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는 공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전기만큼 중요한 자원이 하나 더 있다. 물이다.
고성능 AI 칩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서버를 밀집 배치할수록 열은 더 집중되고,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부담이 커지는 이유가 있다면,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물이다.
아마존의 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이 문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아마존은 2025년 전 세계 임차·소유·공유 데이터센터에서 총 94억 리터의 물을 취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2%는 물 스트레스가 높거나 매우 높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물 스트레스 지역은 가용한 지표수와 지하수에 비해 수요가 많은 곳을 뜻한다. 같은 1리터의 물이라도 물이 풍부한 지역과 가뭄·인구 증가·산업 수요가 겹친 지역에서 갖는 의미는 다르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워터 포지티브’, 즉 직접 운영에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말 기준 목표 달성률은 75%다. 2024년의 53%에서 크게 높아졌다.
보고서만 놓고 보면 진전은 분명하다.
아마존 데이터센터의 물사용효율지수(WUE)는 2025년 킬로와트시당 0.12리터로 개선됐다. 이는 전년보다 20%, 2021년보다 52% 낮은 수준이다. 회사는 냉각수 사용을 9억3800만 리터 줄였고, 재생수 사용 계약을 통해 6개국 130개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용 물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물 문제는 단순한 효율 숫자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첫째, AI 수요가 빠르게 늘면 효율 개선보다 총사용량 증가가 더 빠를 수 있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AI와 클라우드 수요에 맞춰 데이터센터 용량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AI 연산용 칩은 열 발생량이 크고, 고밀도 랙 환경에서는 공기 냉각만으로 열을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난다. 효율적인 냉각 기술을 적용해도 데이터센터 자체가 더 많이 지어지면 절대 물 사용량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둘째, 지역별 물 사정이 핵심이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물 취수의 48%가 물 스트레스가 낮은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반대로 보면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서도 상당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중동, 남아프리카, 인도처럼 물 스트레스가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냉각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가 물 스트레스 지역에서 대규모 물을 사용하면, 주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산업용수, 생태계 보전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은 기업 전체 평균보다 해당 시설이 들어선 지역의 수자원 여건 속에서 평가돼야 한다.
셋째, ‘물을 돌려준다’는 말의 의미도 따져봐야 한다.
아마존은 2025년 말 기준으로 45개 물 보충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이 프로젝트들이 지역사회에 94억 리터의 물을 돌려줬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연간 180억 리터 이상의 물 보충량을 계약해 둔 상태라고도 밝혔다.
물 보충 프로젝트는 누수 방지, 관개 효율화, 빗물 침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 유역 복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사업은 지역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서 취수한 물과, 다른 지역의 물 절약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물의 환경적 가치는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물은 탄소와 달리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어떤 지역의 1리터 절감이 다른 지역의 1리터 취수를 완전히 상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물 긍정 목표는 총량뿐 아니라 지역성, 계절성, 수질, 주민 접근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아마존도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재생수와 빗물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아마존은 26개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용 재생수를 사용해 8억4900만 리터의 식수를 보전했다고 밝혔다. 또 13개 유틸리티와 계약해 6개국 130개 데이터센터에 재생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을 산업 냉각에 쓰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AI 칩 냉각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마존은 고밀도 AI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열을 랙 단위에서 직접 잡아내는 인로우 열교환기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서버실 전체를 식히는 방식보다 열 발생 지점에 가까운 곳에서 냉각을 수행해 물 기반 냉각 시스템의 가동 시간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액체를 칩 가까이 전달하는 액체-칩 냉각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 방식이 피크 냉각 시간대의 기계적 에너지 사용을 최대 50% 줄일 수 있으며, 메가와트당 물 사용량을 늘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느냐다.
AI는 더 이상 몇몇 기업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검색, 광고, 고객센터, 영상 제작, 의료 연구, 금융 분석, 교육, 국방, 공공행정까지 AI 연산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뒤에서 작동하는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아마존은 AI가 물 문제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해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회사는 물 사용량을 실시간 감지하는 스마트 계량기, 누수 탐지 시스템, 냉각 최적화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또 물 유틸리티 기업, 연구기관, 기술기업과 함께 ‘워터-AI 넥서스 센터 오브 엑설런스’를 공동 설립해 AI 인프라의 물 지속가능성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I가 물을 절약하는 데 쓰인다는 사실이 AI가 물을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AI 시대의 진짜 과제는 효율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들어서야 하는지, 그 지역의 물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지, 냉각에 식수 대신 재생수를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지역 주민과 어떤 방식으로 물을 나눌 것인지까지 포함한 공공적 설계가 필요하다.
아마존의 물 긍정 목표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특히 인도에서 2027년 목표를 2년 앞당겨 2025년에 120% 물 긍정을 달성했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인구 대비 담수 자원이 부족하고 지역별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물 책임은 “얼마나 많이 보충했는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데이터센터는 어느 지역의 물을 쓰고 있는가. 그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물보다 먼저 쓰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기업이 절약한 물과 지역사회가 실제로 되찾은 물은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가치를 갖는가.
AI는 클라우드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클라우드는 결국 땅 위에 지어진 데이터센터에서, 전기와 물을 소비하며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