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2028년 1월부터 플레이스테이션 신작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뒤, 게임 업계에서는 물리 매체의 미래를 둘러싼 발언이 이어졌다. 세가 사장 우츠미 슈지는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디지털 전환을 더 의식해야 한다면서도, 실물 미디어를 중시하는 문화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비소프트 최고경영자 이브 기예모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디스크 중단이 업계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PC 게임이 디지털 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는 이유였다.
두 사람의 발언은 방향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전제를 품고 있다. 게임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쟁점은 디스크가 사라질 것인가가 아니라, 디스크가 사라진 자리를 무엇이 대신할 것인가에 가깝다.

소니는 이용자의 선호가 실물에서 디지털로 이동했다는 점을 디스크 생산 중단의 이유로 들었다. 2026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에 플레이스테이션 전체 게임 판매량 중 디지털 다운로드 비중은 78%에 이르렀다.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유통은 재고와 생산, 물류 부담을 줄이고 판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용자 역시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게임을 구매할 수 있으며, 자동 업데이트와 잦은 할인이라는 편의를 얻는다.
그러나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판매되는가와, 이용자가 구매 뒤 무엇을 가질 수 있는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온라인 스토어의 결제 버튼에는 여전히 ‘구매’라고 적혀 있다. 결제가 끝나면 게임은 계정의 라이브러리에 등록된다. 하지만 화면 아래의 안내문이나 이용약관은 이 거래를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이용 라이선스의 부여로 설명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이 간극을 문제로 봤다. 2025년 1월부터 시행된 AB 2426은 디지털 상품 판매자가 ‘구매’나 ‘산다’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얻는 것이 무제한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취소될 수 있는 라이선스라는 사실을 결제 전에 분명히 알리도록 했다. 밸브도 법 시행을 앞둔 2024년 10월 스팀 결제창에 제품 라이선스가 부여된다는 안내를 추가했다.
그렇다고 문제를 “패키지는 소유이고 디지털은 임대”라고 정리할 수는 없다. 패키지 게임을 산 이용자도 게임의 저작권을 넘겨받은 것은 아니었다. 디스크나 카트리지에는 복제와 배포, 프로그램 변경을 제한하는 라이선스가 적용됐다.
달라진 것은 라이선스의 존재가 아니라, 그 라이선스를 이용자가 얼마나 직접 통제할 수 있는가다.
라이선스가 물건에서 계정으로 이동했다
패키지 시절의 라이선스는 물리 매체와 결합돼 있었다. 디스크를 가지고 있으면 게임을 실행할 수 있었고,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중고로 판매하면 이용 가능성도 함께 이동했다. 온라인 인증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라면 판매자나 플랫폼의 승인을 다시 받을 필요도 없었다.
디지털 게임의 라이선스는 주로 계정에 붙는다. 게임 파일은 이용자의 PC나 콘솔에 설치되지만, 그 파일을 실행할 권리는 플랫폼이나 퍼블리셔가 관리하는 서버에 기록된다. 이용자는 저장장치에 게임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어도 계정 인증이나 온라인 연결 없이는 실행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차이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스토어와 인증 서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계정에도 문제가 없다면, 패키지와 디지털 게임은 비슷하게 작동한다. 차이는 게임을 다시 설치하거나 서비스가 종료되고, 판매 계약이 끝나는 순간에 나타난다.
따라서 디지털 게임의 권리를 분석할 때는 패키지와 다운로드를 구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게임을 계속 실행하기 위해 외부 시스템에 얼마나 의존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종속도’라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종속도가 낮은 쪽에는 별도의 온라인 인증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다운로드 게임이 있다. 이용자가 설치 파일을 직접 보관할 수 있다면 판매 스토어가 문을 닫거나 해당 게임의 판매가 중단돼도 재설치하고 실행할 가능성이 남는다.
GOG가 대표적인 사례다. GOG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권리 관리 기술) 없는 설치 파일을 제공하고, 보존 프로그램을 통해 오래된 게임이 현대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하도록 호환성과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2024년과 2025년 사이 267개 게임이 들어갔고, 1,461건의 개선 작업이 적용됐다.

그다음에는 최초 인증 이후 오프라인 실행이 가능한 게임이 있다. 설치 과정이나 첫 실행에는 계정이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인터넷 연결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새 기기에 다시 설치하거나 인증 정보를 갱신할 때는 플랫폼의 운영이 필요할 수 있다.
종속도가 더 높아지면 실행할 때마다 온라인 인증을 요구한다. 싱글플레이 콘텐츠가 있어도 서버에 연결되지 않으면 게임을 시작할 수 없는 형태다. 이 경우 파일이 이용자의 저장장치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장기적인 실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상시 온라인 게임은 인증을 넘어 게임의 규칙과 진행 정보, 핵심 콘텐츠까지 서버에 의존한다. 서버가 종료되면 일부 기능이 아니라 게임 전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이 종속도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게임 파일과 실행 환경이 모두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있고, 이용자의 기기는 화면을 전송받고 입력을 보내는 역할만 맡는다. 때문에 클라우드는 이미 구매한 다운로드 게임 안에서도 이용자의 통제권이 게임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계 사례에 가깝다.
물리 매체도 서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닌텐도 스위치 2의 게임키 카드는 이 기준이 매체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트리지를 기기에 꽂아 사용하지만, 카드 안에는 완전한 게임 데이터가 들어 있지 않다. 처음 이용할 때는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내려받아야 한다. 물리 매체를 빌려주거나 중고로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 패키지와 비슷하지만, 장기적인 설치 가능성은 다운로드 서버에 의존한다.
여기에서 종속도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축이 드러난다. 구매한 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는가, 즉 이전 가능성이다.
패키지 게임은 대체로 이 두 가지를 함께 제공했다. 디스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필수 서버가 필요하지 않다면 오랫동안 실행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판매할 수도 있었다.
디지털 게임은 두 권리를 분리했다. DRM 없는 다운로드는 장기 보관에는 유리하지만 계정의 구매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넘기기 어렵다. 게임키 카드처럼 매체를 양도할 수 있는 상품은 반대로 게임을 다시 내려받을 서버가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 이후 업계에서 제기된 우려 가운데 하나가 중고시장의 축소였던 것도 이 축과 관련된다.
디지털 전환에서 사라지는 것은 ‘소유권’이라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원래 함께 주어지던 두 권리가 분리돼 상품마다 일부만 제공되는 구조에 가깝다.
종속도는 서비스가 끝날 때 드러난다
유비소프트는 2023년 12월 ‘더 크루’의 판매를 중단했고, 2024년 봄 서버를 폐쇄했다. ‘더 크루’에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지만 상시 온라인 연결이 필요했다. 서버가 꺼지자 디지털판과 디스크판을 구분하지 않고 게임 전체가 실행 불가능해졌다.
이후 두 건의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유비소프트 측은 원고들이 이미 10년 동안 게임을 이용했으며 애초에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프랑스 소비자단체 'UFC-Que Choisir'는 2026년 3월 크레테이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용자가 언제든 취소 가능한 이용 라이선스만 취득한다고 규정한 약관 조항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같은 회사의 후속작은 다른 길을 택했다. 유비소프트는 2025년 10월 ‘더 크루 2’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추가했다. 서버가 운영되는 동안에는 기존 온라인 기능을 이용하고, 인터넷 연결이 없거나 향후 온라인 서비스가 끝나더라도 핵심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같은 시리즈와 같은 회사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상시 온라인 게임의 종료가 언제나 기술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오프라인 전환은 단순히 서버 연결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 속 차량과 음악, 브랜드 등 외부 저작물의 라이선스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 구조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스토어의 종료는 또 다른 문제다. 소니는 디스크 생산 중단을 발표한 2026년 7월 1일, 같은 날 PS3와 PS 비타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닫는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2026년 8월부터 시작해 2027년 7월 나머지 지역에서 종료된다. 공지에는 이미 구매한 콘텐츠를 종료 이후에도 ‘당분간(for the foreseeable future)’ 내려받을 수 있다고 적혔다. 그 기간이 얼마인지, 어떤 조건에서 끝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소니는 2021년에도 같은 스토어의 폐쇄를 예고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이용자에게 유리한 사실이면서, 동시에 그 결정이 이용자의 판단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토어가 닫혔다고 해서 이미 설치된 모든 게임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은 기기에 남아 있는 한 계속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기기를 교체하거나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게임을 삭제한 뒤 다시 설치해야 할 때다.
퍼블리싱 계약이나 음악·스포츠·자동차 라이선스가 끝나 게임이 판매 목록에서 내려가는 경우에도 기존 구매자는 대체로 라이브러리에서 다시 내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다운로드가 얼마나 오래 보장되는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인증 서버가 유지되는지는 구매 당시 이용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계정 정지는 서비스 전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발생하는 단절이다. 결제 분쟁이나 해킹, 서비스 약관 위반 등의 이유로 계정 접근이 제한되면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계정에 묶인 라이브러리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디스크 여러 장을 보관한 이용자는 한 장이 손상돼도 나머지 게임을 잃지 않지만, 계정에 모든 게임을 모은 이용자는 하나의 접근 수단에 전체 구매 기록을 의존한다.
서비스 종료와 스토어 폐쇄, 계약 만료, 계정 문제는 서로 다른 사건이다. 공통점은 이용자가 그 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유통이 선택된 데에도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 유통을 구매자 권리의 후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이용자는 게임을 즉시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으며, 디스크를 보관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다. 업데이트와 추가 콘텐츠도 자동으로 관리된다. 정기 할인과 묶음 판매가 늘면서 실제 구매가격이 낮아졌고, 오래된 게임도 재고 부족 없이 계속 판매될 수 있게 됐다.
소규모 개발사와 인디게임에는 디지털 유통이 사실상 시장 진입의 조건이었다. 패키지 생산량을 미리 결정하고 물류와 재고를 관리하지 않아도 세계 시장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스토어가 없었다면 상업적으로 등장하기 어려웠을 게임도 많다.
중고 거래의 축소 역시 이해관계가 단순하지 않다. 이용자에게 중고 판매는 구매비용 일부를 회수하는 수단이었지만, 중고 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액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에 돌아가지 않았다. 일정한 종속성 또한 자동 업데이트와 계정 연동, 온라인 저장, 부정 이용 방지 같은 기능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구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게임들의 종속도가 크게 다른데도, 그 차이가 결제 시점에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용자가 확인할 수 없는 조건들
스토어의 상품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지, 제3자 계정을 요구하는지, 싱글플레이와 오프라인 플레이를 지원하는지 정도는 구매 전에 확인할 수 있다. PC 게임에서는 특정 DRM이나 별도 실행 프로그램의 사용 여부가 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매 뒤 게임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보 상당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인증 서버를 몇 년간 운영할 것인지, 서비스 종료 때 오프라인 패치를 제공할 것인지, 게임 속 음악과 차량의 사용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 판매 중단 이후 재다운로드를 얼마나 오래 지원할 것인지 이용자는 알기 어렵다.

이는 소비자가 약관을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만은 아니다. 약관을 모두 읽어도 미래의 서버 운영 계획과 퍼블리싱 계약 종료 시점, 종료 이후의 후속 조치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소유권이 아니라 라이선스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한 AB 2426도 이 지점까지는 닿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다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Stop Destroying Videogames’ 유럽시민발의는 129만 건이 넘는 유효 서명을 모아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도 구매자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6월 게임을 계속 실행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은 당장 제안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신 2026년 말까지 게임업계와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논의를 시작해 게임의 수명 종료 관리에 관한 행동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온라인 게임을 영원히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버 유지에는 비용이 들고, 이용자가 줄어든 서비스를 무기한 제공하도록 요구하기도 어렵다. 게임에 포함된 외부 저작물과 기술 계약 때문에 오프라인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필요한 것은 영구 운영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일이 아니라, 구매 판단에 중요한 조건을 결제 시점에 드러내는 일이다. 종료가 결정됐을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리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인증 제거와 오프라인 모드 제공, 데이터 이전 같은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디스크 이후의 문제는 소유보다 설명에 가깝다
소니가 디스크 생산 중단을 발표하자 논쟁은 물리 매체의 종말에 집중됐다. 패키지를 수집하는 문화와 중고시장, 소매 유통, 게임 보존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스크가 사라진 뒤의 문제를 단순히 소유권의 상실이라고만 부르면 실제 차이가 가려진다. 패키지에도 라이선스는 있었고, 물리 매체가 있어도 서버가 종료되면 실행되지 않는 게임이 있다. 반대로 디지털로 구매했더라도 설치 파일을 보관하고 인증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게임도 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용자가 구매한 게임을 얼마나 직접 통제할 수 있는가다. 게임은 어떤 계정과 서버에 묶여 있는가. 판매가 중단된 뒤에도 다시 내려받을 수 있는가. 인증 서버가 사라지면 오프라인으로 실행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는가. 그리고 이용자는 이 조건을 결제하기 전에 알 수 있는가.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구매 조건의 불투명성까지 불가피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디스크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게임을 실행할 권리가 점점 이용자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서버와 계약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 버튼이 계속 ‘구매’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이용자는 그 버튼을 눌렀을 때 무엇을 갖게 되고 무엇은 갖지 못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