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 규제가 앱스토어와 검색엔진 같은 소비자 접점 플랫폼을 넘어 클라우드 인프라로 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6월 25일 아마존의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를 디지털시장법(DMA)상 게이트키퍼로 지정해야 한다는 예비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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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본부 건물; ⓒ 위키미디어 커먼즈 / Public Domain

아직 최종 지정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AI 시대의 디지털 관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관문이 앱을 배포하고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플랫폼이었다면, 이제는 모델과 데이터를 저장하고 실행하는 클라우드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등장한 것이다.

DMA는 원래 ‘관문’을 규제하는 법이다

아마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Azure가 왜 게이트키퍼 지정 대상으로 거론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DMA가 말하는 ‘관문’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DMA(Digital Markets Act)는 거대 플랫폼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핵심 통로를 장악해 경쟁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만든 EU의 사전 규제법이다. 앱스토어 사업자가 자사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거나, 검색과 추천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규제 대상이다.

지금까지 DMA는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 앱스토어, 운영체제처럼 소비자가 직접 이용하는 플랫폼을 주로 규율해왔다. 이들 서비스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실상 거쳐야 하는 통로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DMA는 통상 기업의 매출과 기업가치, 최종 이용자와 기업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게이트키퍼 여부를 우선 판단한다. 일정 규모를 넘는 서비스는 시장에서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수치는 지정 여부를 자동으로 가려내기 위한 추정 기준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지속적이고 공고한 시장 지위를 갖췄다면, 별도의 시장조사를 거쳐 게이트키퍼로 지정할 수 있다.

AWS와 Azure, DMA 게이트키퍼 지정 검토

AWS와 Azure는 매출과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한 DMA의 통상적인 게이트키퍼 추정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행위는 두 서비스가 기업이 고객에게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지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2025년 11월 18일 AWS와 Azure를 대상으로 각각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두 서비스가 중요한 관문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시장 지위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고 공고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였다.

같은 날 집행위는 이와 성격이 다른 세 번째 조사도 개시했다. 앞의 두 조사가 AWS와 Azure를 각각 게이트키퍼로 지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라면, 세 번째 조사는 현행 DMA 의무만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는지를 살피는 조사다. 특정 기업의 지정 여부와 클라우드 시장에 적용할 규칙의 적절성을 나눠 검토한 셈이다.

2026년 6월 25일 발표된 예비 입장은 이 가운데 AWS와 Azure의 지정 여부를 살핀 두 건의 조사에서 나왔다. 집행위는 두 서비스를 각각 EU 내 최대·두 번째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평가하고,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중요한 관문에 해당한다고 잠정 판단했다.

주요 근거로는 오랫동안 이어진 시장 지위, 광범위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용자 기반, 데이터베이스와 보안, 개발 도구를 아우르는 대규모 서비스 생태계가 제시됐다. 특정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시작한 기업이 다른 사업자로 옮길 때 부담해야 하는 기술적·경제적 비용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락인 가능성도 판단에 포함됐다.

AI는 이 기존 구조에 더해진 새로운 변수다. 집행위는 두 회사가 제공하는 AI 도구와 관련 파트너십이 기업의 클라우드 조달에서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봤다.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의 새로운 수요가 AWS와 Azure의 기존 생태계 안으로 흡수되면서, 두 사업자의 관문 역할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집행위의 예비 입장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서면으로 반론을 제출할 수 있으며, 집행위는 이를 검토한 뒤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이 확정되면 두 회사는 6개월 안에 DMA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최대 2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AI 시대, '관문'이 달라지고 있다

앱스토어나 검색엔진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지 않는 클라우드를 왜 ‘관문’으로 봐야 하는가.

과거의 플랫폼 권력은 주로 소비자가 서비스를 발견하고 이용하는 접점에서 형성됐다. 앱스토어는 앱의 배포와 결제를 통제하고, 검색엔진은 정보와 서비스가 노출되는 순서를 결정한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소셜미디어와 광고 네트워크 역시 기업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경로를 좌우했다.

클라우드는 이보다 아래쪽에서 작동한다. 기업은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며, 보안과 이용자 권한을 관리한다. AI 서비스의 경우에는 모델 학습과 추론, 데이터 처리, API 연결, 성능 평가와 배포까지 더 많은 기능이 클라우드 환경 안에서 결합된다.

https://digital-markets-act.ec.europa.eu/commission-reaches-preliminary-position-amazons-and-microsofts-market-leading-cloud-services-should-2026-06-25_en
https://digital-markets-act.ec.europa.eu/commission-reaches-preliminary-position-amazons-and-microsofts-market-leading-cloud-services-should-2026-06-25_en

이 때문에 AI 시대의 클라우드는 단순히 서버와 저장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기업이 어떤 클라우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AI 모델과 개발 도구, 데이터베이스, 보안 체계와 파트너 서비스까지 함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자의 관리형 서비스와 AI 도구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 다른 클라우드로 이동하려면 데이터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설계하고, 보안과 권한 체계를 재구성하며, 기존 개발 도구와 모델 운영 환경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환 비용이 커지면 기업의 선택지는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제한될 수 있다.

집행위가 AWS와 Azure를 새로운 관문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앱스토어가 완성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입구라면, 클라우드는 그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기반을 제공한다. AI 시장에서는 이 기반을 누가 통제하는지가 소비자 접점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 조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AI가 반드시 클라우드 락인을 강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픈소스 모델과 표준화된 API, 멀티클라우드 관리 도구가 확산되면 기업이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조합하거나 이전하기 쉬워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AI 자체가 아니라, AI 모델과 데이터, 개발 도구가 특정 클라우드 생태계와 얼마나 긴밀하게 결합되는가에 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달라질 수 있는 것

AWS와 Azure가 게이트키퍼로 최종 지정되면, 가장 큰 변화는 두 회사가 자사 클라우드 생태계 안에 고객과 서비스를 묶어두는 방식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이용자 입장에서는 특정 클라우드의 서비스만 사용하도록 유도받는 구조가 완화되고, 다른 사업자의 기술을 연결하거나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어떤 의무가 실제로 적용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DMA가 앱스토어와 검색엔진처럼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집행위가 AWS와 Azure의 지정 여부와 별도로, 현행 DMA 규칙만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예상되는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자사 서비스 우대와 묶음 판매가 제한될 수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자사의 AI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보안 서비스, 개발 도구를 경쟁 서비스보다 유리하게 배치하거나, 요금과 계약 조건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사실상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다른 클라우드와의 연결이 쉬워질 수 있다. AWS나 Azure에서 구축한 시스템을 외부 소프트웨어나 다른 클라우드와 연동할 때 발생하는 기술적·계약적 장벽을 줄이고, 멀티클라우드 운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데이터와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로 옮기는 과정이 쉬워질 수 있다. 다만 전환 장벽과 데이터 반출 비용은 이미 EU 데이터법이 일부 규율하고 있다. 데이터법은 클라우드 사업자가 서비스 이전을 방해하는 장벽을 제거하도록 하고 있으며, 2027년 1월 12일부터 데이터 반출 비용을 포함한 전환 비용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따라서 DMA가 클라우드에 적용되면 데이터법과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사 서비스 우대와 묶음 판매, 데이터 접근, 상호운용성처럼 시장 경쟁과 직접 연결된 문제를 추가로 규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이용자에게는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지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서비스 설계와 계약, 요금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

두 회사는 모두 게이트키퍼 지정에 반대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다르다.

아마존은 이미 데이터법을 비롯한 클라우드 관련 규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DMA까지 적용하면 규제가 중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추가적인 의무가 유럽 내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신기술 도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의 범위와 시장 획정을 문제 삼았다. 구글 클라우드와 제미나이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AWS와 Azure만 규제하면 경쟁 구도가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클라우드 시장을 현재의 점유율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AI 모델과 업무용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개발 도구가 결합된 더 넓은 생태계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반박이 “기존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데 가깝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은 “규제 대상을 좁게 잡으면 다른 경쟁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에 가깝다.

EU가 클라우드에 주목하는 더 큰 이유

그러나 EU가 AWS와 Azure를 바라보는 이유를 경쟁 규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유럽의 기술적 선택권을 확보하려는 기술 주권 전략이 놓여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6월 3일 기술 주권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Chips Act 2.0과 Cloud and AI Development Act(CADA)라는 두 건의 법안 제안, EU 오픈소스 전략,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화·AI 전략 로드맵이 포함됐다. 반도체에서 클라우드와 AI, 소프트웨어까지 기술 스택 전반의 대외 의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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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ommission.europa.eu/news-and-media/news/strengthening-europes-tech-sovereignty-2026-06-03_en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비EU 사업자에 대한 구조적 의존이 있다. 집행위원회는 EU가 주요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인프라, 지식재산의 80% 이상을 비EU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CADA 제안서에 따르면 AWS, Azure, 구글 클라우드 같은 비EU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세 곳이 유럽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구도에서 반도체는 AI의 물리적 기반이고, 클라우드는 AI의 운영 기반이다. 오픈소스는 특정 기업의 독점적인 기술 생태계에 대한 의존을 낮출 수 있는 수단으로 연결된다. AWS와 Azure에 대한 DMA 적용 검토 역시 경쟁 제한을 막는 문제인 동시에,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어떤 조건 아래 외부 사업자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정책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

다만 경쟁 규제와 기술 주권을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AWS와 Azure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할 법적 근거는 두 서비스가 실제로 기업과 이용자 사이의 중요한 관문인지, 그리고 그 지위가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돼야 한다. 기술 주권은 EU가 클라우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을 설명하지만, 그 자체가 게이트키퍼 지정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아니다.

AI는 자물쇠인가, 경쟁의 열쇠인가

결국 이 논쟁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AI는 클라우드 생태계를 더 단단히 잠그는가, 아니면 기존 시장을 흔들고 기업의 선택지를 넓히는가.

EU 집행위와 규제 찬성 측은 AI 도구와 데이터, 보안, 개발 환경이 하나의 클라우드 생태계 안에 결합될수록 기업이 다른 사업자로 이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AI는 기존의 클라우드 락인을 강화하는 요소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은 AI가 기존 사업자의 지위를 고착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Google Cloud와 Gemini 같은 경쟁자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기존 시장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모델과 표준화된 도구가 확산되면 AI가 서로 다른 클라우드 사이의 이동을 쉽게 만드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쪽은 AI를 클라우드 생태계를 더 단단히 묶는 자물쇠로 보고, 다른 쪽은 새로운 경쟁을 불러오는 변수로 보는 셈이다. 최종 지정 여부가 이 질문에 완전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EU가 AI 인프라의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보여줄 수 있다.

DMA가 클라우드로 확장된다는 것은 단순히 규제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플랫폼 권력이 자리 잡는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과거의 게이트키퍼가 앱을 보여주고 결제를 통제하는 화면 위의 플랫폼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모델을 실행하며 기업의 기술 선택까지 좌우하는 인프라도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EU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의 진짜 게이트키퍼는 화면 위의 앱스토어인가, 아니면 화면 아래의 클라우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