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가 틱톡과 대규모 합의에 도달했다.

앨라배마주 법무장관 스티브 마셜은 2026년 9월 25일 틱톡과의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앨라배마주는 최소 1억 달러를 받게 되며,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최대 3억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급액뿐 아니라 틱톡은 청소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안전 기능도 도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틱톡이 어떤 방식으로 청소년 이용 경험을 바꿔야 하는가다. 합의문은 단순히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라”는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하루 이용 시간, 야간 접속, 푸시 알림, 개인화 추천, 미용 필터, 부모 통제, 연령 확인, 성인과 청소년 간 접촉까지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는 소셜미디어 규제의 초점이 콘텐츠 삭제에서 플랫폼 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앨라배마주의 문제 제기는 틱톡이 플랫폼을 중독적 기능으로 설계했고, 어린 이용자들을 심각한 정신적 위해에 노출했으며, 플랫폼 안전성에 대해 대중을 오도했다는 주장에 기반한다. 틱톡은 합의문에서 책임이나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앨라배마주의 청구를 종결하기 위해 최종 판결 및 동의명령에 합의했다.

앨라배마주가 발표한 주요 안전 조치는 강도가 높다.

틱톡은 청소년 이용자에게 하루 2시간 이용 제한을 기본 적용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이용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다. 또한 15분 연속 이용 후, 다시 60분과 90분 누적 이용 시점에 ‘productive pauses’, 즉 사용을 중단하고 돌아보도록 하는 알림을 제공해야 한다.

야간 접근 제한도 포함됐다.

합의문은 청소년 이용자에게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접근 모드를 적용하도록 요구한다. 이 시간 동안에는 기본적으로 틱톡 접근이 제한되고, 메시징과 푸시 알림도 함께 제한된다. 별도의 긴급 알림이나 계정 보안·플랫폼 무결성 관련 알림은 예외가 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 유도는 제한된다.

이 조항은 중요하다.

소셜미디어 중독 논쟁에서 가장 자주 지적되는 지점 중 하나가 수면 시간이다. 청소년 이용자가 밤늦게까지 숏폼 영상을 넘겨보는 구조는 수면, 학습, 정서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앨라배마 합의는 이 문제를 개인 의지나 부모 훈육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기본 설정의 문제로 다뤘다.

푸시 알림 제한도 같은 맥락이다.

틱톡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청소년 이용자에게 푸시 알림을 보내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학교 시간 동안에도 청소년 이용자에게 푸시 알림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이 역시 부모가 수정할 수 있지만, 기본값은 제한이다.

핵심은 기본값이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가 원하면 설정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실제 이용 행태에서 기본 설정은 강력하다. 많은 이용자는 기본값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번 합의는 청소년 보호를 선택 기능이 아니라 기본 설계로 넣으라는 요구다.

피드 설계도 바뀐다.

합의문은 틱톡이 청소년 이용자에게 비개인화 피드를 기본 홈피드로 선택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했다. 새 청소년 계정이 만들어질 때는 기본 홈피드를 비개인화 피드로 바꿀 수 있다는 선택지를 명확하게 안내해야 하며, 틱톡은 이 선택을 방해하거나 특정 선택을 우선하도록 유도해서는 안 된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을 직접 겨냥한다.

틱톡의 강점은 개인화 추천이다. 이용자가 오래 머무를수록 알고리즘은 취향과 반응을 더 잘 학습하고, 다시 더 오래 보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는 바로 이 개인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과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앨라배마 합의는 알고리즘 추천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비개인화 피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그 선택지를 기본 경험에 더 가깝게 배치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플랫폼이 추천의 강도를 낮출 수 있는 ‘탈개인화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미용 필터 금지도 눈에 띈다.

합의문은 틱톡이 청소년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Cosmetic Procedure Filter’를 적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용 시술 필터는 이용자의 얼굴이나 외모를 미용 수술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디지털 필터 또는 증강현실 효과를 뜻한다. 일반적인 메이크업 효과, 피부 보정, 패러디·과장 효과는 예외로 구분됐다.

이 조항은 청소년 정신건강 논쟁과 연결된다.

소셜미디어의 외모 필터는 자기 이미지 왜곡, 외모 불안, 비교 심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청소년은 외모 평가와 또래 반응에 민감하다. 앨라배마 합의는 미용 필터를 표현의 장식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의 규제 대상으로 본 것이다.

연령 확인도 강화된다.

합의문은 틱톡이 13~15세와 16~17세를 구분하는 연령 추정 모델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했다. 1년 이내에는 16~17세 이용자를 성인으로 잘못 분류하는 비율을 14%, 13~15세 이용자를 성인으로 잘못 분류하는 비율을 7% 이하로 낮추고, 2년 이내에는 각각 10%와 5% 이하로 낮추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는 단순히 생년월일을 입력받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청소년이 나이를 속이거나, 플랫폼이 나이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면 모든 보호 조치는 무력화된다. 시간 제한, 야간 접근 제한, 미용 필터 금지, 비개인화 피드, 부모 통제는 모두 이용자가 청소년으로 식별될 때 작동한다. 따라서 연령 확인은 청소년 보호 설계의 출발점이다.

동시에 이 조항은 개인정보 문제도 낳는다.

연령 확인을 정교하게 하려면 더 많은 신호와 데이터를 볼 가능성이 있다. 합의문은 이 점을 의식해 데이터 최소화와 보안 의무도 포함했다. 연령 확인을 위해 수집된 데이터는 필요한 최소 기간만 보유해야 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보유 데이터는 90일 이내 삭제해야 한다. 또 해당 데이터는 광고 타기팅, 마케팅, 알고리즘 최적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했다.

이는 청소년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을 보호하려면 나이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이를 알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 또 다른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이번 합의는 연령 확인을 요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부모 통제 기능도 강화된다.

틱톡은 부모에게 자녀의 틱톡 사용 시간, 사회적 연결,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용자, 자기 위해·섭식장애 관련 경고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동영상, 해시태그, 라이브 영상, 이용자, 사운드를 검색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특정 키워드나 해시태그를 피드에서 제외하며, 자녀가 선택한 관심 주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조항은 플랫폼 책임과 부모 책임을 함께 놓는다.

플랫폼이 기본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부모는 그 위에서 자녀의 사용 환경을 조정한다. 중요한 점은 부모에게 단순 차단 기능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용 시간·연결 관계·검색·피드·위험 신호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성인과 청소년 간 의심스러운 접촉에 대한 대응도 포함됐다.

틱톡은 청소년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설정하고,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발견 가능성을 제한하며, 신고·차단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잠재적으로 의심스러운 계정과 청소년 사이에 메시지 스레드가 생성되면 청소년에게 명확한 주의 알림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 감독 계정에서는 더 강한 알림도 요구된다.

청소년이 금전적 블랙메일을 목적으로 친밀한 콘텐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식별된 계정과 접촉하거나, 부적절한 상호작용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식별된 계정과 접촉할 경우, 틱톡은 부모에게 명확한 알림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소셜미디어 안전 문제가 단순히 “무슨 콘텐츠를 보느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콘텐츠만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찾을 수 있는가.
누가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가.
어떤 계정이 청소년에게 접근할 수 있는가.
위험 신호가 감지됐을 때 부모와 이용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이번 합의는 이 접촉 구조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금전 지급 구조도 복잡하다.

합의문에 따르면 틱톡은 우선 1억1,620만 달러의 기본 합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중 1억 달러는 앨라배마 소비자를 위한 보상적 환급 및 구제 목적으로 지정되고, 1,420만 달러는 변호사 비용으로, 200만 달러는 소송 관련 비용으로 배정된다.

추가로 1억8,380만 달러의 조건부 지급 풀도 마련됐다.

다른 주 법무장관들이 일정 수 이상 유사한 합의에 참여하면 단계별로 지급액이 확정되는 구조다. 10개 주, 20개 주, 30개 주, 40개 주가 각각 일정 기간 안에 적격 합의를 체결하면 조건부 지급이 단계적으로 발생한다.

이 구조는 앨라배마 사건이 단독 사건을 넘어 전국적 합의 모델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앨라배마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를 “first-in-the-nation settlement”라고 설명했다. 원래 이 사건은 월요일 재판을 앞두고 있었고, 앨라배마주는 틱톡에 대한 청구를 재판에 가져가는 첫 번째 주가 될 예정이었다.

재판 직전 합의라는 점도 중요하다.

소송이 재판으로 갔다면 틱톡의 내부 설계, 알고리즘, 청소년 이용자 관련 정책,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법정에서 다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합의는 그런 공개 재판을 피하면서도, 상당한 금액과 구체적 운영 변경을 끌어낸 방식이다.

물론 합의는 유죄 판결이 아니다.

합의문은 틱톡 측이 위법행위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최종 판결 및 동의명령은 재판이나 사실·법률 문제의 판단 없이 이뤄졌으며, 틱톡은 법 위반이나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도 포함됐다.

따라서 이 사건을 “틱톡의 위법행위가 법원에서 확정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는 앨라배마주의 문제 제기와 틱톡의 책임 부인, 그리고 양측의 합의가 결합된 사건이다. 다만 합의 내용이 플랫폼 설계 변경을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향후 소셜미디어 규제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합의는 세 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첫째, 청소년 보호의 기준이 “콘텐츠 관리”에서 “사용 시간과 설계 관리”로 넓어지고 있다.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무한 스크롤, 개인화 추천, 푸시 알림, 야간 사용, 미용 필터, 성인과 청소년 간 접촉 구조까지 플랫폼의 설계 전반이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 부모 통제는 선택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의 기본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모가 직접 앱 설정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방식에서, 플랫폼이 부모에게 더 명확하고 실질적인 통제권을 제공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합의는 부모가 자녀의 이용 시간, 피드, 검색, 연결 관계, 위험 알림을 관리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셋째, 연령 확인이 소셜미디어 규제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보호 규제는 이용자가 청소년인지 식별할 수 있어야 작동한다. 하지만 연령 확인은 개인정보 수집, 오분류, 차별, 접근성 문제를 동반한다. 이번 합의는 연령 추정 모델의 오분류 목표와 데이터 최소화 의무를 함께 두며 이 문제를 제도화하려 했다.

이 사건은 틱톡만의 문제가 아니다.

앨라배마 법무장관실은 이번 발표에서 최근 메타와의 다주 합의, 로블록스와의 합의, 오픈AI에 대한 조사도 언급했다. 특히 메타와의 유사 청구 합의로 앨라배마주가 1억1,700만 달러를 받게 됐고, 로블록스 합의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의 아동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 법무장관들이 빅테크와 소셜 플랫폼, 게임 플랫폼, AI 기업을 상대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중심에 둔 집행 전략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는 이용자 참여 시간이 성과였다.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경쟁력이었다.
푸시 알림은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필터와 챌린지는 참여와 창작을 늘리는 장치였다.

하지만 청소년 이용자에게는 바로 그 장치들이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플랫폼 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기본값은 달라야 한다.
밤에는 덜 부르고, 오래 보면 멈추게 하고, 개인화 추천을 선택 가능하게 만들고, 외모를 바꾸는 필터는 제한하고, 성인과의 접촉은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조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연령 확인과 감사, 문서화로 입증해야 한다.

틱톡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부담이지만, 동시에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합의문은 특정 조건에서 산업 전반의 채택 여부, 다른 주와의 합의, 감사 체계, 향후 의무 조정 등을 다룬다. 이는 틱톡 하나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조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틱톡이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어떤 기본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이용자가 원하면 설정할 수 있다”고 말하던 시대에서, “청소년에게는 안전한 기본값을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앨라배마와 틱톡의 합의는 그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소년 보호는 더 이상 별도의 안전센터 페이지에 적어두는 문구가 아니다.
피드, 알림, 시간 제한, 야간 접근, 필터, 메시징, 계정 발견성, 연령 확인, 부모 통제라는 제품 설계의 문제다.

틱톡의 다음 과제는 법적 합의를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플랫폼에서, 청소년 이용자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뀔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