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많이 쓴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자원은 전기만이 아니다. AI 서버가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물도 필요하다.

구글의 2026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2025년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서 약 410억 리터의 물을 사용했다. 전년보다 34% 증가한 수치다.

이는 미국 남서부의 골프장 약 73곳을 1년 동안 관개하는 데 필요한 물과 비슷한 규모라고 구글은 설명한다.

AI와 클라우드 수요가 늘수록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서버를 설치하고, 더 많은 열을 처리해야 한다. 구글이 물 사용량 증가를 숨기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의 환경 비용을 이야기할 때 전력과 탄소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열을 식히기 위해 공기 냉각과 수냉 방식, 증발 냉각, 재생수 활용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물은 매우 효율적인 냉각 자원이다. 특히 대형 데이터센터에서는 공기만으로 서버를 식히는 것보다 물을 활용하는 방식이 전력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은 지역마다 가치가 다르다.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담을 줄 수 있듯,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이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도 이 문제를 인정한다. 보고서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체 물 사용량이 미국 가정의 잔디 관리에 쓰이는 물의 1%보다 적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는 지역 유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다.

전체 국가 단위로 보면 작은 비중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도시와 특정 유역, 특정 가뭄 지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 전체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물 비중이 아니다. 자기 지역의 지하수와 상수도, 농업용수, 생활용수가 충분한지다.

구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별 ‘물 위험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물 부족 가능성, 유역 건강성, 수자원 고갈 위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냉각 기술과 운영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고서가 소개한 대표 사례는 미국 오리건주의 더댈스다.

구글은 2006년부터 더댈스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왔다. 이 지역의 2025년 물 사용량은 약 4억6900만 갤런, 약 17억7500만 리터였다.

구글은 이 지역의 물 공급원이 높은 고갈 위험이나 심각한 물 부족 위험에 놓여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수냉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을 사용하는 대신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더댈스 데이터센터는 2025년 4분기 기준 서버 외 냉각·전력분배 등에 쓰는 추가 에너지가 IT 장비 전력의 6~10% 수준이었다. 업계 평균이 54%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구글의 논리는 명확하다.

물 사용이 늘더라도, 수냉 방식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을 크게 줄이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낮춘다면 환경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언제나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은 탄소처럼 전 세계적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자원이다. 어떤 지역에서 1리터를 절약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1리터를 더 쓰는 일이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구글이 ‘물 보충’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담수의 120%를 지역사회와 유역에 돌려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쓴 물만큼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물을 지역에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구글의 물 보충 프로젝트는 약 77억 갤런, 약 290억 리터의 물을 보충했다고 보고서는 밝힌다. 이는 2025년 담수 사용량의 약 78%에 해당한다. 2024년의 63%보다 개선된 수치다.

구글은 현재 97개 유역에서 165개 물 관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이 2030년에는 연간 197억 갤런 이상의 물을 보충할 잠재력이 있다고 추산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수를 감지하고, 빗물을 저장하며, 지하수를 재충전하고, 농업용 관개 효율을 높이고, 하천과 습지를 복원하고, 학교와 공공시설의 물 공급을 개선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오리건주 더댈스에서는 구글이 지역 상수도 인프라에 28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대표 사업은 대수층 저장·회수 시스템이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남는 처리수를 지하 대수층에 저장했다가, 여름철 물 수요가 커질 때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이 시설과 지하수 권리를 지역 도시에 무상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물을 쓰는 대가로 지역사회 물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의 사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 금액보다 지역적 정당성이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쓰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물 공급 안정성을 얻고 있는가. 가뭄이나 폭염이 닥쳤을 때 기업과 주민이 같은 수자원 위기를 나누는가. 물 부족이 심해지면 데이터센터 운영은 어떤 기준으로 제한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물 보충 프로젝트는 ‘기업의 환경 공헌’으로만 보일 수 있다.

AI 시대의 물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AI용 고성능 반도체는 기존 서버보다 열 밀도가 높다. 모델 규모가 커지고, 추론 수요가 늘고, 데이터센터가 더 밀집될수록 냉각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구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열 발생 지점에 가까운 곳에서 냉각을 수행하고, 전력망 상황에 따라 일부 비긴급 작업을 다른 시간대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 사용량의 총량은 AI 수요 확대와 함께 계속 증가할 수 있다.

구글은 2025년 물 사용량이 34% 늘었다고 밝혔고, 물 보충 목표의 달성률은 78%에 머물렀다. AI 인프라가 더 빠르게 커질 경우, 물 보충 프로젝트 역시 더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결국 AI 데이터센터의 물 문제는 효율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 것인지, 그 지역의 물은 얼마나 부족한지, 식수 대신 재생수를 쓸 수 있는지, 지역사회와 어떤 물 관리 협약을 맺을 것인지가 함께 결정돼야 한다.

AI는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기술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클라우드는 실제로는 대지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서버에서 나온 열을 식히기 위해 전기와 물을 소비하는 거대한 산업 시설이다.

AI가 기후위기의 해법이 되려면, 먼저 AI를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의 물을 어떻게 쓰는지부터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