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은 더 이상 기밀문서 안에만 있지 않다.

병사의 스마트폰 안에도 있다. 출퇴근 동선에도 있고, 훈련장 주변 체류 기록에도 있다. 기지 안팎을 오가는 반복적인 위치 흔적에도 있다. 광고 기술을 위해 수집된 위치 데이터가 데이터 브로커를 거쳐 사고팔리는 순간, 그것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넘어 군사작전 보안의 취약점이 된다.

론 와이든 미국 상원의원과 팻 해리건 하원의원은 2026년 9월 4일 미 국방부 감찰관에게 서한을 보내,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위치 데이터가 미군 장병과 민감한 국방부 작전에 제기하는 방첩 및 물리적 보안 위협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미군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이동하는지, 어떤 시설을 반복적으로 오가는지, 어느 부대나 기관과 연결돼 있는지 상업 데이터만으로 추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국가안보 문제다.

서한은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위치 데이터, 특히 미국 정부 인력의 위치 데이터 판매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외국 적대세력이 상업 위치 데이터를 이용해 미군 인력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확인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더 이상 추상적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아니라 실제 군사적 표적화에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치 데이터의 위험은 그 정밀함에 있다.

스마트폰은 일상적으로 위치 신호를 남긴다. 앱은 광고, 분석, 날씨, 내비게이션, 쿠폰, 편의 기능을 이유로 위치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광고 입찰 데이터, SDK 위치 포인트, 모바일 광고 ID와 결합해 하나의 지속적 프로필로 묶일 수 있다. 개인의 이름이 빠져 있어도, 특정 기기를 따라가면 생활 패턴은 드러난다.

집에서 출발해 군사기지로 향하는 기기.
특정 국방부 시설을 매일 오가는 기기.
민감한 작전 지역 주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기.
해외 배치지와 미국 내 거주지를 연결하는 이동 흔적.

이런 데이터는 익명처럼 보이지만 익명이 아니다. 위치는 사람을 다시 식별하게 만든다. 매일 밤 머무는 곳은 집이고, 낮에 반복적으로 머무는 곳은 직장이다. 직장이 군사시설이라면 그 사람의 소속과 역할에 관한 추정도 가능해진다.

서한은 모바일 광고 ID, 즉 MAID의 위험을 핵심으로 짚었다. MAID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고유 광고 식별자다. 광고 생태계에서는 사용자를 식별하고 광고 성과를 추적하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방첩 관점에서는 특정 기기의 장기 위치 궤적을 묶어내는 연결고리가 된다.

국가안보국(NSA)과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을 포함한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데이터 브로커 위협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스마트폰의 고유 광고 ID를 비활성화하는 것을 제시해왔다. 와이든·해리건 서한도 이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 일부 조직은 이미 대응하고 있다.

서한에 따르면 육군, 공군, 해군·해병대, 특수작전사령부는 정부 지급 단말에서 광고 ID를 비활성화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해군 CIO는 이 식별자를 차단하면 외국 적대세력이 대량 위치 데이터와 메타데이터를 구매해 군인과 민간 인력을 추적·프로파일링·표적화하는 능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미 있는 조치다.

그러나 의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도 국방부 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업 위치 데이터가 계속 판매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면, 광고 ID 차단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세 가지다.

첫째, 일부 국방부 조직이 정부 지급 단말에서 광고 ID를 완전히 비활성화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는 최근에야 정책을 시행했을 수 있다. 서한은 공군이 의회 요청 이후인 7월에 관련 정책을 시행했다고 밝힌 점을 예로 들었다.

둘째, 광고 ID 비활성화가 더 이상 충분한 방어책이 아닐 수 있다. 데이터 브로커는 광고 ID가 없어도 다른 스마트폰 정보와 위치 신호를 결합해 고유한 이동 패턴을 만들 수 있다. 기기 지문, 앱 사용 정보, IP 주소, 센서 데이터, 시간대와 경로, 반복 방문지 등은 광고 ID 없이도 식별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가장 우려스러운 가능성은 판매되는 상업 위치 데이터가 정부 지급 단말이 아니라 장병과 정부 계약업체 직원의 개인 스마트폰에서 나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까다롭다.

국방부는 정부 지급 단말은 통제할 수 있다. 설정을 바꾸고, 광고 ID를 차단하고, 앱 설치를 제한하고, 모바일기기관리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스마트폰은 다르다. 장병과 계약업체 직원이 자신의 휴대폰을 기지와 작전 지역에 가지고 들어간다면, 그 기기는 군사시설 내부의 위치 신호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군사 보안은 오랫동안 사진 촬영 금지, 문서 반출 금지, 출입증 관리, 통신보안, 위성사진 차단 같은 물리적·정보적 통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데이터가 된다.

문제는 사용자가 이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장병은 무료 날씨 앱이나 운동 앱, 지도 앱, 게임 앱을 설치했을 뿐이다. 계약업체 직원은 주차장과 사무동 사이를 오갔을 뿐이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누군가는 점심시간에 배달 앱을 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 앱과 SDK, 광고 네트워크, 데이터 브로커는 위치 신호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처음부터 군사정보로 수집된 것이 아니다.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집됐다.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수집됐다.
앱 수익화를 위해 수집됐다.
상권 분석과 마케팅을 위해 수집됐다.

그러나 시장에 나온 뒤에는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다. 적대국 정보기관, 민간 정보업체, 범죄조직, 스토커, 경쟁 세력 모두 위치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상업 감시경제의 구조적 위험이다.

데이터는 수집 목적을 떠난 순간 통제하기 어렵다. 광고용 데이터가 방첩 데이터가 되고, 편의 기능 데이터가 군사 표적화 데이터가 된다. 사용자는 동의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동선이 누구에게 팔리고 어떻게 결합되는지 알기 어렵다.

국방부 입장에서 이는 OPSEC, 즉 작전보안의 문제다.

OPSEC은 적이 파편 정보를 모아 중요한 사실을 추론하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과거에는 병력 이동, 통신 내용, 훈련 일정, 사진, 문서가 주요 대상이었다. 이제는 상업 위치 데이터도 OPSEC 대상이다.

한 사람의 위치는 사소할 수 있다.
수십 명의 위치는 부대 활동을 보여준다.
수백 명의 위치는 시설 기능과 근무 패턴을 드러낸다.
시간에 따른 변화는 작전 준비와 이동 징후를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조용하던 시설에 특정 시기 스마트폰 위치 신호가 급증한다면 훈련이나 작전 준비를 추정할 수 있다. 특정 부대 관련 기기들이 공항, 항만, 군사시설 사이를 동시에 이동하면 배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특정 장병의 자택과 근무지를 연결하면 개인 표적화나 협박, 스파이 활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위성사진보다 더 민감할 수 있다.

위성사진은 시설을 보여준다. 위치 데이터는 사람의 패턴을 보여준다. 시설의 존재는 이미 알려져 있을 수 있지만, 누가 언제 오가고 어떤 활동이 반복되는지는 훨씬 더 작전적 가치가 크다.

이번 서한이 국방부 감찰관 조사를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원들은 기존 국방부 정책, 기술적 통제, OPSEC 지침이 상업 위치 데이터 위협을 충분히 막고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히 광고 ID 차단 여부를 확인하라는 뜻이 아니다. 국방부의 스마트폰·앱·위치정보 관리 체계가 실제 위협 환경을 따라가고 있는지 보자는 것이다.

핵심 질문은 여러 가지다.

정부 지급 단말의 광고 ID는 모든 부처와 부대에서 실제로 비활성화됐는가.
비활성화 정책은 언제부터 시행됐고, 예외는 없는가.
개인 스마트폰 반입 정책은 민감 시설별로 어떻게 운영되는가.
데이터 브로커가 광고 ID 없이도 기기를 추적할 수 있는지 검증했는가.
장병과 계약업체 직원에게 상업 위치 데이터 위험을 교육하고 있는가.
국방부 시설에서 유출되는 위치 데이터 샘플을 정기적으로 탐지하고 있는가.
적대국이 이미 구매하거나 활용한 사례를 분석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미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군과 정보기관, 방산기업, 원전, 통신사, 반도체 공장, 연구소, 정부청사, 외교시설 모두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민감한 장소를 오가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위치 데이터가 거래된다면, 조직의 비밀은 벽 안에 갇혀 있지 않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군사적 긴장이 높은 국가다. 미군기지, 한국군 부대, 방산업체, 반도체·배터리 공장, 통신시설, 원전, 정부청사,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앱 사용도 많고, 위치기반 서비스도 일상화돼 있다.

위치 데이터가 거래되는 환경에서 민감 시설 보안은 새로운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

부대 안에서 사진 촬영만 금지하면 충분한가.
군사시설 안으로 개인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도 되는가.
방산업체 연구소 직원의 출퇴근 위치정보는 보호되고 있는가.
민감 프로젝트 참여자의 동선이 광고 데이터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가.
외국 정보기관이 상업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한국 내 민감 시설 주변의 위치 패턴을 살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 브로커 시장은 국경을 쉽게 넘는다. 앱 개발사, 광고 SDK, 중개업체, 데이터 분석회사, 위치정보 판매업체, 재판매업체가 여러 국가에 걸쳐 있다. 데이터가 한 번 유통망에 들어가면 최종 구매자를 통제하기 어렵다. 국가안보 기관이 직접 해킹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데이터가 작전정보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상업 위치 데이터는 ‘합법적으로 구매 가능한 정보’와 ‘국가안보 위협’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적대국이 군사시설을 해킹하지 않아도 된다.
병사의 휴대폰을 직접 감염시키지 않아도 된다.
정보원을 심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 브로커 시장에서 위치 패턴을 사면 된다.

이것이 더 위험하다.

해킹은 불법 침입이지만, 데이터 구매는 합법과 불법의 회색지대에 머무를 수 있다. 많은 데이터 브로커는 데이터를 익명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치 데이터는 익명화가 어렵다. 반복되는 위치 패턴은 사람을 다시 드러낸다.

광고 ID 차단은 그래서 필요한 첫 단계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는 광고 ID 외에도 수많은 식별 신호를 만든다. 앱 설치 목록, 기기 모델, 운영체제 버전, IP 주소, 블루투스·와이파이 신호, 시간대, 이동 속도, 자주 방문하는 장소 조합은 고유성을 높인다. 데이터 브로커는 여러 출처를 결합해 하나의 프로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대응도 다층적이어야 한다.

정부 지급 단말에서는 광고 ID를 비활성화해야 한다.
불필요한 위치권한을 차단해야 한다.
앱 설치를 제한해야 한다.
민감 시설에서는 개인 스마트폰 반입을 제한하거나 보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작전 지역에서는 전파·위치 신호 발생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
장병과 계약업체 직원에게 데이터 브로커 위험을 교육해야 한다.
위치 데이터 시장을 감시하고, 민감 시설에서 발생한 데이터 판매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데이터 브로커 규제 문제가 있다.

개인 위치정보가 자유롭게 사고팔리는 시장이 존재하는 한, 군과 정보기관은 끝없는 방어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정 기관이 단말 설정을 강화해도 개인기기와 민간 앱, 계약업체 생태계, 가족과 방문객의 기기까지 완벽히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안보 관점에서 민감 위치 데이터의 수집·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군사시설, 정부청사, 원전, 병원, 학교, 종교시설, 시위 현장, 가정폭력 보호시설처럼 민감한 장소와 연결된 위치정보는 특별한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 개인이 명시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집·재판매되는 구조를 방치하면, 사생활 침해와 국가안보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

이번 서한은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론 와이든 의원은 오래전부터 데이터 브로커와 위치정보 판매, 정부기관의 상업 데이터 구매 문제를 비판해왔다. 이번에는 그 문제가 국방부 OPSEC과 연결됐다. 즉 개인정보 보호 의제가 군사보안 의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 전환은 중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종종 개인의 권리 문제로만 취급된다. 하지만 위치 데이터는 개인의 권리이면서 집단의 안전 문제다. 군인의 위치가 노출되면 그 개인뿐 아니라 부대와 작전이 위험해진다. 의료진과 환자의 위치가 노출되면 민감한 건강정보가 드러난다. 공무원과 판사, 수사관의 위치가 노출되면 협박과 표적화 위험이 커진다.

스마트폰 위치정보는 사적인 데이터이면서 공공안전 데이터다.

그래서 조직은 구성원에게 “위치권한 조심하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거래되는지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민감 시설 주변에서 어떤 데이터가 시장에 나오는지 점검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개인기기 반입 정책을 바꾸고, 계약업체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방산기업과 민간 협력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방부 시설을 오가는 사람은 군인만이 아니다. 엔지니어, 유지보수 인력, 클라우드·통신·IT 협력사, 물류업체, 청소·시설관리 인력, 연구자, 컨설턴트도 있다. 이들의 개인 스마트폰이 위치 데이터를 흘리면 민감 시설의 활동 패턴이 노출될 수 있다.

계약업체 보안 기준에 위치 데이터 OPSEC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출입통제와 보안서약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기기 반입, 위치권한 설정, 광고 ID 차단, 민감 장소에서의 앱 사용, 위치기반 서비스 제한, 교육과 점검이 계약 보안의 일부가 돼야 한다.

물론 현실적 균형도 필요하다.

모든 시설에서 모든 개인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 장병과 직원의 생활 편의, 가족 연락, 긴급상황 대응, 업무 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장기 근무지나 생활 공간이 결합된 군사시설에서는 완전한 금지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위험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

민감도 높은 구역에서는 반입 금지 또는 보관.
일반 구역에서는 광고 ID 차단과 위치권한 제한.
작전 기간에는 추가 통제.
계약업체와 방문객에는 사전 고지와 준수 의무.
반복적으로 민감 위치 데이터가 유출되는 경우 정책 강화.

중요한 것은 조직이 위험을 알고 통제한다는 점이다.

지금 가장 위험한 상태는 무지다. 데이터가 유출되는지 모르는 것, 누가 수집하는지 모르는 것, 어떤 브로커가 파는지 모르는 것, 광고 ID 차단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와이든·해리건 서한은 바로 이 무지를 감찰관 조사로 줄이자는 요구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의 위험이 더 커진다.

위치 데이터는 AI 분석과 결합될 때 훨씬 더 강력해진다. 수백만 개 위치 포인트에서 특정 부대의 이동 패턴을 추론하고, 민감 시설의 근무 교대 시간을 찾아내고, 특정 인물의 생활 루틴을 자동 분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분석관이 오래 걸려야 할 일을 AI가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딥페이크와 피싱, 소셜엔지니어링과 결합하면 개인 표적화도 쉬워진다.

어느 병사가 어느 기지에서 근무하는지, 언제 집에 가는지,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종교시설이나 병원을 방문하는지 알 수 있다면 협박과 접근, 스피어피싱, 허위정보 작전의 정밀도가 높아진다.

위치정보는 다른 데이터와 결합될수록 위험해진다.

이메일 유출.
소셜미디어 공개정보.
차량번호 인식 데이터.
구매 이력.
광고 프로필.
통신 메타데이터.
출입기록.

여기에 위치 궤적이 결합되면 사람의 삶은 지도로 펼쳐진다. 군사조직에서는 그것이 작전 지도가 된다.

이번 서한은 그래서 작은 기술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 ID를 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 데이터 시장이 국가안보 체계 바깥에서 군사정보를 생산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외국 적대세력에게 판매되거나 활용될 수 있다면, 전통적인 보안 모델은 다시 설계돼야 한다.

국방부 감찰관 조사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현재 정책의 실효성이다. 각 군과 국방부 조직이 정부 지급 단말에서 광고 ID를 비활성화하고 있는지, 앱 권한과 위치정보 수집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는지 봐야 한다.

둘째, 잔여 위험이다. 광고 ID를 꺼도 데이터 브로커가 위치 궤적을 만들 수 있는지, 개인기기와 계약업체 기기에서 위치 데이터가 계속 흘러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운영 보안 지침의 현실성이다. 장병과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있는지, 민감 시설별 반입 정책이 충분한지, 위반이나 유출을 탐지하는 체계가 있는지 봐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군사시설은 벽으로 보호되지만, 스마트폰 데이터는 벽을 넘어간다.

과거에는 적이 군사시설 안을 보려면 정찰위성, 스파이, 해킹, 감청이 필요했다. 이제는 상업 위치 데이터 시장이 그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 그것도 합법적 거래와 광고 기술의 외피를 쓰고서다.

이것은 안보의 구조적 변화다.

국가가 군사기밀을 지키려 해도, 민간 데이터 생태계가 군사적 의미를 가진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판매한다면 보안은 새어 나간다. 장병 한 명의 스마트폰 위치가 사소해 보여도, 수천 명의 위치 데이터는 작전 패턴이 된다.

와이든·해리건 서한은 이 위험을 국방부 내부 감찰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국가안보는 더 이상 기밀망과 무기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 ID, 앱 SDK, 데이터 브로커, 개인 스마트폰, 출퇴근 동선, 계약업체의 기기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데이터 경제가 만든 민간 감시 인프라는 이제 군사 보안의 약한 고리가 됐다.

적은 더 이상 문을 부수고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들고 들어간 스마트폰이 이미 길을 알려주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