AI 광고를 본 참여자 대부분은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파악했다. 동시에 분석적 평가보다 영감, 이해, 슬픔, 압박감과 같은 감정 반응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AI 광고가 인지적 처리뿐 아니라 예상보다 빈번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EEG 자료에서도 AI 광고 집단의 몰입 지표는 대체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부 참여자의 몰입 지표는 90 이상까지 올라갔다. 특히 AI 기술에 익숙한 두 참여자에게서 높은 몰입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이 수치만으로 AI 광고의 평균적인 우월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논문이 제시한 EEG 결과는 각 참여자의 반응 범위를 중심으로 한 탐색적 분석이며, 전체 소비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대규모 집단 간 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선추적에서는 다수의 참여자가 주인공과 이야기의 핵심 요소를 주로 바라봤다. 반면 AI 광고 집단의 약 절반에서는 비교적 불규칙한 시선 이동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일부 장면의 시각적 요소나 이야기 전개가 혼란스럽거나 초점이 불분명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 광고와 감정 변화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인간 제작 광고 역시 높은 정서적 몰입을 유발했다. 참여자들은 실제 배우의 연기와 음악, 서사에 반응했으며, 일부는 광고 내용을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 문제와 연결했다. 시선도 주변 요소보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중심 장면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인간 광고가 감정 측면에서 AI 광고보다 확실히 우수하다고 볼 만한 통계적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PANAS-SF로 측정한 긍정 정서의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p=0.909), 부정 정서의 차이도 유의하지 않았다(p=0.160). 이 결과는 두 광고 사이에 차이가 절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표본이 20명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차이를 발견할 통계적 힘이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따라서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AI와 인간 광고의 감정 효과가 동일하다’는 확정적 결론이 아니다. 적어도 이 실험에서는 AI 광고가 감정 반응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AI 제작 사실을 알게 되자 평가는 조금 달라졌다
광고의 출처를 공개한 뒤에는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AI 광고를 본 일부 참여자는 제작 사실을 알고 난 뒤 차갑거나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답했다. 이는 AI라는 정보가 이미 형성된 감정적 몰입을 다시 분석하게 만드는 일종의 ‘인지적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여자에게서 강한 알고리즘 회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AI가 이 정도로 감정적인 영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AI의 능력에 대한 기존 평가를 긍정적으로 수정한 참여자도 있었다. AI를 사용한 브랜드가 혁신적으로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인간 제작 광고만 본 참여자들은 AI가 인간 광고의 감정적 깊이와 진정성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비교적 일관되게 드러냈다. AI 광고를 실제로 경험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인식이 달랐던 셈이다.
다만 두 집단은 서로 다른 영상을 본 독립된 집단이다. 같은 사람이 인간 광고와 AI 광고를 모두 본 뒤 태도를 비교한 실험은 아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노출이 알고리즘 회피를 감소시켰다고 확정하기보다, 그런 가능성이 관찰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감동적인 광고가 반드시 좋은 브랜드 광고는 아니었다
이번 연구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제작 주체보다 이야기와 브랜드의 연결이었다.
인간 광고와 AI 광고 모두 참여자의 감정을 움직였지만, 상당수는 광고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취업 지원 서비스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일부 참여자는 이야기에 몰입한 나머지 브랜드 로고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광고를 다른 종류의 기업이 제작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감정적 몰입이 브랜드 신뢰나 기억으로 자동 전환된 것도 아니었다. 광고에서 느낀 감정과 자신의 취업 상황이 맞닿아 있던 참여자에게서는 브랜드 관심이 높아졌지만, 서비스 정보가 부족하거나 이야기와 브랜드가 맞지 않는다고 느낀 참여자는 이후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의향이 낮았다.
이는 AI 영상 제작 논의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을 보여준다. 영상이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감정을 일으킨다는 사실만으로 광고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와 브랜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제작 방식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번 연구는 EEG, 시선추적, 감정 척도와 인터뷰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설문 응답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즉각적인 반응과 시선의 흐름을 함께 살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전체 참여자는 대학생 20명에 불과하며, 각 조건에는 10명씩만 배정됐다. 대학생이 아닌 연령대나 실제 소비자 집단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실험실에서 장비를 착용한 채 광고를 보는 상황도 일상적인 시청 환경과 다르다. 스마트폰으로 여러 콘텐츠를 넘겨보는 실제 광고 환경에서는 주의와 감정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PANAS-SF와 인터뷰 같은 자기보고 자료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변이나 자기검열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
제작 방식 공개 시점 역시 제한점이다. 연구에서는 광고를 본 뒤 AI 제작 여부를 알려줬다. 실제 광고에는 AI 사용 사실이 사전에 표시되거나 시청과 동시에 알려질 수 있다. 논문 저자들도 공개 시점을 달리한 후속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현재 결과만으로 AI 광고가 인간 광고를 능가하는 조건을 구분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 연구는 AI의 우월성을 입증한 연구가 아니라, AI 영상은 감정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통념에 질문을 던진 탐색적 연구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느끼고 기억하게 하는가
이 논문은 인간과 AI 가운데 누가 더 창의적인지를 판정하지 않는다. 대신 시청자가 영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은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영상의 음악과 인물, 장면 전환에 먼저 반응할 수 있다. 출처를 알게 된 뒤에는 진정성과 제작 방식을 다시 따져본다. 감정적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AI라는 정보가 뒤늦게 평가에 개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감정을 움직이는 영상이 반드시 효과적인 광고가 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와 동떨어진 감동은 시선을 끌 수 있지만, 정작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흐릴 수 있다.
AI 영상 제작이 보편화될수록 제작 기술만큼 중요해지는 것은 서사의 목적과 브랜드의 연결이다. AI가 감정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감정이 무엇을 위해 설계됐으며 시청자의 기억 속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AI 광고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연구는 조심스럽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 감동이 신뢰와 기억,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설계하고 검증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