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애플 앱마켓에 내는 수수료는 연간 약 2조 원으로 추산된다.(미래에셋 증권) 넷마블 한 곳만 보면 2025년 한 해 지급수수료가 9,387억원으로 매출의 33%를 차지했다.(넷마블 2025년 사업보고서) 이 숫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대형 모바일 게임의 연간 매출이 수천억 원 단위로 커질수록, 수수료는 영업이익을 직접 흔드는 구조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https://blog.google/intl/ko-kr/products/android-play-hardware/a-new-era-for-choice-and-openness-kr/

구글은 최근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최대 30%에서 20% 중심으로 낮추고 외부 결제 허용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들은 이를 기다리기보다 PC 결제, 웹상점, 자체 런처를 먼저 확대하고 있다. 이미 5월 판교에서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업계 목소리도 나왔다.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기다리지 않고 직접 구조를 바꾸는 두 가지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3N의 세 가지 대응 ㅡ 넷마블: 수수료 절감을 수치로 증명한 모바일 중심형

넷마블은 2024년부터 주요 신작에 자체 결제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아스달 연대기'에는 PC 결제와 웹상점, 포인트 제도를 함께 도입했고, '레이븐2'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에도 웹상점을 열었다.

https://raven2-shop.netmarble.com/ko

효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2026년 1분기 넷마블의 지급수수료는 2,0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517억 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지급수수료는 오히려 감소했다. 단순히 매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매출이 발생하는 경로가 일부 바뀌면서 비용 구조가 달라진 셈이다. 넷마블은 컨퍼런스콜에서 PC 결제 비중 상승이 수수료 부담 완화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급수수료율 역시 2024년 39%에서 2025년 33.1%로 낮아졌고, 2026년에는 29.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계는 분명하다. 넷마블은 결제 채널 일부를 앱마켓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신규 이용자가 들어오는 유입 경로는 여전히 앱마켓에 크게 기댄다. 이용자는 앱마켓에서 게임을 발견하고, 설치하고, 업데이트한다. 결제는 우회할 수 있어도 첫 번째 접점까지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 넷마블 스스로도 자체 결제를 모든 게임에 일률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장르와 이용자 성향에 따라 외부 결제 전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줄이고 있지만, 유통의 입구까지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다.

3N의 세 가지 대응 ㅡ 엔씨소프트: 퍼플 중심의 플랫폼 내재화형

엔씨의 대응은 결이 다르다. 2025년 11월 '아이온2' 출시와 함께 퍼플 런처, 퍼플 스토어 결제 서비스를 함께 열었다. 단순히 결제 채널을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다. 게임 실행, 계정, 커뮤니티, 결제를 퍼플이라는 하나의 환경 안에 묶으려는 시도다. 엔씨에게 자체 결제는 웹상점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사 게임을 이용하는 기본 경로를 재구성하는 문제에 가깝다.

퍼플 스토어 결제 프로모션 관련, 'AION 2' 공지사항; https://aion2.plaync.com/ko-kr/board/notice/view?articleId=691c89f034e7dd2024fd5041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리니지M 이용자들이 퍼플 결제 혜택을 위해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벗어나 퍼플로 이동하면서, 앱마켓 매출 순위만으로 흥행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년 가까이 앱마켓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리니지M이 퍼플 결제 전환 이후 순위에서 밀려난 것도 이 변화와 맞물려 해석된다. 이는 매출이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매출이 집계되는 위치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엔씨가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앱마켓 순위 하락은 기존 과금 이용자의 이동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신규 이용자 유입과는 다른 문제다. 퍼플이 기존 이용자의 결제 경로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신규 이용자를 스스로 끌어오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 중이다. 모바일 이용자에게 별도 런처와 외부 결제가 자연스러운 경로가 될 수 있는지도 과제다. 결국 퍼플의 성패는 결제 혜택만이 아니라, 실행과 커뮤니티, 계정 관리까지 포함한 전체 이용 경험이 얼마나 매끄럽게 설계되는가에 달려 있다.

3N의 세 가지 대응 ㅡ 넥슨: 기존 PC 결제 인프라의 모바일 연결형

넥슨의 접근은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됐다. 넥슨ID와 넥슨캐시로 대표되는 자체 결제 인프라는 PC 온라인게임 시대부터 수십 년을 이어온 자산이다. 넥슨은 새 플랫폼을 급하게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이미 갖고 있던 계정·결제 구조를 모바일 게임으로 확장하는 쪽에 가깝다.

여기에 넥슨쇼핑이 더해진다. 넥슨쇼핑은 게임에 직접 접속하지 않아도 모바일·PC 웹페이지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채널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2025년 11월 넥슨쇼핑 내 상점이 열렸고, 이용자는 웹페이지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게임 내 결제상품 우편함으로 받을 수 있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넥슨쇼핑은 PC 버전 결제와 동일한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으며, 넥슨캐시 결제도 가능하다.

https://shopping.nexon.com/kr/mabinogimobile/main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PC 버전에서는 넥슨 홈페이지와 게임 내 캐시샵을 통해 넥슨캐시로 유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구매한 상품은 모바일 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넥슨쇼핑에서는 게임 접속 없이도 M캐시를 구매할 수 있다. 즉, 모바일 게임이지만 결제는 앱마켓 하나에만 묶이지 않는다. PC 직접 결제, 넥슨캐시, 넥슨쇼핑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다른 3N과 구분된다. 넷마블이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에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엔씨가 퍼플을 통해 자체 플랫폼을 키우려 한다면, 넥슨은 기존 PC 결제 생태계를 모바일로 연결한다. 넥슨캐시와 넥슨ID, 넥슨쇼핑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이용자를 넥슨의 자체 계정 체계 안에 묶어두는 장치다. 그래서 넥슨의 자체 결제 전략은 새로 시작한 실험이라기보다, 오래된 PC 온라인게임 운영 방식의 확장에 가깝다.

그 결과 넥슨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급수수료 구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PC 직접결제 기반이 비용 구조의 강점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다만 결제 경로가 많아질수록, 이용자가 어느 기기에서 접속하든 결제와 수령, 환불, 고객응대가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도 커진다.

결국 넥슨의 강점은 결제 인프라의 오래된 축적에 있다. 하지만 그 축적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강점으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결제 경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PC 결제 구조를 모바일 이용자 경험에 맞게 다시 번역하는 일이 필요하다.

3N 밖으로 번지는 흐름

이 흐름은 3N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체 결제와 웹상점은 이미 중견·대형 게임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앱마켓 수수료를 피하는 데만 있지 않다. 각 회사가 보유한 서비스 구조에 맞춰, 결제 경로를 자사 운영 체계 안으로 조금씩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컴투스는 하이브 기반 웹상점과 제3자 결제를 확대하며, 웹상점을 수익성 개선의 실질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게임마다 차이는 있지만 웹상점 결제 비중이 작게는 10%, 많게는 20% 중반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웹상점이 단순한 이벤트 페이지가 아니라, 앱마켓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운영 장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https://webshop.wemade.games/ko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에 웹상점을 운영하며 크로스플랫폼 구조와 자체 결제를 결합하고 있다. 공식 웹상점은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결제를 지원하고, 웹상점 전용 상품과 혜택도 제공한다. PC와 모바일을 함께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웹상점이 앱마켓 바깥의 결제 경로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아키에이지 워' 웹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문장처럼 “검토 중”이라고 쓰기보다, 이미 웹상점을 보유한 사례로 다루는 편이 정확하다. 이는 자체 결제가 일부 회사의 실험적 선택이 아니라, 주요 MMORPG 운영에서 점차 기본 옵션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펄어비스는 조금 다른 사례다. '검은사막'은 Acoin 충전과 공식 홈페이지 결제 구조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왔다. 모바일 앱마켓을 우회하기 위해 새로 웹상점을 만든 사례라기보다, 애초에 PC 직접 서비스와 자체 결제 기반이 강했던 회사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의 흐름 속에서 펄어비스는 “탈 앱마켓 실험”이라기보다, 기존 직접 서비스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사례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결국 자체 결제는 더 이상 일부 대형사의 예외적 실험이 아니다. 앱마켓 의존도를 낮추고, 결제 데이터와 상품 설계권을 자사 운영 체계 안으로 가져오기 위한 산업 전반의 현실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왜 플랫폼 주도권의 문제인가

결제 경로를 가져온다는 것이 왜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서는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결제 경로를 가져오면 상품 설계권이 생긴다. 앱마켓 안에서는 플랫폼 정책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자체 결제에서는 포인트, 할인, 패키지, 멤버십, 제휴 혜택, 웹상점 전용 상품을 게임사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붙잡는 구조를 게임사가 만들 수 있게 된다.

둘째, 결제 데이터는 라이브 서비스 운영 데이터다. 어떤 상품을 샀는가, 언제 결제했는가, 어떤 이벤트에 반응했는가, PC와 모바일 결제 패턴이 어떻게 다른가. 고과금 이용자와 복귀 이용자의 결제 흐름은 어떤 패턴을 보이는가. 자체 결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면서 동시에 운영 데이터 수집 장치다. 앱마켓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면 이 데이터는 플랫폼이 갖는다.

셋째, 결제 접점은 이용자 관계의 마지막 단계다. 게임사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벤트를 운영하고, 커뮤니티를 관리한다. 그러나 결제가 앱마켓 안에서 끝나면, 이용자와 만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플랫폼이 가져간다. 자체 결제는 그 마지막 단계를 게임사 쪽으로 돌리는 시도다.

물론 완전한 탈 앱마켓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앱마켓은 여전히 다운로드와 신규 유입의 핵심 경로이고, 모바일 이용자는 앱 내 결제에 익숙하다. 자체 결제 인프라는 대형사에는 실현 가능한 선택이지만, 중소사에게는 운영 비용 자체가 부담이다. 결제를 가져온다는 것은 수수료를 줄이는 일이면서 동시에, 게임사가 매출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읽고 이용자 관계를 직접 운영할 권한을 되찾는 일이다.

플랫폼은 모두 마지막 접점을 두고 싸운다

게임 결제 이슈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2026년 5월 Google I/O에서 공개된 AI 검색 업데이트는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검색은 더 이상 링크를 나열하는 창에 머물지 않는다. 구글은 AI 검색 박스를 “25년 만의 가장 큰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하며, 검색 안에서 AI 응답, 추천, 쇼핑, 에이전트 기능을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콘텐츠가 발견되고, 비교되고, 구매로 이어지는 마지막 접점을 검색 플랫폼이 다시 가져가려는 흐름이다.

https://blog.google/products-and-platforms/products/search/search-io-2026/

Android XR 스마트 글래스도 같은 맥락에 있다. 구글은 I/O 2026에서 Gemini 기반 지능형 안경을 소개하며, 귀로 안내를 받는 오디오 글래스와 시야 안에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글래스라는 두 방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사용자 접점이 손 안의 화면에서 시선과 음성으로 이동한다면, 플랫폼 경쟁은 다시 사용자의 눈앞에서 벌어진다.

스트리밍 업계의 재편도 비슷하다. Paramount Skydance는 2026년 2월 Warner Bros. Discovery를 약 1,10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거래는 규제 심사를 거쳐 2026년 3분기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흐름은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어디에서 보여주고, 누가 추천하며, 누가 구독과 광고 관계를 통제하느냐다.

AI, XR, 스트리밍, 콘솔, 모바일 게임 결제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두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이용자와 만나는 마지막 접점은 누가 가질 것인가.

국내 게임사의 자체 결제 확대도 이 경쟁의 한 장면이다. 수수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지만, 더 깊게 보면 이용자가 지불을 결정하는 순간을 다시 게임사 쪽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되찾은 결제, 남겨진 플랫폼

자체 결제를 확대하고, 웹상점을 열고, 자체 런처를 구축하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대형사와 중소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웹상점, 런처, 포인트 시스템은 모두 인프라와 운영 비용이 필요하다. 자체 결제를 실질적 수단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정적이다. 앱마켓의 결제 독점력은 약해지겠지만, 유통·노출·신뢰·인증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은 계속 남는다. 이용자는 앱마켓에서 게임을 발견하고 설치한다. 그 첫 번째 접점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게임사의 경쟁력은 좋은 게임을 만드는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자체 결제, 데이터 분석, 계정 플랫폼, 크로스플랫폼 경험 설계가 함께 중요해진다.

국내 게임사들이 되찾으려는 것은 수수료 몇 퍼센트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이다.

게임사는 결제를 가져온 뒤, 이용자가 계속 머물 수 있는 자기 플랫폼까지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